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허재호 전 대주그룹회장의 벌금형 노역 사건이 화제가 됐었다. 노역장에서 일을 하면 하루에 5억원씩 벌금을 감면해주겠다는 말인데 일반적인 노역장 일당이 5~10만원 수준이라는 것을 생각해 볼 때 이는 상상을 초월한 수치이다. 현재 검찰은 결정을 바꿔 벌금 강제집행으로 전환했지만 이미 감옥에 머무른 시간을 계산해보면 채 10시간의 노역도 하지 않은 채 수십억의 벌금은 탕감된 상황이다.
그렇다면 처음 재판부는 어떻게 해서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일까. 재판부 판결문에 따르면 허 전회장이 조세포탈 등의 혐의는 처벌 받아 마땅하지만 기업인으로서의 역할을 다했다며 판결의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납득할 수 없는 점은 허 전 회장이 노역을 수행할만한 능력이 없다는 것이며 과거 삼성 이건희 회장이 1억 1천만원의 노역형이 내려진것에 비해 터무니없이 과한 액수라는 것이다.
사법권이 입법부 및 행정부로부터 독립돼 있는 까닭은 공정하고 정당한 재판을 하기 위함인 것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때문에 어떻게 보면 당연하고 원론적인 얘기지만 사법부는 법치주의 국가의 기본원칙인 ‘법 앞에서 모든 국민은 평등하다’는 사실을 마음속에 새기고 이번일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역관련제도법안의 개선이 필요하다. 하루 일당이 과다하게 책정되지 않아야 하며 벌금액수에 따라 노역일수가 증가해야 한다. 최근 대법원은 이번 사건 이후 노역관련제도법안을 개선하기로 발표했다. 검토 중인 지역 법관 폐지, 순환근무 도입제도도 함께 잘 이뤄져 떨어진 사법부의 위신을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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