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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개 중에 한 개를 나눠 주세요.” ‘1/5 나눔 캠페인’
  • 손형근 기자
  • 승인 2018.05.1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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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사람이 한 숟가락 씩 보태면 한 사람이 먹을 분량이 된다는 뜻의 십시일반’(十匙一飯). 세태가 각박해지며 십시일반의 고사는 점점 우리 사회에서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다.

그러나 여기 ‘십시일반’의 고사를 직접 보여주는 청년들이 있다. 여성 노숙인들을 위해 생리대를 기부하는 ‘1/5 나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이들이다. 지난달 기자는 캠페인을 이끌고 있는 김소영(서울예대 졸업·25) 씨와 배재석(서울예대·21)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Q. ‘1/5 나눔 캠페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 : 1/5 나눔 캠페인은 여성 노숙인의 생리위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캠페인입니다.

배 : 캠페인 이름의 의미는 가임기 여성분들이 가방에 가지고 다니는 평균 5개의 생리대 중 하나를 여성 노숙인들과 나누자는 것입니다. 또한 이렇게 생리대를 나누면 여성 노숙인 5명 중 1명의 생리위생을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도 있어요.

Q. 캠페인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김 : 졸업 작품의 주제가 캠페인을 계획하고 시행하는 것이었어요. 마침 그때 졸업 작품을 같이 준비하던 이재하(서울예대 졸업·25) 씨가 평소 여성 노숙인의 생리위생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어요. 그래서 ‘왜 여성 노숙인은 보이지 않는가?’라는 의문을 시작으로 여성 노숙인 문제의 해결 방법을 생각하게 됐어요.

여성 노숙인들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분들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에요. 또한 남성 노숙인들의 성폭행이나 성추행과 같은 위협에 항상 노출돼있죠. 그래서 사회적 약자인 그들에게 최소한의 권리를 보호해주기 위해 캠페인을 시작하게 됐어요.

배 : 서울예대의 캠페인 전략 및 기획 동아리인 ‘심봉사’에서 활동하며 다양한 캠페인에 참여했어요. 그런데 활동을 하다가 생필품이 비싸지고 있음을 느끼고 ‘생필품을 필요한 사람이 필요한 만큼 가지고 있나’하는 의문을 갖게 됐어요. 그러다 지난해 10월 ‘1/5 나눔 캠페인’을 접했고 마침 캠페인을 이끌던 분들과 연락이 닿아서 캠페인에 참여하게 됐어요.

Q. 여성 노숙인들에게 생리대를 기부한다는 것은 쉽게 떠올리기 힘든 아이디어인 것 같습니다.

김 : 여성 노숙인을 위한 기관은 서울시 내에도 10곳이 채 안돼요. 그리고 그 10곳마저도 입소 조건이 까다로워 온전한 지원을 받기 어려워요. 남성 노숙인에 비해 여성 노숙인의 수가 매우 적은 건 사실이지만 여성 노숙인들이 자신의 권리를 전혀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꼈어요. 또한 아무도 여성 노숙인의 존재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고 느낀 것도 한 가지 이유예요.

영등포역의 여자화장실에 설치된 '1/5 나눔 캠페인'의 생리대 보관함. 우측의 사진처럼 보관함은 기부를 받은 생리대로 가득 채워져 있다. <사진=1/5 나눔 캠페인>

Q. 캠페인을 준비하시면서 어려웠던 점이 많을 것 같습니다.

김 : 사전 조사를 통해 노숙인이 많은 역들을 찾고서 연락을 드렸으나 대부분 거절하시는 답변을 받았어요. 다행히 영등포역에서 허락을 해주셔서 캠페인을 진행할 수 있었죠.

캠페인을 시작하고서도 “노숙인이 아닌 일반 여성들이 기부함의 생리대를 가져갈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질문이 많았어요. 물론 일반 여성분들이 생리대를 가져갈 수는 있어요. 하지만 캠페인의 취지가 여성분들이 가지고 다니시는 생리대를 한 장씩 기부해주시면서 기부함을 채우자는 것이기 때문에 생리대를 사용하더라도 다음 번에는 생리대를 꼭 기부해달라고 함에 붙였어요.

그리고 캠페인 초기에는 여성분들의 참여가 저조했어요. 캠페인을 시작했던 때가 하필이면 ‘생리대 파동’이 터졌던 때였거든요. 그 당시에는 기부함에 생리대가 한 두 개라도 있으면 굉장히 많이 있던 편이었어요.

그래서 캠페인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굉장히 컸어요. 하지만 캠페인을 지속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일반 시민들께도 어필을 계속했죠. 그러다 트위터 이용자분들이 캠페인을 공유해주시고 ‘스브스뉴스’에서도 취재가 들어오면서 캠페인이 점점 알려졌고 참여하시는 분도 많아졌어요.

Q. 반대로 뿌듯한 순간들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김 : 학교에서 캠페인을 진행할 때 ‘심봉사’분들이 직접 생리대를 기부해주시고 먹을 것도 사주신 적이 있어요. 다른 학우분들도 생각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동을 받았어요.

최근에는 SNS를 통해 기부 의사를 밝혀주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아졌어요. 그 중에 캠페인을 보고 생리대가 너무 비싸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이 떠올랐다며 생리대를 박스 단위로 보내주신 분도 계셔요. 이처럼 저희에게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에 가장 큰 감동을 느껴요.

배 : 한 번은 영등포역에 갔을 때 한 여성 노숙인이 기부함에 있던 생리대를 들고 나오시는 걸 본 적이 있어요. 그때 여성 노숙인의 존재를 느끼면서 한편으로 정의로운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던 경험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Q. 정부나 지자체에서 노숙자 자립 지원과 같은 정책이 시행되고 관련된 예산도 늘고 있지만 아직까지 많이 미약한 현실입니다. 이렇게 제도적인 측면에서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바뀌어야 할까요?

배 : 최근 서울시의 노숙인 고용 정책을 보면서 ‘우리가 생각하는 일의 범위와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같을까?’하는 의문을 갖게 됐어요. 그래서 인식 개선이 앞서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사람들은 필요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을 주는 일에 대해선 문제를 제기하지 않아요. 사회적 약자들에게 필요한 것을 주는 방법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아요.

김 : 노숙인의 수가 어느 정도 되는지 판단하기 어렵지만 특히 여성 노숙인의 통계는 정확하지 않아요. 그래서 캠페인을 시작할 때 관련 자료가 매우 부족했어요. 정책에 앞서 이에 대한 통계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인 것 같아요.

또한 여성 노숙인의 수가 적다고 해서 그분들이 보장을 받지 않아야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물론 남성 노숙인이 많기 때문에 그분들을 더 지원할 수도 있겠지만 여성 노숙인과 같은 소수 약자들을 국가에서 같이 챙겨줬으면 좋겠어요.

'1/5 나눔 캠페인'을 이끌고 있는 김소영(서울예대·25) 씨와 배재석(서울예대·21) 씨

Q. ‘1/5 나눔 캠페인’에서 앞으로 어떤 것을 계획하고 계신가요?

배 : 먼저 캠페인을 같이 진행하는 분들과 영등포역에 다녀와서 실제로 현장을 다녀온 소감을 정리하려고 해요. 그 다음에는 콘텐츠를 확장시키거나 사람들에게 새로운 인식의 기회를 주는 ‘발전 캠페인’을 계획하고 있어요. 한편으로는 유지·보수만큼 중요한 게 없기 때문에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캠페인을 진행하는 분들의 의견도 들으려고 합니다. 또한 매 분기마다 캠페인을 홍보하는 게시물들을 올려 사람들의 관심을 더 끌어보려고 해요.

김 : 기회가 된다면 정부 기관들과도 연락을 주고받으며 캠페인의 발전 방법에 대해 논의할 생각이에요. 다만 지자체나 기관에서 운영을 해도 초기 기획 의도와 달라질 수도 있고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걱정이에요.

Q. 캠페인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배 :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필요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물품이 제공되는 그 시점까지 캠페인이 정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 초석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 시점이 올 때까지 최선을 다해 캠페인을 발전하고 유지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한편으로는 사람들의 더 많은 관심을 끌기 위해 ‘아이스 버킷 챌린지’처럼 공익성과 재미를 섞은 형태로 캠페인을 발전시키면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있어요.

김 : 처음의 목표는 시민들이 여성 노숙인들에 대한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었어요. 한 가지 욕심이라면 여성 노숙인들이 많은 다른 역에도 캠페인이 시행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에요.

Q. 두 분께 ‘1/5 나눔 캠페인’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배 : 필요한 사람들이 필요한 물품을 제공받는 그때까지 초석을 다지는 것이 저에게 주어진 프로젝트의 의미인 것 같아요.

김 : 캠페인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여성 노숙인들이 제게는 보이지 않는 분들이었기 때문에 그분들의 생리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지 못했어요. 그래서 캠페인을 통해 같은 사회 구성원들인 그분들께 너무 무관심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앞으로도 힘이 닿는 데까지 캠페인을 이어나가며 사람들이 이러한 문제를 계속해서 인식하게 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Q.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배 : ‘1/5 나눔 캠페인’에 참여하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자발적인 동기로 참여하는 것이 캠페인 참여의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해요. 또한 남성분들께도 생리는 친구 또는 가족 누군가의 일이기 때문에 마냥 남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물론 생리대를 직접 구매해 기부하는 건 어렵겠지만 생리 문제와 관련된 글을 공유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나눠보는 기회를 많이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김 : 계속 해왔던 말이지만 보이지 않는 여성 노숙인들의 존재를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해요.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은 생리는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거예요. 아직까지도 생리를 부끄럽고 숨겨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커요. 그래서 이러한 인식들도 바뀌었으면 해요. 마지막으로 여성 노숙인분들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분들을 같은 사회 구성원으로 생각해주셨으면 해요.

손형근 기자  sonh34@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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