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진행된 제38대 총학생회 보궐선거 정책 공청회에서 ‘학생자치 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대한 질문이 제기됐다. 우리 학교 성 소수자 동아리 ‘D.I.P’(이하 DIP)의 부원 한 명이 총학생회의 장애학생 대상 공약 부재를 문제 삼으며 교내 소수자의 권익 증진을 위한 기구인 인권위 제정을 ‘다움’ 당시 선본에 요구했지만 그 자리에서 확실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우리 학교에서 성 소수자와 채식주의자 등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논의는 거의 이뤄지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DIP 측은 “우리 학교의 가장 큰 문제는 ‘소수자’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담론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고 전했다. 눈에 보이는 차별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 존재 자체가 지워져 있다는 것이다. 채식주의 비거니즘 지향인 소모임 ‘누리달’의 나지선(사회·2) 학우는 “외국인 학우들을 포함하면 교내에 채식주의를 지향하는 학우가 적지 않다”며 “채식주의자들에 대한 담론은 이번 공청회 이전까지 존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담론의 부재 외에도 차별적 행위가 여전한 것 또한 큰 문제다. 정재영(사회·2) 학우는 “학내에서 일어나는 성 소수자 차별 문제들에 대해 포스터와 대자보를 교내 곳곳에 부착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지만 파손되기 일쑤였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DIP 부원은 수업 내에서도 소수자 차별이 심함을 전하며 “고대 그리스의 패망 원인을 동성애라고 주장한 교수님도 계셨고 심지어는 동성애 반대 성명에 우리 학교의 교수님의 성함이 버젓이 있는 걸 보았다”고 밝혔다.

결국 사회적 소수자 문제와 관련해 지금까지 학생회 전체 차원에서 제시된 공약은 장애학생을 대상으로 한 복지 사업 외에는 전무한 상황이다. 학교 측 또한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총장 직속 기관으로 문을 연 인권센터에서도 성 소수자와 채식주의자와 같은 사회적 소수자 이슈에 대한 논의 또한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학교 인권센터장 이진국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러한 이슈를 직접 귀로 들은 것은 처음이다”며 “성 소수자의 경우 사회적으로는 관련 논의가 뜨겁게 진행 중이지만 학내 구성원들 간의 공식적 공간에서 이러한 주제가 논의됐다는 사실은 처음 접하고 특히 채식주의의 경우에는 더욱 생소하다”고 밝혔다.

이미 여러 대학에서는 학생자치 인권위원회가 직접적으로 활동을 전개 중이거나 준비 단계에 돌입하고 있다. 일례로 성공회대학교(이하 성공회대)의 경우 2016년에 첫 인권위원회가 발족한 이후 학생 복지처와 연계해 여러 인권문제들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성공회대 3대 인권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한하늘 씨는 “학내 소수자들의 인권과 존재가 묻히지 않는 인권 친화적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여러 행사나 세미나를 기획한다”고 전했다. 한 씨는 “지난해 인천 퀴어퍼레이드 과잉 진압 논란 당시 성공회대 인권위원회 차원에서 연대 성명을 냈다. 또한 최근에는 동성애자 처벌 반대 운동과 관련해 여러 활동을 진행 중이다”며 “성 소수자뿐만 아니라 장애인 그리고 채식주의자 등 교내의 다양한 소수자 이슈를 포괄하여 활동을 진행한다”고 전했다. 비록 강제성이 없는 기구지만 권고와 제안의 형식을 통해 많은 변화를 끌어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학생자치 인권위원회에 대해 이 교수는 “지금까지 학내 인권과 관련해 중요 의사 결정이 대부분 교수나 교직원 간에 진행됐었는데 학생들이 직접 이러한 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학생자치 인권위원회 제정 논의에 있어 긍정적인 입장을 표했다. DIP 측은 “교내에서는 소수자들이 자신의 요구 사항을 이야기할 창구가 없어서 소통이 되지 않는 것 같다”며 “이에 대한 필요성을 많이 느끼지만 현재의 체계로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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