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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작은서점]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
  • 정재영(사회·1)
  • 승인 2018.06.30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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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17일 한 여성이 강남역에서 살해당했다. 나에게 이 사건은 안타까운, 그러나 가해자를 욕하는 것 이외에는 뚜렷이 할 것이 없는 그저 그런 사건이었다. 그러나 우리 누나에게 이 사건은 심각하게 다가왔다. 누나는 당장 페미니즘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우에노 치즈코의 [여성혐오를 혐오한다]도 이 때 사온 책이다. 나는 누나의 권유로 책을 집어 들고는 앉은 자리에서 완독했다.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여자라서 살해당했다”는 포스트잇을 이해했다.

페미니즘과 혐오는 2018년의 주요한 이슈 중 하나다.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 사건부터, 여성 검사의 성폭행 폭로로 촉발된 me too 운동, 책 [82년생 김지영], 군 동성애자 색출 사건, 자칭 페미니스트 대통령의 후보 시절 토론회에서의 동성애 반대 발언 등 다양한 혐오와 이에 맞서는 움직임이 있었다. 평등이 거론될수록 혐오는 부상했다. 우에노 치즈코는 여성혐오와 소수자 혐오를 심도 있게 분석하여 [여성혐오를 혐오한다]에 담아냈다.

그렇다면 페미니즘은 무엇인가? 페미니즘은 여성의 권리운동에서 시작하여, 성차별을 중심으로 모든 차별을 타파하자는 사상이다. 페미니즘이 문제 삼는 것은 남성 중심의 이성애 질서인 가부장제다. 가부장제는 ―모든 권력이 그렇듯―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혐오를 사용한다. 권력은 대중들을 효과적으로 지배하기 위해 사람들의 불안과 분노를 권력이 아닌 약자와 소수자에게 돌린다. 혐오는 대중들의 불안과 분노를 해소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언제든지 약자와 소수자로 전락할 수 있다고 암시해 권력에 유리한 방향으로 사람들을 자지검열하게 만든다. 혐오는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대상화와 그에 따른 배제와 폭력이다.

가부장제 아래서는 여성과 성소수자들이 이 혐오의 대상이 된다. 책의 2장 [호모소셜, 호모포비아, 여성혐오]에서 어떻게 여성과 남성 동성애가 혐오의 대상이 되는지 보여준다. 호모소셜(homo social)은 동성 간의 연대를 의미하는데 남성들에게만 존재한다. 호모소셜은 굉장히 친밀해 동성애(homo sexual)와 비슷해 보이지만 동성애와 달리 성적인 것을 억제한 남성간의 연대를 의미한다. 남성은 이 호모소셜 안에서 패권 다툼을 통해 남성성을 부여받고 인정받는다. 반면에 여성은 여성들의 호모소셜이 아니라 남성이 여성성을 인정해준다. 여기서 차이가 생긴다. 남성은 여성을 성적 객체로 대상화하여 바라보고, 여성은 남성에게 ‘간택’ 받을 것을 기다린다. 이는 섹스의 매커니즘과 연결되어 더욱 강화된다. 남성은 페니스를 여성에게 삽입한다. 섹스에서 ‘삽입하는 자’와 ‘삽입당하는 자’의 관계가 성립되고 ‘삽입당하는 이’는 성적 객체로만 존재하는 것이다. 남대생들의 카카오톡 단톡방에서 여성에 대한 대상화된 성희롱이 존재하는 이유도 그것이다. 또 저급한 성희롱에서도 삽입-피삽입 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여자를 따먹는다.’ ‘성기를 박는다.’ 등등의 말에서 삽입하는 남성은 주체로 삽입당하는 여성은 객체로 드러난다. 그러나 그 반대 ‘남자를 따먹는다.’같은 말은 성립하지 않거나 이상하게 들린다.

남성들은 호모소셜을 공고히 하여 권력을 유지한다. 그런데 이를 불안하게 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게이들이다. 게이들은 동성 남성에게 성적 욕구를 느낀다. 이는 이성애자 남성들이 여성들을 성적 대상화하는 것처럼 나도 성적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휩싸이게 만든다. 자신이 삽입당하는 객체가 될까봐 동성애를 그렇게 공격하는 것이다.

최근에 대숲에서 본 글이 있다. 여자화장실 거울에 포스트잇으로 “주의. 사회가 정한 미의 기준에 의해 왜곡되게 보일 수 있습니다.”라고 붙여 놨다. 이를 어떤 여성이 대숲에 “강요하는 것 같아 싫다”라고 올리고 사람들은 댓글에 벌 때처럼 몰려가 물어뜯었다. 나는 저 포스트잇에 동감한다. 여성은 스스로의 여성성을 부여하지 못하니까. 언제나 남성에게 부여받으니까. 그러나 이것은 남성도 마찬가지다. 호모소셜이 정한 남성성에서 벗어나거나 도전한다면, 그 사람들에게는 게이스럽다 혹은 여성스럽다며 혐오의 대상이 된다. 사회가 요구하는 남성성에 부합하지 않는 남성에게,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성에 부합하지 않는 여성에게 남성성/여성성을 강요하는 것은 폭력인 것이다. 페미니즘은 나로 살 수 있는 사상이다. 페미니즘은 모두를 위한 것이다. 꼭 한 번 읽어보길 바란다.

정재영(사회·1)  sonh34@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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