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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는 결코 면죄부가 될 수 없다.
  • 변현경 기자
  • 승인 2018.12.08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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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9일 음주 상태의 40대 남성이 자신의 민원을 해결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70대 경비원을 폭행하는 사건이 있었다. 경비원은 직접 경찰에 신고를 하던 중 의식을 잃어 뇌사상태에 빠졌고 끝내 지난 23일 숨졌다. 하지만 피의자는 범행 당시 본인이 만취상태였고 아무런 기억이 남아있지 않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경비원의 유가족이 해당 사건에 대한 청원을 진행 중이며 국민들의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도 주취감형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나영이 사건’의 피의자 조두순의 출소를 반대하는 청원이 61만 5천여 명의 참여를 기록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실질적으로 조두순에 대한 재심은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또한 나영이 사건 이후에도 횡성 성폭행 사건과 중국 동포 살해 사건 등에 주취감형은 계속해서 이뤄졌다. 이에 일부 국회의원들이 흉악범죄에 대한 주취감형을 폐지하자는 특례법 개정안을 발의해왔지만 국회에서는 신중을 기한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었다.

심신미약이란 정신적 기능이 쇠약하여 시비를 변별하는 능력이 감퇴되어 있는 상태를 말한다. 물론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가 우울증이나 조현병 등의 증상을 보이는 경우에 죄를 감경해주는 절차가 모두 불합리한 것은 아니다. 정신질환의 경우 병을 앓을 것인지에 대한 선택 여부가 환자에게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병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바로 음주 상태에서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을 이유로 들어 감형이 이뤄지는 ‘주취감형’이다. 애초에 주취감형이라는 단어는 형법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형법에는 가해자를 심신미약 상태로 이끌 소지가 있는 구체적인 항목들이 규정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 주취감형 사례는 단지 음주가 가해자의 심신미약을 초래했다는 판사의 판단 하에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더욱 거센 반발을 낳고 있다.

경찰청이 2012년부터 5년간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강도 ▲살인 ▲성폭력 ▲절도 ▲폭력을 말하는 5대 강력범죄 4건 중 1건 이상이 가해자의 음주 상태에서 이뤄지고 있다. 심신미약 참작이 이미 범죄자들의 단골 레퍼토리로 전락한 실정에서 주취감형이 지속된다면 국민들이 법에 대해 가지는 불신이 더욱 깊어질 뿐이다. 실제로 독일이나 프랑스의 경우에는 사리분별이 어려워지고 판단이 흐려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만취 상태에 이르기까지 술을 마셨다는 이유를 들어 오히려 가중처벌을 내리고 있다.

정신질환에 의한 심신미약을 참작하여 처벌을 감해주는 것과 달리 주취감형에 있어서 유독 여론이 거센 이유는 범죄에 대한 책임 주체에 있다. 앞서 말했듯이 정신질환의 책임은 피의자. 즉 환자에게 달려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음주는 본인의 자발적인 행동으로 책임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 19일 양형연구회와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대법원에서 ‘음주와 양형’이라는 이름으로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했다. 그 자리에서 최형표 대법원 재판연구관은 “음주 후 범행이 이뤄진 사안에 대해 권고형량 범위가 적정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도 있다”며 “그럴 때는 과감하게 기준을 벗어난 양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발표했다.

따라서 술을 마신 상태였다는 점은 이제 절대로 그들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 더 나아가 음주가 범죄자들을 형벌에서 구원해 주는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주취감형은 폐지돼야만 한다.

변현경 기자  gusrud7450@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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