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막한 현실에 치여 사는 우리에게 한 편의 시는 그늘을 비추는 햇볕처럼 따스한 위로가 된다. 

이정하 시인이 써 내려간 사랑 시들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담담하면서도 애절한 그의 감성을 고스란히 전한다.이정하 시인의 시에서 단연 돋보이는 소재는 '사랑'이다. 소박하지만 꾹꾹 눌러담은 그의 시에 독자들은 깊이 공감하며 그를 통해 진정한 사랑을 배우고 성장한다. 

이처럼 시인이 써 내려간 사랑 시들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담담하면서도 애절한 그의 감성을 고스란히 전한다. 

 

 

Q 작년 1월 산문집 『우느라 길을 잃지 말고』를 출간하신 후 어떻게 지내셨어요?

A 새로운 시집을 내기 위해서 꾸준하게 시를 쓰고 있어요. 가끔 강연하기도가끔 강연을 하기도 하고 라디오 방송에서 시 낭송과 시 소개도 하면서 지냈어요.

 

Q 처음 시인을 꿈꾸게 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릴 때부터 책 읽는 걸 좋아해서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 문예반에 들어갔어요. 거기서 시화전을 열었는데 다짜고짜 시를 내라고 하더라고요. 고등학교 1학년 때라서 아무것도 몰랐지만 일단 시를 써서 냈어요. 근데 그 시가 당시 1년 선배였던 안도현 시인의 손을 거쳐 완성되니 정말 근사한 거예요. 그렇게 문예반 활동을 시작하면서 알게 모르게 점점 시를 더 잘 쓰고 싶다는 의지가 생겼죠. 그때부터 ‘앞으로 어떤 직업을 가지게 되더라도 반드시 시를 써야겠다’는 꿈을 갖게 됐어요.

 

Q 안도현 시인님과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였다면 친분도 두터울 것 같아요.

문예반에 들어가서 처음 만난 선배가 안도현 시인이었어요. 안도현 선배는 고등학생 당시에도 고교생 현상 문예 백일장을 거의 휩쓸다시피 했어요. 문예반에서는 물론 선배 하숙방에 같이 가서 놀거나 서울로 백일장을 다니면서 형제보다 가까운 사이로 지냈죠. 사실 제가 원광대학교를 간 이유도 안도현 시인 때문이에요. 고등학교를 졸업해서도 선배랑 같은 학교를 다니고 싶은 마음이 컸거든요.

 

Q 시인으로 등단하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A 저는 장학금을 받지 않으면 대학교를 다니기가 어려운 형편이었어요. 근데 당시 우리 학교는 문단에 등단을 하면 장학금이 나왔어요. 그래서 장학금을 목적으로 대전일보와 경남신문에 응모를 했는데 모두 당선이 됐어요. 그렇게 비교적 빠른 나이에 등단을 했는데 아마 당시 대학을 다니고 싶다는 절박함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Q 시인님의 대학시절에는 문학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많았나요?

그때는 저항시나 사회 참여시들이 대학생들 사이에서 많이 유행했어요. 그리고 암울한 시대상도 그 인기에 한몫했다고 생각해요. 제가 대학교 1학년이 됐을 때 날마다 학교 앞에서 데모를 했어요. 물론 그때도 서정적인 시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시대의 아픔이나 내 이웃의 아픔을 외면할 수는 없는 것이죠. 학생들도 열사를 추모하기 위한 시나 사회적인 분위기를 담은 시를 쓰곤 했고요.

 

Q 시를 읽다 보니 사랑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많은 작품을 쓰셨더라고요. 사실 가장 흔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사랑에 관한 시를 쓰시는 이유가 있나요?

사랑은 시의 모태라고 생각해요. 표현할 수 있는 많은 감정의 근원이 사랑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다만 그게 남녀 간의 사랑만으로 국한되지 않고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이나 국가에 대한 사랑도 모두 포함하는 것이죠. 저는 사랑을 노래하는 글을 써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일이 제 나름의 사회적 소명이라고 생각해요.

 

Q 시인님의 작품이 주로 사랑에 대한 자조적인 태도를 띠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A 문학을 통해 위안을 얻고 감동받는 순간은 대개 슬프고 괴로울 때에요. 힘들고 괴로운 사람들이 제 시를 보고 위안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눈물은 펑펑 흘리고 나면 마음이 시원해지는 것처럼 시로써 독자들을 한없이 슬프게 만들어서 오히려 위안 받게 하는 것이죠.

 

Q 작품의 글감이나 비유적인 표현들의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얻으시는지 궁금해요.

A 세상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되는 거죠. 함께 존재하는 사물에 대한 관심이요. 그렇게 끊임없이 세상 모든 일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까 좋은 글들이 탄생한 것 같아요.

 

Q 사실 많은 사람들은 문학적인 감성이나 표현력은 타고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시인님의 생각은 어떠세요?

문학이나 예술적인 감각은 어느 정도 타고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작가는 세상을 다르게 보는 눈이 있거든요. ‘開眼(개안)’ 마음의 눈을 뜨는 거죠. 꽃을 보더라도 꽃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꽃이 피기까지의 과정을 봐야 해요. 남들이 스쳐지나가는 것을 유심히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바로 작가에요.

 

 

그래, 내가

낮은 곳에 있겠다는 건

너를위해 나를

온전히 비우겠다는 뜻이다.

 

나의 존재마저 너에게

흠뻑 주고 싶다는 뜻이다.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낮은 곳으로’ 中

 

 

Q 요즘은 SNS를 통해서 시인님의 작품들 중 유명한 글귀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곤 하잖아요. 그중 ‘낮은 곳으로’라는 시의 탄생 배경이 궁금해요.

A ‘낮은 곳으로’가 수록된 책이 97년도에 출간한 『그대 굳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라는 시집이에요. 몇 년 전에 보니까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 그 시가 유명해져 있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당시 ‘낮은 곳으로’를 좋은 시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제가 열정을 갖고 쓴 시들은 따로 있어요. 그러다 힘을 빼고 쓴 시가 ‘낮은 곳으로’예요. 오히려 편안하게 썼던 시가 독자들에게 더 어필이 되나 봐요(웃음).

 

Q 시인님이 가장 아끼는 시는 무엇인가요?

A 제가 지금까지 쓴 시들은 대부분이 연시(戀詩)지만 애착을 가진 시는 연시가 아니에요. 가장 좋아하는 시는 『그대 굳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라는 시집에 수록된 시 ‘눈 내리는 겨울밤 꿈의 형상학’이에요. 저는 제가 평소에 느꼈음 직한 감정으로 쓴 시들을 좋아해요. 사랑 시는 사실 제 얘기보다 남의 얘기에서 따온 내용이 더 많거든요. 연애 시는 어쩌면 독자들을 위한 시고 이런 시들은 저 자신을 위한 시인 것 같아요.

 

끝으로

갈수록 왜 이렇게 우울해야 하는

것인지

 

동전소리만

짤랑짤랑 꿈 속을 가득 채우는 것인지

 

생각하는 불면의 밤이 깊어질수록

돌아가고 싶었다 유년의 그 향기롭던 크레용 냄새속으로

한 조각 클레용이 되어 문드러지고 싶었다

 

‘눈 내리는 겨울밤, 꿈의 형상학’ 中

 

 

 

Q 시집을 출간하고 나면 어떤 활동을 하면서 지내시나요?

시집을 내고 나면 큰 숙제를 하고 난 기분이라 한시름 놓고 쉬고 싶어져요. 시를 쓰는 일도 당분간은 하고 싶지 않고요. 그래서 저는 주로 여행을 다녀요. 그러다 자연스레 영감이 떠오르면 다시 시를 쓰고요.

 

Q 시인님의 작품계획이 궁금합니다.

이번해가 끝나기 전에 시집 한 권을 더 출간할 계획이에요. 그리고 언젠가는 아주 아름답고 슬픈 소설도 써보고 싶어요. 언제나 사람들의 마음을 절절하게 만들 수 있는 이야기를 쓰는 게 제 소망이에요.

 

Q 마지막으로 아주대 학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학생들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했으면 좋겠어요.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을 통해 사고의 폭을 넓히고 남이 쓰지 않는 것을 쓰려고 노력해야 해요. 연애도 많이 하고 술도 자주 마시며 닥치는 대로 체험하세요. 그러다보면 남들은 보지 못하고 스쳐 보내는 것들을 잡을 수 있게 될 거에요. 아주대 학생들은 남들과 똑같이 살지 않고 자기만의 인생을 써나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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