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오후 6시 원천관 강당에서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가 열렸다. 전학대회는 총학생회 및 단과대 그리고 학과와 반 학생회까지 모든 학생 대표자들이 참여하는 최고 의결기구다. 사업의 심의 및 승인과 총학생회 집행국·감사위원회원·성 평등위원회(이하 성평위) 위원장 인준 그리고 감사 부정 책임자 징계 건의 등을 진행한다. 그러나 실상 전학대회는 매 학기 진행되는 의례적인 행사일 뿐이다.

지난 28일의 전학대회는 ▲감사위원회(이하 감사위)에 관한 총학생회칙 개정 ▲감사위와 성평위원장 그리고 총학생회 집행국 일괄 인준 ▲학생 커뮤니티사이트 익명게시판 구축 여부 의결 ▲학생 커뮤니티 광고수익 분배 의결 ▲학생복지 요구안의 안건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학생 커뮤니티사이트 익명게시판 구축 여부 의결을 제외한 모든 안건에서 별다른 질의 없이 다수결만 계속됐다. 새로운 의제 발의나 질의가 있을 상황임에도 기계적인 거수만 이어질 뿐이었다. 전학대회는 그저 절차와 형식적인 정당성만을 얻기 위한 자리인가.

총여학생회가 폐지된 후 이를 대신하는 성평위는 현재까지 유명무실했고 지난 전학대회 때 논의됐던 감사위의 장학금은 행방이 묘연한 채, 공간과 운영비 그리고 장학금도 없이 이번 해 감사위가 출범했다. 이 외에도 무너져가는 학생사회의 재건과 학생회의 사회참여 등 학생대표자들의 논의할 사안은 충분하다. 그러나 미리 준비된 안건만 을 결정할 뿐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고 토론하려 하지 않는다.

한 사회가 민주주의를 제대로 시행하고 있나 그렇지 못하나 가르는 잣대는 토론이다. 민주주의는 서로 토론하고 논쟁하며 더 나은 방향을 찾아가는 의사결정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법철학자 로널드 드워킨은 『민주주의는 가능한가』라는 책에서 선거의 민주성은 투표 자체보다도 선거 과정의 정치적 논쟁이 어떤 성격이냐에 달린 문제라고 말한다. 다수결주의는 단지 어떤 의견이 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분포되어 있는가를 보여줄 뿐 그것이 ‘어떻게 형성되었는가’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드워킨이 “정치 논쟁의 부재는 민주주의에 심각한 결함이있다는 뜻”이라고 주장하듯 정치토론이 없다면 그것은 이미 민주주의가 아니다.

학생사회에 완전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대표자들의 활발한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 대표자들의 토론은 대학사회에 여러 공론을 이끌어낼 것이다. 또한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 위원 외에 학과 및 반 학생회 위원들이 모두 함께하는 자리에서 이뤄지는 공론은 더 많은 학우의 의견을 피력하고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소통은 학생회에 대한 관심 촉구의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의 바쁜 일정과 학업 등으로 대표자들의 토론의 장은 마련하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더욱이 학교의 모든 대표자가 모이는 전학대회를 그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다음 학기에 열릴 전학대회에서는 학생 대표자들의 활발한 토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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