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점의 부재가 가져온 야간 부스의 변화

지난 1일 내려온 교육부의 주세법 준수 요청 공문 이후 축제를 계획 중이던 각 대학의 총학생회들은 주점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그 논의를 통해 각각의 학교마다 그리고 각각의 단체마다 상이한 주점 운영 방식과 대처방안이 제시됐다.

먼저 주점 자체의 개수가 확연하게 줄었다. 지난해까지는 거의 모든 학과와 동아리가 축제 기간에 주점을 운영하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이번 해부터 주류 판매가 금지되자 많은 단체는 주점에서 발을 빼기 시작했다. 부스 신청이 이미 이뤄진 후에 공문 내용을 접하게 된 단국대에서는 공문 수신 이후 부스 취소 문의가 쇄도했다. 우리 학교 역시 축제가 진행되는 3일 중 가장 많은 야간 부스가 열렸던 마지막 날에도 부스의 개수는 19개에 그쳤다.

야간 부스를 진행하지 않은 사회학과의 부학생회장 김현진(사회‧3) 학우는 “주점의 가장 큰 수입원인 주류 판매가 금지되면서 얻을 것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수입도 없이 부스를 열게 되면 거기에 참여하는 학생들도 사기가 저하될 것이다”고 말했다.

반대로 일찌감치 ‘논알코올’ 축제를 진행해오던 이화여대와 성신여대 그리고 한양여대는 앞서 말한 교육부의 지침에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았다. 그들의 축제 풍경 역시 지난해와 비교해봤을 때 그대로였다. 이들은 애초에 주류를 판매하는 ‘주점’이 존재하지 않았으며 손님들이 외부에서 주류를 구입한 뒤 반입하는 것 역시 금지됐다.

교내에 편의점이 입점해있는 명지대의 경우에는 원래는 교내 편의점에서 주류는 판매되지 않았다. 하지만 축제 기간에는 학교 측과의 협의를 통해 주류를 들여 두었다. 우리 학교는 교내에 편의점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외부에서 술을 들여와야 하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 학교 인근에 위치한 여러 편의점들에 충분한 양의 주류를 미리 주문해둘 것을 요청했다.

일부 학교들에서는 술을 판매하는 행위를 계속 이어나가기 위한 꼼수가 등장했다. 현금으로 ▲1천 원 쿠폰 ▲3천 원 쿠폰 ▲5천 원 쿠폰 ▲1만 원 쿠폰을 구매한 뒤 그 쿠폰을 제시하면 주류를 구매할 수 있기도 했다. 또는 교수와 졸업생들의 후원금으로 미리 사둔 주류를 무료로 제공하기도 했다. 이들의 경우에는 그 대신 생수나 안주와 같이 판매가 가능한 메뉴들의 가격을 매우 높게 책정했다. 그리고 학교 근처의 마트를 섭외하여 주점 바로 옆에 ‘주류 매점’을 두는 모습도 보였다. 이러한 방법들은 손님들이 술을 직접 반입해야 하는 애로 사항을 덜어주면서 본인들의 금전적 이익 역시 남기기 위한 전략이었다고 보인다.

우리 학교의 경우에는 ‘술 키핑 서비스’가 큰 인기를 누렸다. 말 그대로 학우들이 미리 지참해간 주류가 미지근해지지 않도록 아이스박스를 이용해 대신 보관해주는 식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수요가 지나치게 많아 축제 이튿날부터는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했다. 또한 일정 금액을 내고 원하는 주류를 주문하면 대신 사다 주는 ‘심부름 서비스’도 탄생했다. 줄어든 야간 부스 탓에 자리를 잡는 것이 치열해지면서 자리를 비우지 않고 계속해서 술을 마실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한편 특정 학교에서 만약 술 판매가 문제가 될 경우 벌금을 내겠다는 ‘배 째라’ 식의 태도로 주류 판매를 강제로 이어나간 것이 적발돼 문제가 되고 있다.

대학축제, 개성시대에서 살아남기

최근 다양한 대학들이 각자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특별한 축제 문화와 그들만의 이색 프로그램들을 선보이고 있다. 그간 천편일률적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던 대학 축제가 연예인 공연과 주점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중인 것이다.

덕성여대는 지난해 ‘화양연화, 당신의 청춘을 만나다’라는 주제로 진행됐던 행사를 포함해 현재까지 총 7번의 한복파티를 개최했다. 한복파티는 덕성여대 내의 대학 유일의 한복동아리 ‘꽃신을 신고’에서 주최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5월 17일 캠퍼스 내의 덕우당에서 한복파티가 열렸다. 입장을 위한 드레스코드는 반드시 한복이며 한복을 소지하지 못한 학우들을 위해 행사 전에 미리 한복 대여를 함께 진행한다. 행사의 프로그램 역시 ▲강강술래 ▲고름 바로 매기 ▲고무신 찾기 ▲시조 대회 ▲윷놀이 ▲한복 퀸 콘테스트 등과 같이 한복과 잘 어울리는 토속적인 것들이 주를 이룬다.

이 행사는 학우들이 한복 문화를 자연스럽게 공유하도록 하기 위해 처음 만들어졌다. 하지만 그것에 그치지 않고 보다 더욱 더 신선하고 이색적인 덕성여대만의 축제 현장을 만들어준다. 더 나아가 덕성여대가 가진 아름다운 한국적인 캠퍼스와 역사와 전통에 관심이 많은 덕성여대 학우들의 모습이 어우러져 그것들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해준다.

서강대 역시 이러한 대열에 뛰어들었다. 2015년부터 교내 잔디밭인 청년광장에서 비발디파크 오션월드와의 제휴를 통해 ‘워터파이트’라는 이름의 물총 싸움을 진행하고 있다. 현장 접수를 통해 편리하게 참여할 수 있다는 점과 물총과 티셔츠를 무료로 지급해준다는 점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또한 축제 시즌의 무더운 날씨를 날려버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또한 동일한 장소에서 야간에 이루어지는 행사도 있다. 그것은 바로 교내에서 즐기는 캠핑이다. 총학생회 측에 사전 신청을 한 학생들에 한해 청년광장에 텐트를 쳐놓고 늦은 밤 그곳에서 머무를 수 있는 것이다. 학생 3,4명으로 구성된 팀들이 약 30개 정도 모여 12개의 텐트를 교대로 이용하며 진행된다. 그리고 인근에는 타로동아리와 별자리동아리의 부스 그리고 푸드트럭을 설치해 늦은 시간까지도 타로점과 천체관측을 즐기고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타 대학들은 항상 해왔던 그렇기 때문에 당연시되는 축제에서 하나둘 탈피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학교의 대동제를 떠올리면 ‘아주대’만의 구성요소는 쉽사리 떠오르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대동제 이후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만족했던 프로그램으로 모든 대학 축제에서 획일적인 주점과 연예인 공연이 나란히 1,2위를 차지한 것이 이것을 대변해준다.

이런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우리 학교의 특징으로써 외국인 교환학생 비율이 높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캠퍼스를 돌아다니다 보면 하루에도 수십 명의 외국인들을 마주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다양한 인종과 문화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막상 그들과 같이 수업을 듣거나 대화를 나눠볼 기회는 많지 않다. 장하림(사회‧2) 학우는 “외국인 학생들은 항상 자기들끼리 뭉쳐 다니는 편인 것 같다”며 “그들과의 거리감을 좁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러한 거리감을 해결하기 위해 축제 때마다 다양한 국적의 학우들이 모여 서로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고유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이것이 실현된다면 학우들 간의 유대감을 증진시킬 뿐만 아니라 우리 학교 대동제만의 문화로도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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