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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나누는 나의 취향, 살롱
  • 부석우 수습기자
  • 승인 2019.09.25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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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곧장 집으로 향하던 청년들이 골목 속 작은 건물로 모이기 시작했다. 지친 하루를 마무리하는 이곳은 일정 비용만 지불하면 자신이 직접 모임을 선택해 참여 가능한 ‘살롱’이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자신의 취미와 관심사를 공유하는 ‘살롱 문화’. 살롱은 어떤 곳이며 사람들은 왜 그곳에 열광할까.

살롱의 부활

살롱의 유래는 고대 그리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전 4세기경 그리스의 철학자들은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지며 자신의 신체를 가꾸고 지적 대화를 추구했다. 18세기 프랑스에 이르러서는 궁정과 귀족의 저택을 무대로 한 사교계 모임을 일컬어 ‘살롱(Salon)’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직업과 계급에 상관없이 사람들은 자신의 관심사와 취향에 대해 말하며 토론했고 프랑스 계몽사상의 발달을 이끌었다.

국내에서 살롱문화는 커뮤니티 사업의 성장과 함께 부활했다. 독서 모임 기반 커뮤니티 서비스 ‘트레바리’도 현대적 살롱의 한 모습이다. 자신의 관심사에 알맞은 클럽을 선택해 정해진 돈을 내면 누구나 서울 곳곳의 트레바리 아지트 모임에 참여할 수 있다. 처음 8개 클럽과 40명의 회원으로 시작한 트레바리는 어느새 4천 6백여 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한 대형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다. 온라인 공간을 통해 사람들의 취향과 관심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주는 소셜 살롱 ‘문토’ 또한 마찬가지다. 문토는 요리와 독서 등 보다 다양한 주제의 모임을 제공한다. 트레바리와 문토 이외에도 공통된 취향의 사람들의 사교모임 공간을 제공해주는 ‘취향관’과 인문예술공유지 ‘문래당’ 그리고 창작자 커뮤니티 ‘안전가옥’ 등 기존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커뮤니티 모임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성장하며 주목받고 있다.

혼술·혼밥 등의 신조어로 알 수 있듯 개인적인 것을 중시하는 경향 속에서 살롱 문화가 흥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자기계발 문화에서 비롯된 새로운 사교 문화 형태의 등장 덕분이다. 자신의 성공은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는 2030세대의 자기계발 문화는 자신의 취미생활에 있어서도 똑같이 적용되었다. 정당한 돈을 냈기 때문에 원하는 때에 참여하고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살롱 문화 속 관계는 느슨하다. 기성 세대의 모임 문화와 살롱 속 사교 문화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친목을 도모하고 뒤풀이 자리를 빠지는 데 남의 눈치를 봐야하는 기성 세대의 모임 문화와 달리 살롱에서의 관계는 보다 선택적이다. ‘워라벨’, ‘소확행’ 등 자신을 챙김과 동시에 관심사를 중심으로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노명우(사회) 교수는 “인터넷을 사용하며 자란 2030세대가 이러한 문화에 더 빠져든다”며 “인터넷 카페나 동호회의 가입과 탈퇴가 자유로워졌듯 모임 내지는 단체에 소속된다는 것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현 청년 세대에게 있어 모임의 지속성에 대한 생각과 그것을 지속해야 한다는 사명감 또한 기성세대와는 완전히 다르다”고 전했다.

다양해지는 취향, 다양해지는 살롱

대형 자본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플랫폼으로서의 살롱도 존재하지만 최근 서울 곳곳에서는 마이너한 취향을 바탕으로 다양한 색깔의 살롱이 등장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 골목 어귀 LP판과 CD 등 아날로그 감성의 음악 가득한 술집 ‘만평’은 최근 아날로그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만평의 직원 김희웅(23) 씨는 “아날로그 감성을 좋아하는 분들과 DJ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이 이곳을 많이 찾는다”며 “과거에는 회사원분들이 퇴근 후 많이 찾았지만 최근에는 20대분들의 발걸음이 늘었고 외국인 여행객들이 찾아오기도 한다”며 “디지털 시대에 지친 이십 대들이 과거를 회상하며 이곳을 많이 찾는 것 같다”고 전했다. 과거의 음악 감성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만평은 하나의 쉼터다. 매주 주말 밤마다 DJ들이 만평을 방문해 파티를 열며 많은 사람이 이곳에서 새로운 인간관계를 쌓아간다. 작년의 경우 직접 플리마켓을 개최해 레코드판을 거래하기도 했다. 여러 연예인의 발길 또한 이어지고 있다. 그룹 ‘장기하와 얼굴들’의 하세가와 요헤이와 같이 직접 파티를 진행하는 DJ도 있어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김 씨는 이어 “저 또한 처음에는 손님으로 이곳에 오기 시작했는데 일까지 하게 됐다”며 “직접 DJ를 하며 손님들에게 좋은 술과 음악을 전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사당역에 위치한 책방 ‘지금의 세상’은 책방이라는 공간을 통해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는 이색적인 살롱이다. 책방의 대표 김현정 씨는 “책방이라는 공간에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멀리서 오기도 하지만 살롱에 참여하시는 분들의 대부분이 동네 주민”이라고 전했다. ‘지금의 세상’에서는 한 달에 한 번 ‘매달의 살롱’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방문객들이 쓰고 가는 포스트잇을 하나 골라 그와 관련된 책을 대표가 직접 골라 발제를 진행하고 각자의 이야기를 사람들과 나눈다. 최근에는 근처 소속사와 연계해 북콘서트를 진행하기 시작한 ‘지금의 세상’은 매주 작은 음악 콘서트와 일본어 회화 수업을 진행하는 등 보다 다양한 활동을 꿈꾸고 있다.

책방의 개성과 고유성이 중요한 독립책방의 특성상 여러 소규모 책방들이 지역 공동체와 특정한 주제를 중심으로 살롱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서울대입구역에 위치한 책방 ‘달리 봄’과 청담역 ‘북카페 두잉’의 경우 페미니즘이라는 주제로 강연회와 북콘서트 등을 지속적으로 개최해 공통된 사회적 관심사를 지닌 사람들이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선릉역의 ‘최인아책방’의 경우 멤버쉽에 가입하면 대표로부터 직접 책을 배송받아 월 1회 독서 클럽에 참여할 수 있다.

살롱, 본연의 의미를 기억하기

갑작스럽게 떠오른 살롱 문화에 대한 우려의 시각 또한 존재한다. 가장 많은 비판이 존재하는 부분은 바로 비용이다. 2030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현재의 살롱 문화의 비용이 사실상 진입장벽으로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살롱에 참여하는 비용은 대부분 분기당 몇 십만원이 훌쩍 넘어간다. 2030세대의 니즈에 의해 형성된 살롱 문화가 도리어 청년들의 유입을 막는다는 것이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살롱 문화가 과연 그 비용에 대한 값어치를 하는가에 대한 의문 또한 존재한다. 트레바리의 경우 클럽의 만족도에 대한 개인차가 커 많은 커뮤니티에서 논쟁이 진행되고 있다. 그럼 왜 현재의 청년 세대는 이렇게 큰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살롱 문화에 녹아 들려고 하는 것일까.

노 교수는 “현재의 살롱 문화는 청년 세대 사이에 팽배한 자기계발 담론과 셀레브리티에 대한 동경이 결합된 결과”라고 전했다. 셀레브리티 문화란 간단히 말해 유명인들을 동경하는 문화를 일컫는다. 과거의 스타 문화와 달리 누구나 셀럽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자신들이 좋아하는 셀럽의 행동 양식을 모방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자신을 관리하고 가꾸는 것을 중요하다고 믿는 시대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것은 성실성과 자기통제 그리고 소위 ‘인맥’이라고 불리는 인간관계 관리 능력이다. 노 교수는 “현재의 청년 세대가 일찍부터 자기계발 담론에 노출되며 인맥을 맹신하기 시작했고 스타들의 인맥 문화를 동경하며 그것 자체를 자산이라고 생각한다”며 “인맥을 만들 수 있는 기회 자체를 돈을 주고 구입한다는 것은 인맥의 형성 자체가 상품화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살롱에 참여하는 비용이 비합리적으로 비싼 것 또한 마찬가지다. 본래 살롱은 공통된 가치를 중요시하며 그 속에서의 관계를 쌓아가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현재 많은 살롱이 이러한 가치를 공유하기보다 인맥 형성 자체를 중요시하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다. 노 교수는 “지금의 살롱이 과연 본연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지 혹은 매체를 공유하는데에서 그치고 있지는 않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며 “국내 살롱 문화에 대한 사회적인 성찰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복되는 삶 속에서 자신의 취향과 욕구를 찾아나서는 살롱 문화의 등장은 분명히 긍정적이다. 그러나 살롱에 참여하는 이유가 진정 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사회적 시선과 권위에 대한 기대에서 비롯된다면 이는 과거 각자의 권위와 사회적 위치에 상관없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자 했던 살롱의 참 의미를 잃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그저 돈 있는 사람들의 문화생활로 남을 것인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하나의 긍정적인 변화로 이어질 것인지는 바로 살롱에 참여하는 당신의 자세에 달려있다.

타인과 함께하는 경험이 부족해진 시대. 살롱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이 시대 청년들이 진정으로 행복하길 바란다.

부석우 수습기자  boosw1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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