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18.12.10 월 13:07
상단여백
HOME 문화·학술 책 짚고 세상보기
소유냐 존재냐 그것이 문제로다
  • 권남효 수습기자
  • 승인 2018.11.14 00:51
  • 댓글 0

소유냐 존재냐.

햄릿의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를 떠올리게 하는 이 고뇌는 오늘 이야기할 책의 제목이다.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는 소유와 존재 두 실존양식에 대한 고찰이 담긴 책이다. 소유양식은 말 그대로 소유를 중시하는 삶의 방식이다. 이 양식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자신이 소유한 것으로 스스로를 규정한다. 여기에는 물질적인 요소를 포함해 신념, 정체성 등 추상적인 개념들도 포함된다. 소유양식은 물질과 관계한다는 특성 탓에 본질적으로 외부적일 수밖에 없다. 반면 존재 양식은 외부적인 요소 즉 소유에서 벗어나 자신의 존재 그 자체로 스스로를 이해한다. 존재 양식은 체험과 관계하며 필연적으로 내부의 힘에 의존하기 때문에 능동성 독립성 자유 등의 특징을 지닌다.

소비사회에서 사는 우리는 대부분 소유양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소비는 소유의 대표적인 유형 중 하나이다. 물건을 산 직후 우리는 행복감을 느끼고 불안의 감정이 줄어들지만 곧 그 충족감이 중단되고 다시 불안이 찾아오기 때문에 우리는 더 많이 소비하게 된다. 현대 소비자는 ‘나=내가 가진 것 = 내가 소비하는 것’이라는 등식으로 자신의 실체를 확인한다.

프롬은 소비사회에서 벗어날 방법론의 하나로 소유양식에서 존재양식으로의 전환을 주장한다. 존재양식의 삶을 살아감으로써 능동성과 주체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물질과 달리 경험은 텍스트로 표현할 수 없어 존재양식의 정확한 정의를 내리기 어렵다고 했다. 정의도 명확하지 않으며 매뉴얼도 없는 존재양식을 우리는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까.

<그리스인 조르바>는 주인공 ‘나’가 소유양식에서 존재양식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중년의 나이인 ‘나’는 책을 통해서만 세상을 바라보는 현실감각 제로의 책벌레다. 반면 조르바는 자신이 직접 경험한 바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노인이다. ‘나’는 이런 조르바와 함께 일을 하며 정신적 성장을 이룬다. 그 성장은 지식의 영역에서 두드러지는데, 위인들의 말이 세상의 전부였던 ‘나’는 조르바를 통해 위인들의 말에도 허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보다 자신의 의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지식을 소유하며 집착하는 소유양식에서 비판적으로 지식을 바라볼 수 있는 존재양식을 가진 것이다. 조르바와 함께한 사업이 망하고 ‘나’는 오히려 자유로움을 느낀다. 소유양식을 가진 사람은 결과에 집착하게 된다. ‘나’ 또한 결과를 중시하는 사람이었으나 존재하는 삶의 중요성을 깨달은 후 실패는 ‘나’에게 더 이상 두려운 대상이 아니게 된 것이다.

‘나’는 어떻게 존재양식으로 나아갈 수 있었을까. 대부분은 조르바를 만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존재양식은 외부적 요소로써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 근원은 바로 ‘나’의 내면이다. ‘나’는 책벌레의 삶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삶을 살기 위해 떠난 길 위에서 조르바를 만났다. 새로운 삶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의지로 주변을 새롭게 인식하기 시작했을 때 조르바는 술주정뱅이 아저씨가 아닌 실존주의적 영웅이 됐다. 자신의 상황을 인식하고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에서부터 존재양식으로의 전환은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권남효 수습기자  hoy1326@ajou.ac.kr

<저작권자 © 아주대학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권남효 수습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주요뉴스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