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사태’와 함께 대한항공 경영진들이 상습적으로 항공 관련법들을 위반해왔다는 사실이 연이어 드러나고 있다. 내부 직원들의 계속된 제보와 폭로로 언론을 통해 알려진 위반의 정도는 믿기 어려운 수준까지 다다랐다.
그러나 대한항공이 이에 대해 내놓고 있는 여러 해명은 오히려 항공 안전과 각종 규정에 관한 경영진들의 몰상식함만 더 드러내고 있다. 그중에서도 조 회장이 조종석 출입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해명은 대한항공의 안전에 대한 인식 정도가 심각함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원칙상 조종사가 아닌 사람들은 무조건 허가증을 발급받아야만 조종석으로의 제한적인 출입이 가능하다. 이는 ‘9·11 테러’를 기점으로 전 세계적으로 단행된 조치였으며 당연하게도 모기업의 총수에 대한 예외 규정은 존재하지 도 않는다. 결국 조 회장이 출입 권한이 있다는 설명은 해명보다는 총수의 체면을 지켜주기 위한 변명에 불과했다.
거기에 상위 클래스에서의 난기류 경보 방송 중단이 세계적 추세이며 관련 규정이 없다는 해명도 사실상 들을 가치가 없는 변명이었다. 난기류 상황에서 승무원의 개별적인 전달은 오히려 승무원이 안전을 위협받을 수 있으며 기내 안내방송은 벨트 사인을 미처 확인하지 못한 승객이 이를 인지하게 하는 역할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항공기 운항에서 의사 결정은 전적으로 기장에게 모든 권한이 있다. 항공안전법상으로 기장은 운항 안전에 책임을 지며 운항 전반을 지휘 및 감독하는 직책이기 때문이다. 결국 사장 직권으로 기내방송 금지를 명령했던 이 행위는 조 사장이 월권을 행사한 것과 다름이 없다.
최근 들어서는 한진 계열 내에서 자격이 없는 경영진이 대한항공의 계열사인 진에어의 업무를 관장해왔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미국 국적의 조현민 전 전무가 6년 동안 진에어 이사로 재직해왔고 진에어에서 직책이 없던 조양호 회장 등이 진에어 사무를 맡았다는 것이 적발된 것이다.
그런데 대한항공과 진에어 측은 각각에 대해 규정을 몰랐고 불법이 아니라는 변명을 늘어놨다. 하지만 항공안전법과 항공사업법에서는 외국인의 이사 재직의 금지를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규정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또한 무자격자의 의사 결정은 그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없는 자연인에게 항공 안전을 맡기는 것과 다름없는 격이다. 결국 관련법들을 경영진들이 무시해오고 있었음이 또다시 드러난 것이다.
“Excellence in Flight”란 슬로건이 무색하게 현재의 대한항공은 그 어떤 완벽함도 찾아볼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최고의 비행을 선사하고 완벽함을 추구하겠다던 약속도 사라진 지 오래됐다. 이 모든 것은 오랜 시간 동안 경영진들이 자초한 일이었다. 경영진들이 편의에 따라 규정을 손보거나 무시하고 법령을 지키지 않았던 시간에 비례해 대한항공의 완벽함은 점점 사라져만 갔다. 결국 경영진들의 이러한 행태들은 대한항공의 이미지 이곳저곳에 구멍을 내버렸다. 그리고 구멍들을 어떻게든 메우고 경영진들을 지키기 위해 거듭됐던 해명 아닌 해명들은 역설적으로 현 경영진이 물러나야만 하는 이유를 완벽하게 설명해버렸다. 계속된 변명들로 경영진들이 사실상 자격 미달이라는 점과 그들의 슬로건에도 맞지 않는 인물들임을 드러낸 것이었다.
국토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에서는 대한항공과 진에어에 강력한 처벌을 검토하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두 항공사에 대한 처벌도 당연히 시행돼야 하지만 이와 함께 경영진들에 대한 처벌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대한항공을 현재 사태까지 오게 만든 주된 책임의 소재는은 대한항공 경영진들에게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