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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구조사도 잘할 수 있습니다
  • 이정우 수습기자
  • 승인 2019.09.18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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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4일 윤한덕 중앙응급의료 센터장이 과로로 돌연사 했다는 소식이 세간을 안타깝게 했다. 생과 사의 경계에서 온몸을 던지며 일하는 의사들이 도리어 과로로 중환자실에 누워있다는 소식들이 이어지며 국내 응급의료의 고질이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이에 응급구조사들의 업무 범위에 대한 논의 또한 덩달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응급의료는 응급환자에게 ‘언제나’ 의료를 공급하는 체제로 의사와 응급구조사의 역할이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윤한덕 센터장은 생전 SNS를 통해 ‘우리나라 보건계열에서는 면허 또는 자격이 곧 신분이 된다’고 꼬집은 바 있다. 현재 응급구조사들은 의사와 간호사보다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수행 가능한 업무가 적어 ‘응급’구조라는 본래 역할까지 제한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생명을 구해도 규정된 업무 범위를 벗어났다면 위법에 해당돼 고발당하기도 한다.

현행법 상 응급구조사가 전문 의약품을 투여하는 것은 위법이다. 국내 응급구조사가 투여할 수 있는 약물은 응급의료에 주로 사용되는 약물과는 거리가 먼 수액과 포도당뿐이다. 때문에 환자가 벌에 쏘여 아나필락시스 쇼크가 와도 필요한 약물을 바로 투여하면 살 수 있지만 응급구조사들은 투여할 수도 임의로 약물 투여량을 조절할 수도 없어 환자는 그대로 방치된다.

또한 12유도 심전도 검사를 하는 것 역시 위법이다. 응급상황에서조차 응급구조사는 응급환자에게 전극만 붙일 수 있을 뿐 정작 버튼을 직접 누를 수는 없다. 이에 직접적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의 몫이 된다. A씨(61)는 가슴 통증을 느끼고 응급실을 찾은 후 급성 심근경색으로 급히 대학병원으로 옮겨졌다. 응급구조사가 심전도 검사를 할 수 없으니 심근경색을 제때 파악하지 못해 이미 첫 증상으로부터 4시간이나 지난 후였다. 결국 A씨의 골든타임이 허비되는 사이 심장세포가 상당히 괴사해 호흡 곤란과 심부전이라는 합병증을 앓게 됐다. 약물 투여와 심전도 검사의 제한 때문에 의료비와 인적 자원 그리고 무엇보다 환자의 골든타임이 낭비되는 것이다.

반면 해외의 응급구조사들은 응급상황에서 합법적으로 다양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심근경색 의심 환자에게 12유도 심전도 검사하는 것은 기본이다. 스웨덴의 1급 응급구조사들은 환자들에게 제대로 된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 진짜 ‘약물’들을 의사의 지시 없이도 정규처방에 의해 투여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 1급 응급구조사가 해외의 응급구조사보다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실행 가능한 응급 저치가 훨씬 제한적이다.

응급구조사의 업무 범위는 비단 응급구조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의사의 업무과다 문제와 환자의 생명에까지 연결되는 일이다. 최근 응급구조사의 업무 범위 확대가 공론화 되는 것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윤한덕 센터장의 죽음으로 인해 주목되는 단발성 논의가 돼서는 안 된다. 응급구조사의 업무 범위는 16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그동안 응급의료는 의사가 과로하지 않으면 안 되는 형태로 정체돼 있었다. 응급구조사의 업무 범위가 조속히 해결되어 이토록 기형적인 응급의료 구조의 현실을 타개해야 한다.

이정우 수습기자  dj6842@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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