우리 학교의 새로운 비전인 ‘아주 비전 4.0’ 이 출범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출 혁신 대학으로의 첫발을 당차게 뗐으나 여전히 남겨진 과제가 많다. 

기존 2023년까지의 발전 계획을 포함한 ‘아주 비전 2023’이 존재했지만 현재 소리소문없이 폐지됐다. 당초 ‘아주 비전 2023’은 세계 상위 100대 대학 진입이라는 최종 목표를 설정해 그 과정에서 국내 대학 상위 10위 내 진입과 아시아 대학 상위 50위 내 진입이라는 단계적 목표를 수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터무니없이 높은 목표 설정으로 10여 년이 지난 지금 가장 기초 목표인 국내 대학 상위 10위권에도 들지 못한 상황이다. 

‘아주 비전 2023’은 진행 당시에도 학교 측의 추진 의지에 대한 학우들의 지적이 많았다. 결국 해당 사안은 학우들의 동의는 고사하고 학교 측의 공식적인 안내도 없이 폐지 수순을 밟았다. 학교의 비전은 학생들의 대상으로 내거는 공약이다. 입학을 결정할 때 학교의 평판이나 커리큘럼과 더불어 학교의 비전 또한 중요한 요소이다. 학교의 비전은 학교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폐지해도 될 사안이 아니다. 

새로운 비전의 설립을 응원하기에 앞서 지난 실패의 원인 규명에 힘써야 한다. 모두가 지적하듯 무리한 목표 설정은 물론이거니와 비전의 본질에 집중하지 못한 것도 원인 중 하나다. 

먼저 비전은 하나의 구호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실천적인 움직임으로서 존재하는 것이다. 계획 단계 과정에서의 세부적인 실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하고 그 방안은 실현 가능해야 한다. 지난 비전의 실행 과정에서 구체적인 계획이 부족했고 또 계획이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기에 적합했는지 역시 의문이다.  

또한 구성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구체화된 방안이 만들어진 후에 그것이 지속가능 하기 위해서는 학내 구성원이 스스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해 나가야 한다. 지난 비전은 표방하고 있는 가치가 중시되기보다는 ‘순위’라는 목표가 강조되어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했고 또 그 목표의 정당성도 부족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른다면 어디에도 도달할 수 없다. 아직도 율곡관 앞에 설치된 타임캡슐은 우리에게 지난 시간을 헛되이 하지 말라 경고한다. ‘아주 비전 2023’의 폐지를 감출 것이 아니라 건설적인 논의의 양분으로 삼아야 하며 그 과정은 학내 구성원들과 함께해야 한다. 2023의 결과를 공유하고 토론하며 그 과정에서 나온 의견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비전을 검토하는 과정을 통해 학교의 가치를 실현할 단단한 토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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