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내 최대 커뮤니티로 자리매김한 익명게시판들은 이제 대다수의 학우들이 자유롭게 글을 게시하고 공유하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또한 많은 학우들이 게시판에 모이면서 자연스럽게 여러 주제에 대한 토론의 장으로서 기능을 수행하게 됐다. 이렇게 익명게시판의 역할이 다양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참여자들의 발언에 대한 책임감은 이전에 비해 좀 더 무거워졌다.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가 된 것처럼 보인다. 익명게시판 내에서 발언하는 사람들은 많아졌지만 그 발언에 책임을 지려는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 것은 현재 학내 익명게시판의 실정이다.

익명게시판이 활성화되면서 일부 학우들은 익명성을 악용하기 시작했다. 일명 ‘훌리건’을 자처하면서 무분별한 비방에 앞장섰다. 이들은 아무런 이유 없이 혹은 자신과 반대 성향의 인물이라는 이유 등으로 ▲성별 ▲입시 전형 ▲학과 등이나 학내·외 인물을 가리지 않고 비방을 일삼고 있다.

이러한 행위들이 비단 하루 이틀만의 일은 아니다. 익명게시판이 처음 형성된 후로도 계속해서 지적됐던 게시판 내의 문제였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은 게시판들이 자정 능력을 잃어버렸거나 원래부터 그 능력이 없던 것과 다름없는 셈이다. 이는 결국 이러한 행위를 규제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물론 그러한 커뮤니티들도 자체적으로 글을 ‘필터링’하거나 처벌 규정과 같은 이용 수칙을 두고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용 수칙이 커뮤니티 환경의 개선에 실질적인 효과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규정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일부 학우들의 악질적인 행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그 빈도도 줄어들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지성인’들이 모여 서로의 글과 생각을 공유하는 곳이 점점 상식을 찾아보기 어려운 공간으로 변해가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비난하고 선동과 낭설이 이어지는 공간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익명게시판을 건전한 의사소통과 견해의 공유가 이뤄질 수 있는 공간으로 복구시키기 위해 명확한 규정의 도입을 고려해볼 시점이 됐다. 특히 문제를 일으키는 이용자들을 제재하기 위해선 단순한 이용 수칙을 넘어서 실질적으로 ‘헤이트 스피치’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돼야 할 것이다.

지난 3월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파란아주’ 익명게시판 개설 안건의 부결은 학교 대표자들을 비롯한 많은 학우들의 현재 익명게시판 실태에 대한 인식 정도를 단적으로 드러낸 일이었다. 찬성 인원보다 3배가 넘는 반대 측의 수는 학우들이 익명게시판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지 않음을 나타냈다.

이처럼 학내 최대 공론장이 된 익명게시판이 이렇게 다수의 학우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 학교의 익명 커뮤니티의 현 주소를 보여준다. 이제는 익명게시판의 운영진들도 이를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변화를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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