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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개헌
  • 오동석(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18.05.14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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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은 권력을 분립․제한․통제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원칙과 제도를 정한 법이다. 박근혜 정권이 국가정보원, 행정부처, 검찰, 경찰 등을 동원하여 헌법을 위반하고 국정을 농단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은 물론 국회와 법원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견제 권력은 작동하지 않았다. 대통령과 정파적 이해를 같이 하는 국회의원들은 정권의 방패막이 구실만 했다. 외려 대법원은 ‘헌법과 법률 그리고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헌법 제103조)하는 판사들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헌법이 총체적으로 작동불능 상태였다.

박근혜 정권의 국헌문란에 맞선 촛불집회는 범죄집단화한 국가권력에 대한 저항권 행사이자 새로운 헌정체제를 세우려는 주권자의 의사표현이었다. 박근혜, 최순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진 등을 비롯한 관련자 처벌은 최소한의 필요조건일 뿐이다. 민주공화국 회복의 필요충분조건은 국가체제 자체를 전반적으로 혁신하는 일이다.

그런데 개헌이 국가구조개혁의 답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기본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한다고 해도 국민이든 사람이든 ‘모든 자유와 권리는 필요한 경우에 법률로써 제한’(헌법 제37조제2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규정은 공동체 생활에서 필수불가결한 조항인데, 기본권 보장의 관건은 법률제정권을 가진 국회다.

국가보안법과 집시법 등 사상․표현의 자유 침해 문제는 헌법조문이 아니라 입법권의 문제였다. 국회는 세월호와 가습기 등의 참사가 일어나도 그 진실을 규명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제대로 된 입법을 하지 않았다. 혐오표현이 난무하고 혐오범죄가 일어나는데도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지 않았다.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군대 등 국민 안전과 국가 안보에 복무해야 할 국가기관들이 ‘정권 유지와 안보’에 부역했던 것은 헌법이 아니라 관련 조직법과 작용법이 부실했기 때문이다.

‘제왕적 대통령’이 국방과 외교통상 분야에서 독주를 해도 구태의연한 냉전 시대 국방 논리에 매몰되는가 하면 조약 체결․비준 과정에서 협치를 담보하기 위한 국회동의권 행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군대 파견을 용이하게 하는 입법을 통해 국회 권한을 일부 포기했고, 위헌적인 UAE 경제 파병을 막지도 못했다. 한국의 대통령제가 안고 있는 권력 독점의 문제는 헌법보다 법률에 더 큰 원인이 있었다. 개헌 결정권자인 국민이 문제였던 것이 아니라 입법권자인 국회가 문제였던 것이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의 ‘개헌’은 국민을 위해 권력을 행사하지 않고 정권의 이해관계를 집행했던 권력기구를 향해야 한다. ‘대한민국헌법’ 이름을 가진 헌법전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가’ 자체를 의미하는 실질적 헌법체제를 바꿔야 한다. 현재 국회의 의석분포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개혁을 추진하기에 어려운 상황임은 부정할 수 없다. 그렇지만 대통령과 국회의 권한 분배는 견제하면서도 동시에 협동하는 관계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법률적 개혁의 실패는 어떻게 헌법을 바꾸더라도 곧 헌법의 실패로 귀결한다.

대통령과 국회는 헌법을 심판할 자격도 권한도 없다. 개헌을 꿈꾼다면, 개헌 후 헌법이 명령하는 견제와 협동이 가능한지 실증해야 한다. 권력을 남용하지 않고 국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지 스스로 심판대에 올라야 한다. 개헌은 고스란히 주권자 국민의 몫이다. 직접민주제에 대한 우려가 있더라도 지금까지 실패한 ‘한국의 대의제’보다 못할 수는 없으며, 설령 문제점이 드러난다고 해도 그것은 주권자가 감당할 몫이다.

지방자치와 지방분권도 마찬가지다. 제왕적 중앙권력에 희망을 발견할 수 없기에 절박한 심정으로 뭔가 변화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늘리려는 고육지책이다. 중앙정부 하나의 한방주의가 아니라 17개 광역정부의 가능성, 더 나아가 226개 기초정부의 가능성에 좀 더 희망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개헌 발의안이 미흡한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지방정부의 권한이 턱없이 초라하기 때문이다. 개헌을 할 때 하더라도 개헌만능주의는 경계할 일이다.

오동석(법학전문대학원) 교수  ohdos@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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