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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들과 다르다?
  • 이휘영(경제·1)
  • 승인 2019.09.25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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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여학생의 수가 고작 7명이었다. 남학생의 수가 월등히 많은 상태에서 여학생은 다양한 성차별과 성희롱에 노출되어 있었다. 화장을 하고 다니지 않는 친구에게 “얼굴 썩겠다” 또는 “화장 좀 하고 다녀라”라고 농담 삼아 이야기를 한 친구도 있었고 “치마는 짧은 게 제맛” 그리고 “나랑 할래?”등의 성차별적인 말에 항상 노출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에 문제를 제기한 사람은 나를 포함한 여학생 단 두 명뿐이었다. 그들은 아무런 문제의식과 창피함 없이 문제 발언을 쏟아냈고 성차별·성희롱적인 발언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지한 남학생들조차 그저 그 분위기를 지키기 위해 침묵했다. 자신이 그러지만 않으면 되는 문제쯤으로 여기고 있었다.

가수 정준영이 불법 촬영물을 카카오톡으로 지인에게 공유한 것이 밝혀져서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되어 있는 연예인으로 가수 이홍기가 지목되었는데 이홍기는 팬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걱정마쇼”라고 말했다. 본인은 이 문제와 전혀 상관이 없고 자신이 직접적으로 가해를 저지르지 않았으면 이 문제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얘기할 수 있는 그 태도가 매우 불편하다.

‘정준영 동영상’이 실시간 검색어 1위이다. 이는 남성만의 성범죄 카르텔을 상징한다. 피해자가 분명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그 피해자가 강간당하는 모습을 보며 성욕을 해소하기 위해 포르노 사이트에 ‘정준영 동영상’을 검색해본 것이다. 심지어 이 동영상을 돈을 주고 거래하는 모습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는 사람은 없었다. 설령 문제의식을 가졌더라도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그러나 남성들은 모든 남성이 그러는 것이 아니라며 정준영만을 쓰레기라고 몰아간다. 그들을 제물로 삼아 자신은 ‘성범죄 카르텔’에 속해 있지 않다는 것을 ‘강간 문화’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은 ‘국산야동’을 소비한 적이 있을 것이다. ‘나는 국산 야동만 보는 애국자’라는 말을 쉽게 하는 사회에서, 그 누구도 피해자의 입장에서 성욕을 해소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고등학교에서 진행한 2차 가해를 멈추어달라는 취지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에도, 교장 선생님께서 직접적으로 강간을 한 게 아닌 영상을 보는 행위가 왜 가해 행위인지 따지듯 물은 적이 있었다.

버닝썬 약물 강간 사태를 보자. 여성을 원하는 수요자가 있고 약물과 폭력으로 여성을 공급하는 공급자가 존재한다. 이러한 성매매를 통해 부를 창출하는 클럽 사장인 승리가 있고 강간 과정을 불법으로 촬영해 웹하드에 올려 수익을 얻는 업로더와 그 영상을 가지고 돈을 버는 웹하드 사장이 있다. 불법으로 촬영된 영상이 유통되고 있다는 것을 피해자가 알게 되어 찾아간 디지털 장의사는 피해 영상을 지워주는 척하면서 다시 다른 웹하드 사이트에 유통시킨다. 당신들이 그 불법 촬영물을 소비함으로 인해 피해자들은 고통받는다. 당신들이 직접적으로 가해하지 않아도 피해자에게는 가해 행위로 돌아오는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많은 사람이 이번 승리와 정준영 사건을 개인의 문제로 본다. 모든 남성이 그러는 것이 아니라며 개인의 일탈쯤으로 여길 뿐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과연 연예인만 처벌하면 끝날 문제인가? 이번 ‘버닝썬 게이트’로 밝혀진 약물 강간과 클럽 성폭력이라는 사회 문제에는 침묵한다. 연예인들의 불법 촬영물 공유에만 문제를 제기하지 ‘웹하드 카르텔’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이를 용인하는 ‘강간문화’와 ‘성범죄 카르텔’이 현 사회에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휘영(경제·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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