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학보의 창간 44주년을 축하드리고, 그동안의 수고와 성취에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21세기의 초입을 지나고 있고 거대한 사회변화의 파고가 밀어닥치는 시대입니다. 창간 이후 고비 고비마다 학내 논의와 여론 형성의 주요 역할을 해온 아주대학보에, 일방향 언로로서의 역할 뿐 아니라 쌍방향 소통의 허브가 되어 달라는 당부를 드리고 싶습니다.

미국이 아폴로 계획으로 인간을 달에 보내려 할 때 모든 사람이 박수친 건 아니었습니다. 전문가들의 평가인 피어 리뷰(peer review)로도 세기의 예산낭비라는 국민의 의심을 불식시키지 못했지만, 결국 기폭제가 된 건 냉전시대 적국의 최초 인공위성 발사였습니다. 이렇듯 정책의 결정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합의를 이끌어 내는 문제는 단순하지 않습니다.

과학 분야에서 이런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가리켜서 ‘공공의 과학참여’(public engagement in science)라고 합니다. ‘과학대중화’라거나 ‘공공의 과학이해’라는 표현에 비해, ‘공공의 과학참여’라는 확장된 표현은 쌍방향 소통을 강조하는 최근의 흐름을 반영합니다. 2000년도 영국에서 일어났던 광우병 공포로 인한 소고기 기피 사태가 좋은 예입니다. 영국 국민들은 정부와 과학자들을 불신했고 음모론이 만연했습니다. 우려를 잠재우려고 영국 농림장관이 공개 시식회를 열고 딸과 함께 햄버거를 먹는 장면이 방송되기도 했습니다. 소통의 위기였습니다. 위기는 성찰을 이끕니다. 과학의 성취를 대중에게 전달만 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자각이 생겼습니다.

‘결국은 신뢰의 문제였구나’라는 깨달음, 쌍방향 소통을 통해서만 위기를 넘어갈 수 있다는 결론은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GMO 농산물이나 공기청정기 살균제, 사드 배치 문제까지 곳곳에 신뢰의 위기가 배어있습니다. 문제 접근의 첫 단계에선 전문가들의 피어 리뷰가 중요한데, 그 결과를 대중이 안 믿는 문제, 즉 신뢰의 위기가 발생한 것입니다. 결국 사회적 합의의 단계는 엉망이 되고 음모론과 괴담이 넘쳐나는 총체적 난국이 연출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쌍방향 소통의 필요에서 대학이라고 예외일 수 없습니다. SNS 등을 통한 정보의 접근과 공유가 쉬운 시대를 맞아, 일방향 언로를 넘어서는 학내 구성원의 적극적 참여 방안을 마련해야 신뢰의 위기를 넘어갈 수 있습니다. 다양한 견해를 듣고 여론 형성 기능을 강화해서 명실상부하게 대학 언론의 귀감이 되어주길 기대합니다.

글 │ 박형주 아주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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