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까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와 팔렘방에서 제 18회 하계 아시안 게임이 개최됐다.
2주 동안 다양한 경기로 큰 재미를 선사한 남자 축구와 남자 야구의 결승은 무려 한일전이었다. 하지만 온 국민의 관심은 금메달이 아닌 선수들의 군 면제에 쏠려 있었다. 야구 대표팀과 축구 대표팀은 각각 3회 그리고 2회 연속 우승이라는 기분 좋은 성과를 냈지만 여론은 싸늘했다. 경기 후 선수의 기량이 아닌 병역특례에 맞춘 선수 발탁 과정으로 야구 대표팀에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주목한 ‘토트넘 손흥민의 군면제’ 소식은 마냥 유쾌하지만은 않다. 아시안 게임에서 2년 연속으로 일군 대한민국 남자 축구의 우승은 여러모로 의미 있는 성과였지만 주요 헤드라인은 선수들의 군 면제에 머물러있었다. 우리나라와 결승을 치룬 일본에서 “군 면제 받으려고 뛰는 한국 팀은 당해낼 수 없다”라는 발언이 나올 정도니 군 면제에 대한 관심은 으레 짐작할 수 있다.
45년 전 도입된 운동선수 병역특례 제도는 국위 선양과 문화 창달의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현재는 군 면제 혜택을 받는 선수들 간의 형평성 문제와 기준의 모호함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병역특례는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문제를 지적받으며 점수누적제 도입 또한 꾸준히 제기돼 오고 있다. 성과를 인정하는 대회를 정하고 선수들의 해당 경기 성적을 점수형태로 적립해 기준치에 달성한 선수들에게 병역 혜택을 주자는 것이다. 물론 점수 누적제가 도입되면 경기에서 5분도 채 뛰지 않고 병역 혜택을 받는 상황은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병역특례는 선수들 간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병역의 의무를 지는 모든 대상자를 고려해 보다 정교한 기준을 확립해야 한다.
우리나라 젊은 남성들에게 군 문제는 그 어떤 것보다도 예민하고 중요한 사안이다. 한정된 공간에서 단절되는 경력이 치명적인 것은 비단 체육인만이 아니다. 자유가 허락되지 않는 2년여의 시간이 아깝기는 모두가 매한가지며 하루가 멀다하게 들려오는 군대에서의 불명예스러운 사건들은 거부감을 더한다. 국가로써는 신성한 국방의무일지 몰라도 입대 대상자들에게는 피할 수 있다면 무조건적으로 피하고 싶은 일생일대의 고난일 것이다.
선수들이 태극마크를 달기까지의 노력은 감히 속단할 수는 없으나 문화적 다양성이 증대된 현대사회에서 메달리스트만이 국위선양을 이끌어 낸다고는 말할 수 없다. 체육 및 예술인들의 재능과 경력을 존중하고 땀으로 일군 성과를 치하하는 동시에 나라의 의무를 지탱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또한 병역 혜택이 그것을 수혜 받지 못하는 이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어서는 안 된다. 때문에 군 면제에 대한 논의는 일반 병역 대상자의 입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군에서 의무를 다하는 젊은이들에 대한 일말의 예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