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해 교육부에서 발표한 『고졸취업 활성화 방안』을 통해 점차 많은 고졸 출신 수험생들도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고 있다. 이처럼 많은 고졸 출신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에 열을 올리는 데에는 앞서 언급한 정책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공무원 시험 응시생(이하 공시생)들 사이에서는 형평성과 관련해 해당 방안을 두고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과연 이번 정책이 학벌주의 사회로부터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정부의 고졸취업 활성화 방안

지난 1월 교육부가 발표한 『고졸취업 활성화 방안』은 고졸취업 및 일자리 확대를 골자로 하고 있다. 이번 정책은 직업계 고등학교(이하 직업계고) 혁신을 통해 고졸취업을 확대하고 고졸 재직자의 후학습 역량개발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이를 통해 양질의 고졸 일자리의 수를 늘리고 고졸취업으로도 충분히 자립·성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국가직 공무원 채용 부문에서는 ‘국가직 지역인재 9급 채용 전형’(이하 고졸채용 전형) 인원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고졸채용 전형은 지난 2012년부터 학력이 아닌 실력 중심의 사회 구현을 위해 시행된 전형으로, 우수한 고교 출신 인재의 공직 진입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다. 해당 전형은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등 직업계고 학생 및 전문대학생을 대상으로 학교장 추천 및 시험을 통해 선발하고 있다.

교육부의 계획은 이 고졸채용 전형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교육부는 지난해 기준 7.1%의 해당 전형의 채용 비율을 2022년까지 약 3배 정도 늘린 20%를 달성하고, 지방직 기술계 고등학교의 경력 경쟁 임용 비율도 지난해 20%에서 2022년 30%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구체적 수치로는 지난해 1백 80명의 고졸출신 공무원 수를 4년 안에 3백 20명가량 증가시키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해 예정된 지역인재 9급 선발인원은 지난해보다 30명 증가한 2백 10명까지 늘었다.

과거와 달리 직업계고 취업률이 급감하며 정원 미달이 속출하던 상황에서 정부의 이러한 방안으로 직업계고와 학생들은 다시금 전문 직업인 양성 및 취업관련 특성화 학교라는 명성을 되찾을 기회를 얻은 것이다. 정부 역시 해당방안을 통해 학벌이 아닌 능력 중심의 사회로 나아가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고졸취업 활성화 방안』에서 정부는 사업 기간인 5년 동안 고교 졸업 후 대학 진학이라는 둘레에서 벗어난 청년의 다양한 성장 경로를 구현하겠음을 목표로 밝히고 있다. 이를 통해 학생과 기업 그리고 지역 전반에 걸친 사회적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을 알 수 있다.

 

공시생들이 바라본 ‘고졸채용 전형’ 확대

그렇다면 고졸채용 전형을 바라보는 공시생들의 입장은 어떨까? 현재 지역인재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3학년 조 아무개(19) 씨는 고졸취업 활성화 방안을 통한 지역인재 9급 전형 확대에 대해 “직업계고의 특성을 살리고 인식도 변화시킬 수 있어 해당 방안이 능력 중심사회를 구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고졸취업 활성화 방안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반면 대학생이나 인문계고 졸업생들은 대부분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9급 국가직 검찰직 시험을 준비하는 김지희(22) 씨는 고졸채용 인원 확대와 관련해 “이미 공무원 시험은 학력과 무관하게 치러지고 있는데 굳이 현행 전형까지 확대 시행하는 것은 오히려 대졸자와 인문계고 졸업자들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는 대졸자와 인문계고 졸업생을 취업 시장의 기득권세력으로 보며 소수에게만 혜택을 주는 불합리한 정책이다”고 비판했다. 또한 “정부는 우리나라 대다수의 학생들이 인문계고와 대학에 진학하는 상황에서 즉각적인 결과만을 바라고 정책을 세울 것이 아니라 사회와 취업 시장에서 만연한 학벌주의 인식을 개선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며 학벌주의 사회를 벗어나 능력 중심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인식의 개선을 강조했다.

인문계고를 졸업하자마자 9급 소방공무원 시험 준비를 시작한 김진영(21) 씨도 김 씨와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 덧붙여 “대학에 진학하는 것도 능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졸 학생들이 취업에서 조금 더 유리한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고졸 출신이 공직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는 마련하되 고졸과 대졸 간의 어느 정도 차등은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공무원 고졸채용 확대 방안은 발표와 동시에 많은 공무원 수험생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해당 방안이 역차별이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즉각 게시됐고 한 달 동안 약 4만 1천명이 동의했다. 고졸 채용 비율이 늘어나면 상대적으로 일반 전형과 저소득 그리고 장애인 전형 등의 비율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다.

이에 지난 1월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정부세종청사에서 간담회를 가졌다. 유 장관은 “해당 방안이 특혜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학력과 학벌중심 사회에서 능력중심 사회로 전환하는 방안이다”며 “대졸자와 다른 직렬의 고졸 공무원 채용을 확대한다는 것이 이번 대책의 주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즉 고졸취업으로 성공할 수 있는 경로를 구축하는 것은 입시경쟁 위주의 교육·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열쇠라는 것이 교육부의 주장이다.

 

 능력중심 사회의 시작은 정책이 아닌 관심

위와 같은 방안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어떨까. 김준한(행정) 교수는 “국민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기관의 구성원이 되어 공무를 담당할 수 있는 권리로서 공무담임권은 헌법상의 권리인데 고졸 학력이 공무원으로서의 자격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면 이를 시정하고 개선하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의무이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한편으로 해당 방안이 능력 중심 사회의 실현과 직결되는 지에는 의문을 표했다. 능력 중심 사회는 각자의 적성과 능력에 맞는 일을 할 수 있는 사회를 의미하지만 단순히 고졸 공무원을 확대하는 것으로 영향력을 키우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채용과 관련해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도록 사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최근 확산되는 블라인드 채용 같은 제도가 도움이 될 것이고 정부는 물론 대기업과 공공기관들까지 좀 더 시간과 비용을 들이더라도 자기 조직에서 필요한 능력을 선별하는 인재 선발 방법들을 고안해 내고 이들을 투명하게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를 비롯한 기업의 관심과 노력의 필요성을 대두시켰다. 덧붙여 “이런 채용과정이 정착된다면 대학교육도 그에 맞추어 한층 더 내실화되어 갈 수 있을 것이고 이러한 노력들이 쌓여 점차 능력 중심 사회를 향해 천천히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다양한 의견들이 대립하는 상황임에도 우리 사회가 입시경쟁과 학벌주의를 벗어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이해야 한다는 사실에는 틀림이 없다. 특히 고졸취업 활성화 방안에 대한 논의는 우리나라 교육과 관련된 취업 문제로, 정부는 사회 현상과 더불어 구조적인 측면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그 격차를 줄여나가고자 노력해야 한다. 단순히 제도적인 차원이 아닌 학벌로 인해 차별받고 소외당하는 이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찾아간다면 진정한 능력 중심 사회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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