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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법망을 뚫고 확대되는 불법촬영 범죄
  • 박인경(정외·3)
  • 승인 2018.12.08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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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동안 6천 4백 65건의 불법촬영 범죄가 발생했으며 이는 하루 17.7건의 범죄가 발생하는 꼴이다. 해마다 교묘한 수법의 범죄가 많아지면서 더 이상 안전지대를 찾기 어렵다. 학교나 공공장소의 여자화장실에서는 구멍 틈새 등을 휴지로 막아놓은 광경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그 옆에는 ‘몰카, 신고가 예방입니다’라는 모순적인 글귀가 나붙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불법촬영 범죄는 가해자의 비율이 남성 97%로 압도적이다. 그러나 여성 가해자가 저지른 ‘홍대 몰카 사건’을 계기로 불법촬영 처벌에 대한 관심은 더욱 뜨거워졌다. 당시 피의자를 포토라인에 세웠고 ‘이례적으로’ 1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당연한 절차를 두고 이례적이라 칭하는 이유는 2017년 기준으로 그동안 불법촬영 범죄 가해자의 구속 수사는 5천 4백 37명 중 1백 19명인 2.2%에 불과했고 판결이 집행유예나 선고유예로 마무리 되는 경우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대구지방법원은 15차례에 걸쳐 여성들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도 여성 74명의 신체를 촬영한 B씨에게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심지어 연인과의 성관계 영상을 몰래 촬영한 20대 남성은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했음에도 반성했다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최근 데이트 폭력과 결합된 형태의 디지털 성범죄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얼마 전 한 연예인의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겠다며 협박한 전 애인의 기사가 보도됐다. 그리고 이번 주에는 ‘일베 여친 불법촬영’이 논란 되었다. 수사가 시작되자 허술한 법망을 비웃듯 이들은 처벌을 피하는 방법을 공유하고 있다. 모르는 사람에게도 심지어 연인에게서 조차 이러한 디지털 성범죄의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여성들의 현실이다.

범죄자는 불법 촬영물을 웹하드에 업로드해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한 번 인터넷에 올라간 영상은 지워도 계속해서 다시 생겨나 이에 목숨을 끊는 피해자도 생겨났다. 피해자들은 증거를 수집해 가해자를 기소하러 가더라도 이후 해외 IP를 조회하기 어렵다며 합의를 권유하는 경찰의 소극적 수사와 경미한 처벌에 낙담한다. 올해 7월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불법 촬영물을 이용해 엄청난 부를 얻은 웹하드 업체와 이를 삭제하는 필터링 업체 간의 유착 관계가 밝혀지면서 피해자들을 더욱 낙담시켰다.

그러나 피해자들에게 절실한 법의 보호망도 부실하다. 성폭력 처벌법 제 14조 ①항에서는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ㆍ판매ㆍ임대ㆍ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ㆍ상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촬영한 부위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지’의 기준이 모호하여 여성의 허벅지를 촬영하였음에도 무죄를 선고받기도 한다. 또한 대법원은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그 영상을 다시 촬영하여 피해자에게 보낸 경우 ‘다른 사람의 신체’가 아닌 영상을 찍은 것이기 때문에 성폭력 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보았다.

지난해 국회는 이를 바로 잡기 위해 여러 법안을 발의했다. 당시 박남춘 등 여야 의원 13명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14조의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 문구를 개정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 외에도 한동안 잠자고 있던 법안들은 사태가 너무나도 심각해진 지금에서야 논의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디지털성범죄의 가해자에 대해 현행법제보다 엄중하게 처벌하는 방향으로 벌금형이 아닌 징역형으로 가중해야 하며 가해자에게 불법촬영물의 삭제비용 등을 전부 부담시키는 등의 법제도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불법 촬영물을 소비하는 행위 또한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 이를 소비하는 행위는 웹하드 카르텔을 공고화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문제 해결 과정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박인경(정외·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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