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15일이었다. 나는 학교가 파한 뒤 당장 하루도 채 남지 않은 수능(대학수학능력시험)을 위해 독서실에서 정신없이 공부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 경북 포항시에서 발생한 2.2 규모의 지진에 관한 재난 문자 때문이었다. 걱정이 돼 읽은 기사에는 예기치 못한 지진 때문에 대피소에서 수능특강을 펼쳐 공부하고 있는 포항 수험생들의 사진이 가득했다. 지난 1년의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대피소에서 제대로 집중도 하지 못할 포항 수험생들을 생각하니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끝인 줄 알았던 지진은 이후에도 최고 5.4 규모로 약 2시간 동안 계속해서 번져갔다. 상황이 심각해져 감에 따라 시험 전날이라는 무게감 아래 수험생들이 부담해야 할 불안과 걱정에 대해 신속히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대중의 요구는 점점 더 거세져 갔다. 결국 정부는 포항 지진의 여파로 수능을 일주일 연기하겠다는 결정을 내리고 이를 언론에 발표했다. 당시 정부는 포항시 학생들의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고 언론에 알려지기는 했지만 추가 조사 결과 몇몇 시험장의 벽에 금이 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고 연기 이유를 설명했다.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도 나에겐 모든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당황했던 그 순간이 생생하다.

 

그러나 최근 경북 봉화군에서 다시 지진이 발생해 화제가 되면서 2017년 11월에 발생한 포항 지진은 인근 지역의 지열 발전에 의해 촉발된 것이라는 정부조사연구단의 결과가 나왔다. 정부조사연구단장은 “지열발전소의 지열정을 굴착하고 이곳에 유체를 주입하며 미소지진이 순차적으로 발생했고 시간이 흐르며 포항 지진이 촉발됐다”고 설명했다. 연구단에 따르면 지열 발전에 지열정을 굴착할 때 이수가 누출되면서 유체를 주입할 때 압력이 발생했고 그래서 당시 5.4라는 거대한 규모의 본진 이전에 2.0의 소규모 지진도 비일비재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잦은 미소 지진을 겪을 가능성이 높음을 그들이 알았다면 규모가 더 큰 지진도 충분히 대처 가능한 방안을 미리 세울 수 있었다는 의미이다. 이에 포항 지진 범시민대책본부는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포항 지진의 내막을 뒤늦게 알게 된 포항 시민이 얼마나 억울하고 개탄스러울지 가늠조차 가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더 큰 문제는 포항 지열 발전소가 앞으로 어떻게 관리되는가이다. 포항 지열 발전소는 현재 운영이 중단된 상태이긴 하지만 정부는 지열발전소를 짓기 이전에 포항을 포함해 전국을 대상으로 확실한 단층 조사와 연구를 해야 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분명 포항 지진은 자연지진이 아닌 촉발 지진이었다는 점에서 미리 처신이 가능한 재난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대입을 코앞에 둔 수험생들을 포함한 모든 포항 시민들에게 물질적 그리고 정신적 불안감을 조성했다는 점에서 정부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부는 지진으로 인한 피해에 따른 적극적인 손해 배상 대책을 마련해야 하며 포항시와 긴밀히 협력해 지진 위험도시라는 오명을 탈피하고 그들이 다시 회복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후속처리를 제대로 시행하고 혹여 비슷한 사고가 발생하여도 올바르게 대처할 수 있는 매뉴얼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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