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안을 전자결재로 발의하였다. 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비서관이 먼저 설명하고 나중에 국무회의를 거친 것에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오랫동안 학계와 정계에서 논의되어온 개헌의 내용이 얼마나 잘 반영되었는가이다. 전체적으로 보아 개헌안은 잘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지만, 구체적으로 보면 적지 않은 문제들이 발견된다.

먼저, 전문에서 부마 민주항쟁, 5·18민주화운동, 6·10항쟁, 지역간 균형발전, 자연과의 공존 등을 추가하고, 총강에서 지방분권국가 지향, 수도를 법률로 정하게 한 것, 다문화사회의 반영 등을 명시한 것은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적절한 것이다.

기본적 인권 편에서도 전반적으로 기존의 인권을 강화하고, 주거의 자유, 알 권리, 정보 기본권, 18세 이상 선거권, 이중배상금지규정 폐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보장의무, 노사 동등지위, 근로를 노동으로 변경한 것, 쾌적한 주거권, 어린이·청소년·노인·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권리, 건강권, 안전권, 동물보호정책 시행의무, 국방의무이행자의 권리 등을 명시한 것은 큰 진전이라 할 수 있다. 다만, 법률구조청구권과, 범인류적 인권으로서 망명권, 문화유산향유권, 연대권, 인도적 구조권(난민의 권리) 등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헌법의 현대적 성격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다.

국가조직의 규정도 상당히 진전하였다고 평가된다. 국회의원선출에서 비례성 반영, 국민소환, 국민발안, 예산법률제도, 대통령 4년 연임제, 결선투표제, 대통령유고규정, 국가자치분권회의, 대법원구성방법, 대법관임명방법 개선(법관추천회의), 법관임기규정 삭제, 헌법재판관 자격확대, 헌법재판소장 호선제, 감사원독립, 자유선거운동원칙, 지방의회조례제정권, 경제주체간 상생규정, 토지공개념, 농어업의 공익적 기능, 소상공인·협동조합육성 등을 신설 혹은 강화하고 헌법개정조항 자구수정 등 헌법문장의 표현을 대폭 수정하였다.

가장 큰 문제는 대통령의 국회지배력을 그대로 유지한 데에 있다. 촛불시민의 명령이 대통령의 권한을 내려놓으라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개정안은 그렇지 않다. 특히 대통령의 중요한 국회지배수단인 의원·각료겸직을 허용할 가능성과, 정부의 법률안 제출권을 거의 그대로 인정하고 있고, 총리임명권도 바뀌지 않았다. 총리임명권과 관련하여 야당에서는 총리추천제 또는 총리선출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지만, 청와대는 대통령의 권한약화와 제왕적 총리 출현을 가능하게 하는 의원내각제라 하여 극력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2020년 국회의원선거, 2022년 대통령 및 지방선거를 고려하면 총리추천제 내지 총리선출제를 택하더라도 2년에 한 번씩 정치적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에 우려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총리 추천 조항은 부칙에서 그 발효시기를 21대 국회가 개원하는 2020년 5월 30일로 정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문제는 사법제도이다. 기본구조에서 1년에 43,000건(2016년 기준)이 넘는 사건을 담당하는 대법원을 그대로 둔 채, 대법관 및 법관 임명 방식만 바꾸었다. 최고사법기관을 다원화하여 국민의 권리구제에 충실하도록 하여야 한다. 임기 10년 규정을 폐지한 것은 적절하나, 소규모 전문법원 등 다양한 법원구성을 위한 근거조항을 두지 않은 것은 매우 큰 실책이다. 법률로 다양한 법원을 구성할 가능성을 열어두되, 각 법원소속 법관의 임기와 자격은 법률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 마디로 말하여, 매우 진전된 헌법안임에도 국가조직의 측면에서는 국민에 대한 배려가 심히 부족하다.

저작권자 © 아주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