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편집장의 역할을 준비하고 있는 요즘 나의 수습기자 시절을 떠올려본다. 나는 소학회와 동아리에서 활발히 활동했고 학생회에도 소속돼 있었으며 각종 술자리에는 절대 빠지지 않는 학생이었다. 하지만 학보사에 들어온 이후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마다 주구장창 이어지는 회의에 참석하고 이틀 밤을 새며 이어지는 마감 일정을 소화하느라 내 일상에는 대대적인 변화가 따랐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서 나는 ‘나 개인이 지겹도록 피해를 보면서도 우리 학교를 위한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참으로 부끄러운 위안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학보사에서 4계절을 보낸 나는 학보사에서 날 위한 한 자리를 내어줬음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기자 생활을 하면서 내가 이 단체를 위해 내려놓은 것들이 아깝지 않을 만큼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다는 깨달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마감을 목전에 두고도 취재를 끝내지 못한 내 모습은 평소 시간 관리를 치밀하게 하지 못한 스스로에 대한 성찰을 가져다준다. 또한 특정 사안에 대해 공격적인 취재원과 대면하게 됐다는 것은 세상에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음을 배울 수 있는 기회다.

결국 바쁜 취재와 기사 작성 그리고 숨 막히는 마감까지 그 일련의 과정이 전부 내가 원하고 즐거워서 내가 욕심이 생겨서 내가 배워갈 것이 많아서 하고 있는 일들이었다. 마음가짐을 달리하자 불평불만이 사라지고 굳이 자아도취식의 위안을 하지 않아도 내가 학보사에 남아있어야 할 이유들이 충분했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학보사에 소속돼 있다는 이유로 일상을 포기하는 것을 감내할 필요가 없다.

나는 이제 학생 기자가 되기 전의 일상을 그리워하지 않는다. 또한 평소 일상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것들을 그 이상으로 얻고 있다. 수습기자였던 내가 정기자가 되기까지 얻은 이러한 마음가짐을 바탕으로 겸손함을 갖춘 부편집장이 된다면 또 다른 배움이 내게 찾아올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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