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발생하는 재활용 쓰레기는 원료와 색에 따라 처리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분리과정의 대부분이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이에 값싼 노동력이 풍부한 중국은 이를 활용해 유럽이나 미국 등의 재활용 쓰레기를 수입해 처리해 왔다. 하지만 중국이 환경 보호와 보건 위생 등을 이유로 폐플라스틱과 폐비닐 그리고 폐금속 등 고체 폐기물 24종의 수입을 중단하자 쓰레기를 수출할 곳이 막힌 유럽과 미국 각국은 환경규제가 상대적으로 적은 한국을 돌파구로 여겼다. 이로 인해 지난 4월 국내로 유입된 폐기물은 점차 많아졌고 재활용 폐기물의 가격은 폭락했다. 사정이 어려워진 국내 재활용 업체들은 수익성이 없는 비닐과 플라스틱 수거를 거부했고 이른바 ‘쓰레기 대란’이 일었다. 이에 환경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고 수거하거나 기업과 시민들이 처리비용을 부담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등 긴급조치를 취했지만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되지 못했다.

 

계속되는 플라스틱 전쟁

쓰레기는 크게 생활 폐기물과 사업장 폐기물로 나눌 수 있다. 대체로 가정에서 나오는 생활 폐기물은 재활용 쓰레기와 일반 쓰레기 그리고 음식물 쓰레기로 나뉜다. 재활용 쓰레기는 크게 ▲금속 캔류이나 고철류 ▲비닐류 ▲스티로폼류 ▲종이류 ▲플라스틱류 등으로 분류된다. 일반 쓰레기의 경우 불에 타는 연성 쓰레기와 유리나 시멘트와 같이 불에 타지 않는 불연성 쓰레기로 나뉜다.

최근 재활용 쓰레기 플라스틱과 비닐이 자연적으로 분해되지 않는 점이 문제 되고 있다. 미국의 한 연구팀에 의하면 1950년대부터 플라스틱이 대중적으로 쓰이기 시작해 2015년까지 생산된 총량이 약 83t에 달한다고 한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1996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종이와 플라스틱 등의 포장 폐기물 발생량은 1천 2백 14만 6천t으로 OECD에서 미국 다음으로 가장 많다. 같은 해 미국에선 6천 2백만t가량이 배출됐고 1천 1백만t을 배출한 독일이 3위에 올랐다.

과거 플라스틱은 세상을 바꿀 기적의 신소재로 전 세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플라스틱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오늘날 현대인들은 플라스틱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 플라스틱은 지구 환경과 인류의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다. 세계는 지금 플라스틱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1970년대부터 제기됐던 플라스틱의 환경오염 유발 문제가 약 50년이 지난 현재 심각성이 대두된 것이다.

지난 2월 스페인 해변에서 길이 10m의 향유고래 사체가 발견됐다. 이후 부검을 위해 향유고래의 배를 가른 결과 각종 플라스틱 및 해양쓰레기 29kg이 발견돼 큰 충격을 주었다. 사인은 쓰레기로 인한 복막염. 이보다 앞선 2010년에도 폐비닐과 테이프 그리고 폐플라스틱 등으로 배 속을 가득 채운 회색 고래의 시체가 발견돼 플라스틱의 해양생태계 파괴 문제가 수면 위로 올랐다. 플라스틱을 먹고 죽은 알바트로스의 사체 사진과 콧속에 플라스틱 빨대를 지니고 살던 바다거북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은 세계 최대 동영상 사이트 YouTube에 공개되며 플라스틱 문제의 심각함을 보탰다.

이제찬(환경) 교수는 특히 미세 플라스틱의 위험성에 대해서 언급했다. 미세 플라스틱은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이 파도와 자외선에 의해 분해되면서 ‘마이크로비즈’라 불리는 크기 5mm 이하인 미세 플라스틱으로 변하게 된다. 이러한 미세 플라스틱은 세안제와 스크럽제 그리고 치약 같은 생활용품에도 포함이 되는데 이것은 물에 녹거나 으깨지지 않고 하수처리장에서도 걸러지지 않아 인체에 그대로 흡수되거나 바다로 유입되기도 한다. 이 교수는 “독성 물질을 지닌 미세 플라스틱은 바다의 먹이사슬에 따라 결국 우리 인간의 몸에 축적된다”며 “몸에 쌓인 미세 플라스틱이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정확히 예상할 수 없어 더 무서운 것이다”고 말했다. 인류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플라스틱이 생태계는 물론 전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바다에는 지도에도 없는 거대한 섬이 만들어지고 있다. 북태평양 하와이와 캘리포니아 사이에 대한민국 면적의 15배가 넘는 곳에 약 1조 8천억 개의 플라스틱 쓰레기 섬이 있다. 쓰레기 섬은 5대양 곳곳에 형성되고 있으며 남태평양에는 펭귄이 정착해서 사는 곳도 발견됐다. 비영리 연구단체 오션클린업파운데이션에 따르면 섬을 이루고 있는 폐플라스틱의 개수는 약 1조 8천억 개이고 무게는 약 8만t에 이른다고 한다. 이는 약 8만 년이 걸려야 처리가 가능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우리나라의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98.2kg으로 미국(97.7kg)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지난 5월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50% 줄이는 것을 목표로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한 것이다.

정책의 일환으로 환경부는 지난 8월 1일부터 카페 내 일회용 컵 규제를 실시했다. 이에 따라 카페 내에서 일회용 컵 사용이 적발되면 최대 2백만 원의 과태료가 사업장에 부과된다. 일회용 컵과 플라스틱 빨대 등 대체 가능 제품이 있는 일회용품을 단계적으로 금지해 다회용품으로 바꿈으로써 환경오염을 초래할 수 있는 폐기물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서다. 또한 마트와 택배 등의 이중포장도 법적으로 제한하고 포장 용품도 친환경으로 대체했다. 현재 업계에서는 자발적으로 과대포장을 자제하면서 정부에 정책에 동참하고 있다. 이에 이 교수는 “이러한 정책이 시행되면서 텀블러 사용자를 많이 볼 수 있었다”며 “정책이 정착되어 인식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일반 쓰레기 처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

우리나라는 1994년부터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전국에서 쓰레기 종량제를 시행하고 있다. 쓰레기 종량제는 배출량에 따라 처리비를 차등적으로 부과하는 제도다. 적용대상 폐기물은 일반 가정과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한 생활폐기물로 즉, 일반 쓰레기다. 배출자는 일반 쓰레기를 규격봉투에 담아 배출해야 한다. 이후 재활용이 가능한 것을 제외한 폐기물을 수집 및 운반해 적환장에 모은 다음 종류에 따라 곧바로 매립하거나 소각 처리한다.

지난 3월 환경부에서 진행한 제5차 전국폐기물 통계조사에 따르면 하루 평균 1인 쓰레기 배출량이 2002년 7백 29g에서 2017년 9백 29g으로 늘었다. 15년 사이에 1인당 2백g의 쓰레기가 더 많이 배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매년 많은 양의 쓰레기 매립이 진행됨에 따라 전국의 많은 매립지가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다. 2016년 기준으로 연간 매립되는 쓰레기의 양은 1천 2백 90만t이고 소각으로는 8만 80만t으로 해마다 엄청난 양의 폐기물이 매립과 소각되고 있다. 이 쓰레기를 10m 깊이의 구덩이에 매립한다고 가정했을 경우 여의도 면적의 절반 정도의 매립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의 매립지 평균 수명은 10년이 채 되지 않고 있다. 현재 쓰레기 매립지 확장이 시급하지만 매립지 건설을 두고 전국 곳곳에서 갈등이 심각해 더 이상의 시설 설치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또한 쓰레기 처리는 비용 문제와도 직결된다. 현재 전국 음식물 쓰레기 처리비용만 연간 1조에 육박한다. 뿐만 아니라 쓰레기 매립지에서 나오는 오물이나 악취 등 각종 환경 문제 개선을 위한 비용 및 매립지 주변 주민 보상금 등의 추가적인 비용도 요구된다.

이에 정부는 최근 생활폐기물의 감량과 자원화를 통한 생활폐기물 직매립 제로화 및 자원순환사회 구축으로 전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부터 45억 원이 투입되는 ‘생활계 폐기물 직매립 제로화 전처리시설 설치’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종량제봉투 속 혼합쓰레기의 고품질 자원화 및 물질 재활용을 극대화하고 있는 중이다. 또한 지난 7월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에너지저장시스템 가동을 시작했다. 이 시스템은 전기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밤에 전력을 충전해뒀다가 낮에 사용하는 장치다. 매립지공사는 폐기물자원화시설과 침출수 처리시설 등을 운영하며 연간 97억 원의 전기료를 내고 있으나 이 시스템을 사용하면 연간 10억여 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우리 학교의 쓰레기양도 만만치 않다. 연간 종량제 쓰레기의 양이 대략 7백 80t에 이른다. 이에 지난해 우리 학교의 쓰레기 처리 비용은 1억 2천만 원에 달했다. 이에 총무팀 안영식 과장은 “쓰레기의 양은 매년 비슷하지만 사회적 비용의 증가로 처리비용이 상승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쓰레기 처리비용이 6천만 원 정도 증가할 것이다”고 전했다.

 

편안함만을 추구해서는 환경을 지킬 수 없어・・・

환경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역의 환경정화부터 범국민적 환경교육을 통한 인식개선과 재활용 활성화 등의 다양한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그린훼밀리・그린스카우트연합이다. 그린훼밀리・그린스카우트연합의 김민재 국장은 “쓰레기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모든 곳에서 체감하고 있다”며 “가장 대표적으로는 미세먼지를 들 수 있고 비약적으로는 언젠가 쓰레기 섬이 우리 앞바다에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 동안 겨울과 봄에 미세먼지로 국민들이 큰 고통을 받은 바 있다. 미세먼지 또한 쓰레기를 소각할 때 생기는 화학물질들이 엉겨 붙어 만들어진 것으로 쓰레기로 인한 피해 중 하나인 것이다. 위와 같이 쓰레기 관련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연합은 시민들이 직접 쓰레기 문제를 확인하고 해결해보려는 시도를 주요 활동으로 하고 있다. 김 국장은 “재활용 쓰레기를 직접 수집해 재활용 제품을 제작 판매하고 있다”며 “전체적인 과정을 스스로 기획하고 운영하면서 인식 개선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02년에 세계 3대 환경단체 중 하나인 ‘지구의 벗’ 회원단체로 정식 가입해 협력하고 있는 환경운동연합의 황성현 정책부장도 쓰레기 피해로 미세먼지를 언급했다. 그는 “우리가 즐겨 먹는 조개류는 상당한 양의 미세 플라스틱으로 오염돼 있지만 크기가 너무 작아 인식하지 못한다”며 “지금처럼 플라스틱을 사용한다면 머지않아 바다에 어류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전했다. 환경운동연합은 현재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와 같은 일회용품 줄이기에 동참하고 있다. 또한 환경부나 지자체와 함께 커피전문점과 같이 일회용품을 대량 소비하는 업종에 대한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황 부장은 “편안함을 추구해서는 환경을 지킬 수 없다”며 “학생들도 조금 불편하더라도 가방에 텀블러 하나 넣고 다니며 일회용품 사용 않는 캠퍼스 만들기를 만들어주면 좋을 것 같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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