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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같은 오늘 하루
  • 이규인(공대) 교수
  • 승인 2014.03.31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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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미얀마 바간을 여행했다. 바간은 3200개가 넘는 파고다로 가득 차 있었다. 건축을 전공한 나에게는 매우 흥미로운 곳이었다. 바간여행은 황홀한 일출로 시작된다. 태양이 연출하는 장엄한 경관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얻는다. 황홀한 마음으로 하루 종일 1000년간의 염원이 담긴 파고다를 즐기기 위해 발바닥이 아프도록 걸어다녔다. 순박한 미소를 지닌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더욱 행복해졌다. 바간에서는 천국에서 잠시 노니는 벅찬 감동을 느꼈다.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나의 여행은 학습여행이고 때로는 순례자의 고행에 가깝지만 여행 중에는 하루가 무척 즐겁다. 반복되는 일상의 하루와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여행과 일상은 무엇이 다를까?
우선 걷는 양이 다르다. 여행 중에는 많이 걷는다. 걸으면서 일상에 찌든 스트레스와 묵은 때가 서서히 빠져나간다. 빠져나간 공간에는 새로운 에너지와 의욕이 충전되는 것을 느낀다.
걷기 힘든 거리는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사람, 물건, 짐승 온갖 것으로 가득찬 치킨버스를 타더라도 현지 문화를 조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여행 중에는 식사와 차 한 잔의 여유를 위해 항상 최고의 장소를 찾는다. 발길가는대로 마음가는대로 즐긴다.
여행 중에는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나에게 감동을 주는 그들의 인격을 배운다. 공동체와 자연과 함께 하는 건축을 보고 많은 깨달음을 얻는다. 여행은 나를 진정으로 살아있게 한다.
여행이 끝나면 일상으로 돌아와야 한다. 진한 추억이 얼마간 남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사라진다. 아쉽다. 일상을 여행처럼 즐길 수는 없을까?
바간에서처럼 오늘 나는 걸어서 집을 나선다. 떠오르는 아침햇살이 좋다. 음악을 들으며 봄기운을 느낀다. 길가에 청보라 제비꽃을 보니 유쾌해진다. 아름다운 꽃을 스마트폰으로 찍어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낸다. 봄을 나눈다.
정류장에 도착해 잠시 고민한다. 어떤 버스를 탈까? 오늘은 많이 걸을 수 있는 노선을 택한다. 버스에서 여러 사람의 다양한 표정을 만난다. 차에서 내려 카페에 들어간다. 여행중인 것처럼 카페에서 커피한잔과 함께 책도 읽고 글도 쓴다. 즐겁다.
점심을 먹은 후 강의실에 들어간다. 나는 오늘 설레는 마음으로, 약간 흥분할 정도로 강의한다. 빛나는 눈망울을 모아주는 학생들의 피드백이 좋다. 강의시간이 짧게 느껴진다.
강의 후 대학원 세미나에 참석한다. 친환경건축에 대한 깊이 있는 토의가 이루어진다. 저녁시간에는 학회 모임에 간다. 또 다른 배움의 시간이다. 저녁식사도 못하고 치맥과 함께 격렬한 토론이 이어지지만, 난 기탄없이 토론을 즐긴다.
저녁에는 늦은 시간이지만 식구와 함께 폼페이라는 영화를 본다. 도시와 건축문화에 관심있는 나로서는 매우 흥미로운 영화다. 지진으로 화석이 되기 전의 폼페이의 멋진 도시경관이 영화내내 가득하다.
즐거운 시간이 최대한 연장되는 하루다. 영화를 즐긴 후 집에 돌아와서도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된다. 소파에 앉아 감동을 이어간다.
밤이 깊어 하품이 나온다. 이제는 자고 싶을 뿐! 나는 내일의 일상도 기대하며 꿈나라로 녹아 떨어진다.

이규인(공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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