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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밖 개구리’가 되기까지, 310일 간의 여정
  • 변현경 기자
  • 승인 2018.12.08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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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세계 일주자 김다연. 그녀는 충청북도 단양에서 자랐으며 그중에서도 전교생이 70여 명밖에 되지 않는 학교에 다니는 시골 소녀였다. 단양을 떠나 용인으로 이사를 왔을 때 봤던 도시의 모습은 마치 해외여행을 온 듯 신기했다고 한다. 그녀는 자신을 ‘우물 안 개구리’였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랬던 그녀는 대학생이 된 뒤 무려 19개국에 발을 내디뎠다.

물론 여행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여행 중 돈을 잃어버려 한국에 돌아올 수조차 없는 상황을 직면하기도 했다. 여비가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다수 대학생들은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직접 그림엽서를 그려 팔아 잃어버린 돈보다도 훨씬 큰돈을 벌었다. 학창시절 겁이 많았다던 그녀는 여행 도중 본인의 도전적이고 위기 대처에 능한 면모를 발견했다. 여행을 하면서 갖가지 경험을 거쳐 ‘우물 밖 개구리’가 된 그녀는 이제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안녕하세요. 저는 10개월간 19개국 72개 도시를 여행한 김다연이라고 합니다.

Q 대학생의 신분으로 짧지 않은 시간을 여행으로 보낸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일 것 같아요. 부담되는 부분은 없었나요?

A 사실 아주 많았어요. 흔히 취업은 최대한 이른 나이에 하는 게 유리하다고 얘기하잖아요. 또 공부를 중단하게 되면 그사이에 머리가 굳는다는 말도 많고요. 제가 준비한 로스쿨의 경우 특히 꾸준히 공부한 뒤 바로 시험을 보는 게 훨씬 유리해요. 그래서 남들보다 뒤처질지 모른다는 강박관념이 저를 망설이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Q 그런 부담 속에서도 여행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제가 대외활동이나 아르바이트도 굉장히 많이 했고 학점도 열심히 챙기는 편이었어요. 그래서 남들은 저를 보고 대단하다고 하는데 스스로는 남들의 칭찬에 제가 겉멋만 들었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제가 속이 알찬 사람은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텅텅 빈속을 채우려면 새롭고 이질적인 경험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학업을 이어나가고 시험에 합격해서 직업을 가지게 될 미래를 상상해봤어요. 계속 학업과 근무에 시달려야 하잖아요. 그래서 나중에는 1년이라는 시간을 자유롭게 보낼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에게 주어진 일을 멈추고 제가 하고 싶은 일만 할 기회가 평생 없을지도 모른다는 회의감에 시달렸고 결국은 휴학을 감행했죠.

Q 여행지와 코스를 선정하는 본인만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A 저는 여행지와 코스를 결정할 때 첫 번째 기준이 ‘어느 계절을 어느 장소에서 보내고 싶은지’였어요. 다른 세계 일주자들 특히 대학생들의 경우에는 돈을 아끼려고 싸고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코스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저의 경우에는 11월의 인도가 예쁘다는 얘기를 듣고 11월 코스를 인도로 잡았어요. 12월에는 여름의 크리스마스를 느껴보고 싶어서 호주를 방문했고요. 1월부터는 남미가 여행 적기라서 호주 여행을 끝내고 바로 남미로 넘어갔어요. 물론 교통비가 매우 많이 들어서 숙박비나 식비에서 많이 절약해야 했지만요.

Q 하필 ‘혼자’ 여행을 떠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예전에 친구랑 둘이서 싱가포르로 배낭여행을 간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저는 시골에서만 쭉 자라왔고 친구는 여행 경험이 많은 편이었죠. 그래서 저도 모르게 겁이 날 때마다 친구에게 의지하면서 여행했어요. 그러다가 친구랑 의견이 갈리는 일이 생겼어요. 친구는 오른쪽 길이 저는 왼쪽 길이 더 빠를 거라고 주장했거든요. 결국엔 타협점을 찾지 못해 각자 자기가 원하는 길로 이동하기로 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한 시간 정도를 혼자 돌아다니게 됐죠. 겁이 났지만 사진을 포기할 수가 없어서 외국인들에게 사진 찍어달라고 부탁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대화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았는데 그 상황이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친구랑 함께 다닐 때는 다른 사람들과 교류할 기회가 전혀 없었는데 그 한 시간 동안 혼자 하는 여행의 진정한 묘미를 알게 됐어요. 결국 싱가포르를 다녀온 후에 그 감정들이 그리워져서 혼자 내일로 여행을 다녀왔어요. 그 후에는 해외도 혼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Q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은 무엇인가요?

A 정말 많은데 그중에서도 첫 번째를 꼽자면 파리와 산티아고에서 있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제가 파리에서 실수로 50유로를 잃어버렸거든요. 50유로면 한국 돈으로 7만 원이에요. 당시 저한테는 그 돈이 일주일 치 생활비였기 때문에 매우 큰돈이었죠. 파리 다음 목적지는 산티아고였는데 산티아고 순례길을 돌 수 있는 돈도 그렇다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티켓도 없는 상황이 됐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장사를 한 번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파리의 한 문구점에 가서 만 원으로 종이와 펜을 샀어요. 그리고 산티아고로 넘어가 순례길에서 그림엽서를 직접 만들어 팔기 시작했죠. 사실 제가 그림 전공자는 아니다 보니 잘 만든 엽서는 아니었지만 사람들에게 가난한 배낭여행자임을 설명하자 다들 관심을 가져주기 시작했어요. 나중에는 직접 자신들을 그려달라는 의뢰도 들어왔고요. 저는 7만 원을 잃어버렸지만 1만 원을 투자해서 24만 원을 벌 수 있었어요. 수입 중 절반을 이용해서 산티아고 여행도 무사히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죠.

Q 파리-산티아고에서 있었던 경험이 본인에게 가져다준 의미는 무엇일까요?

A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만든 엽서가 결코 예술적으로 훌륭한 것은 아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현지 사람들이 저를 따뜻하게 바라봐준 덕분인 것 같아요. 순례길을 어떻게든 걷고 싶다는 제 마음을 헤아려준 좋은 사람들이 있어서 자금 문제로 무너지지 않고 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또한 이것을 계기로 세상은 온전히 혼자만의 힘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더불어 제가 남들에게 도움을 받는 만큼 저도 남들을 많이 도와줘야겠다고 느꼈죠.

Q 여행이 즐거울 때도 많으셨겠지만 한국이 그리우셨을 때도 있었을 것 같아요.

A 저는 특히 음식 향수병이 심해서 한국이 많이 그리웠어요. 제가 매콤한 음식 특히 떡볶이를 매우 좋아하는데 외국에서 파는 떡볶이는 맵기도 덜할뿐더러 저희가 알고 있는 떡볶이와 맛 자체가 달라요. 고추장으로 양념을 하는 게 아니거든요. 심지어 인도에서 먹었던 떡볶이는 현지에 떡이 없어서 수제비처럼 반죽을 떼서 만든 떡볶이였어요. 그나마 향수병이 해소됐을 때는 멕시코에서 케사디야를 먹을 때였어요. 케사디야에 ‘피칸테’라는 매운 소스를 넣어 먹었는데 해외에서 먹었던 매운 음식 중 가장 맛있었어요. 그때는 정말로 여행을 계속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Q ‘20대’ ‘여성’이 ‘혼자’ 여행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여행하면서 알게 된 팁이나 노하우가 있을까요?

A 제가 워낙 위험한 지역 위주로 여행을 했기도 하고 제가 여행을 떠났을 때만 해도 여행 커뮤니티가 지금보다 덜 활성화돼있던 때에요. 그래서 저는 현지인 친구들에게 들은 팁을 유용하게 이용했어요. 브라질에 있을 때 친구가 리우나 상파울루에 있을 때는 눈에 띄면 위험할 수 있으니 최대한 꾸미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모든 액세서리를 다 빼고 슬리퍼를 신었어요. 옷도 머리부터 말끝까지 무채색으로만 입고요. 또 다른 팁은 핸드폰 사용을 최소화하는 거예요. 아무래도 혼자 여행을 하다 보면 핸드폰을 볼 일이 자주 생기는데 핸드폰을 꺼내자마자 훔쳐서 도망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핸드폰을 최대한 안 꺼냈고 반드시 핸드폰을 봐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가까운 은행에 들어가서 확인했어요. 길을 몰라서 핸드폰 지도를 켜두고 걸어야만 할 때는 여행객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무작정 따라간 적도 있어요. 예를 들면 카메라를 목에 맸다든지 주위를 두리번거린다든지 하는 사람들이요. 그러다 보면 다들 루트가 비슷해서 제 최종 목적지가 나오곤 했죠.

Q 한국에 돌아오신 뒤 여행에서 찍은 사진으로 손거울이나 배지 등을 제작하셔서 플리마켓을 열었다고 들었어요.

A 꽤 긴 시간 동안 여행을 했고 너무나 소중한 추억들을 쌓았다고 생각했는데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그 기억들이 점차 흐려져 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제 추억들을 가시적으로 만들어 사람들과 공유한다면 오래도록 남아있을 것 같았고요. 여행 중에 그림엽서를 만들었던 것처럼 원체 만들기를 좋아해서 제작하는 과정도 참 즐거웠어요. 굿즈 판매도 손익분기점을 훨씬 넘었으니 플리마켓을 처음 기획했던 것에 비해 매우 성공적이었던 것 같네요.

Q 앞으로도 여행을 꾸준히 다니실 생각이신가요?

A 사실 앞으로의 여행은 고민을 좀 해봐야 할 것 같아요. 왜냐하면 여행을 하면서도 제가 정말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인지에 대한 확신은 없었거든요. 여행 그 자체보다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환경이 좋았던 것 같아요. 애초에 19개국 여행을 떠났던 것도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가지면 이런 기회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결심했던 일이에요. 그래서 이런 분명한 목적의식이나 계기가 없다면 단순히 휴가철이라고 해서 또는 값싼 항공 티켓이 나왔다고 해서 여행을 떠나지는 않을 것 같아요. 간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단기여행을 가고 싶어요. 가족들 또는 친구들과 함께여도 좋고요.

Q 여행과 관련해서 또래 대학생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씀 한마디만 해주세요.

A 만약 여행을 꺼리고 있는 친구가 있다면 굳이 가라고 강요하고 싶지는 않아요. 저 역시 여행 자체를 아주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때가 온다면 그 때에 맞춰 가면 된다고 생각해요. 다만 여행이 아니더라도 자신만의 특별한 방법을 만드는 일은 중요해요. 저는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서 여행이라는 수단을 이용한 거예요. 여러분들은 모두 각자의 꿈에 걸맞은 또는 나이가 들어서는 절대 할 수 없을 것 같은 일을 만들어보세요. 그리고 학업을 중단하거나 타지로 떠나는 것을 너무 두려워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대학생들이 휴학을 망설이는 이유는 대부분 취업이 늦어져서 친구들보다 뒤쳐질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에요. 그런데 제가 휴학과 여행을 막상 경험해보니 그 고민들은 학교를 다녀도, 안다녀도 항상 하게 되는 고민들이었어요. 어차피 해야만 하는 고질적인 고민이라면 하고 싶은 일을 질러보는 게 나쁘지 않다는 걸 꼭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변현경 기자  gusrud7450@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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