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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철도의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하다박흥수 기관사, 그리고 사회공공연구소 철도정책 객원연구원
  • 손형근 기자
  • 승인 2018.04.28 14:45
  • 댓글 0
안녕하세요, 한국철도공사 서울기관차승무사업소에서 22년차 기관사로 일하고 있는 박흥수입니다. 또한 사회공공연구원 철도정책 객원연구원으로도 일하고 있으며 어줍지 않게 책도 세 권 썼습니다.

한국철도의 시발점인 서울역에서 박흥수 연구원을 만났다. 대학 시절 역사학을 전공했다는 그는 기관사 일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사실 졸업 후 먹고 살기 위해 시작한 기관사였지만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철도에 애정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철도가 갖는 산업·역사적 면을 공부하다 보니 정책 연구의 길로 빠지게 됐다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Q. 기관사 일을 시작하시고서 처음 문제의식을 느꼈던 때는 언제였나요?

A. 제가 철도청에 처음 입사했을 땐 철도노조가 어용노조나 다름없었습니다. 믿기진 않겠지만 전두환 대통령 시절에는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선언을 한 적도 있고 1999년에는 철도민영화에 찬성하는 결의문을 발표하기도 했어요. 위원장 선거도 직선제가 아닌 3중 간선제라는 이상한 방식으로 자기들과 잘 맞는 사람을 뽑는 식이었죠. 그래서 입사와 동시에 노조원이 되고 당시 이러한 현실을 접하다 보니 어느 정도의 문제의식을 갖게 됐어요.

그러다 본격적으로 활동에 나섰던 때는 2003년부터였어요. 당시 정부에서 철도를 민영화하려고 시도하자 잠시 철도노조의 간부를 맡아 민영화를 반대하는 여러 가지 정책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활동을 잠깐 했어요. 그리고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9년부터는 철도민영화가 왜 문제인지에 대해 논리와 근거를 갖는 글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철도 노동자로써 열심히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철도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살게 된 것 같아요.

Q. 사회공공연구원에 객원 연구원으로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여러 철도 관련 연구나 프로젝트에서 팀원으로 참여하며 외국의 철도 개혁 사례나 철도 근무 조건들을 연구했습니다. 그래서 철도노조나 다른 용역 기관에서 실무 연구원으로 참여하기도 했고 이러한 연구에 관해 조언하는 역할도 자주 맡았어요. 그러다 사회공공연구원에서 철도정책 객원연구원직 제의가 들어왔어요. 마침 본격적으로 민영화와 관련된 글을 쓰게 된 때다보니 제의를 받아들여 2012년부터 참여했고 공공성과 관련된 중요한 연구원에 소속돼 많은 발언도 하게 됐어요.

Q. 2013년‘철도의 눈물’이란 책을 내셨습니다. 이 책을 집필하시게 된 배경을 듣고 싶습니다.

A. 정부의 철도민영화 시도를 보며 ‘왜 철도를 이 사람들이 민영화를 하려고 하며 정부 관료들이 왜 앞장설까?’하는 고민을 하게 됐어요.

2012년 당시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한국철도가 100여년의 시간 동안의 독점 때문에 무능해졌다고 주장했는데 사실 한국철도는 초기 60년 동안 수탈과 전쟁의 역사 속에서 궤멸 직전까지 갔어요. 6·25 전쟁 직후에는 가난했기 때문에 철도에 투자할 돈이 없었고 1960-70년대의 경제 성장 시기에는 자동차의 시대가 열려 철도는 주력 교통수단의 지위를 잃었죠. 1980년대 후반에는 막말로 철도청 발령이 나면 사양 산업의 현장으로 간다고 할 정도였어요.

그러다 시대가 바뀌어 유럽에서는 1990년대 이후로 ‘철도 르네상스 시대’가 열렸어요. 도로 교통이 갖고 있던 여러 문제로 인해 철도 교통이 그 대안으로 부상하게 된 거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IMF를 겪으며 작은 정부와 무한 경쟁 그리고 민영화를 골자로 하는 신자유주의가 부상했어요. 그 당시 고위 관료가 된 사람들은 신자유주의 논리에 맞춰 적자투성이인 철도를 수술 대상으로 찍었고 현재까지도 그 입장을 고수해오고 있죠.

기본적으로 공무원이라면 국민을 위해 공공의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데 철도 관련 고위직들은 그렇지 않았어요. 국토부만 해도 유관 기관이나 협회가 수백 개인데 퇴직자들이 대부분 그쪽으로 가요. 그러다보니 그 사람들이 국토부 내 ‘연줄’을 이용해 이익을 탐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공공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는 것이죠. 이를 보면서 과연 공무원들이 공공성 담론을 갖고 있는지 의심을 하게 고, 철도에서만큼은 공공성의 훼손을 막아야겠다고 생각해 책을 쓰게 됐습니다. 공교롭게도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철도 경쟁 체제 도입에 앞장서자 그 책이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네요.(웃음)

Q 기관사와 연구원, 그리고 작가까지 여러 일을 하고 계십니다. 여러 일을 하시는 데에 특별한 원동력이 있나요?

A. 조용히 살 수 있었는데 길을 잘못 들은 것 같아요.(웃음) 방송사에서도 인터뷰가 자주 들어오는 편이에요. 보통 정부 정책을 비판적으로 이야기하면 받는 불이익이 어느 정도 있어 자유롭게 발언하기가 어려운데 저는 불이익 받을 게 없어서 가감 없이 이야기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한 때 인터뷰가 집중된 적도 있는데 그때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모르는 것이라 실수를 할 수는 있어도 사실 관계를 왜곡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비록 본업이 기관사라 쉬는 날이 잘 없지만 틈틈이 연구실이나 도서관에서 꾸준하게 책을 찾아 읽고 공부를 하게 됐어요.

<사진=박흥수 연구원 제공>

간단한 질의응답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박흥수 연구원과 ‘한국철도의 현재와 미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최근 화두가 된 한국철도공사와 SRT간의 통합에 관한 이야기였다.

Q. 철도공사와 SR 간의 통합에 시동이 걸릴 것 같습니다. 다만 이 통합이 쉽게 이뤄질까요?

A. 사실 민영화나 경쟁체제는 국토부가 20년 넘게 추진해왔던 정책이다보니 국토부 입장에서는 되돌리기가 싫죠. 그래서 미적거리면서 철도공사와 SR이 분리한지 얼마 안됐으니 결과를 보자는 입장을 계속 취하고 있어요.

사실 2012년에 ‘철도의 눈물’을 쓰면서 수서발 KTX의 분리 이후 예상되는 결과를 책에다 적었어요. 그때 저는 KTX의 수익을 통한 지방 적자 노선들의 보조액이 줄어들어 지방 노선의 운행횟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했는데 지금 현실에서는 그것이 그대로 일어나고 있어요.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KTX와 수서역에서 출발하는 SRT가 경쟁한다는 게 사실은 말이 안돼요. 아무리 SRT가 10% 싸다고 해서 서울역 근처에 사는 사람이 수서역까지 내려가서 그 열차를 탈 이유는 없잖아요? 그 반대도 똑같고요. 그런데 이렇게 말이 안 되는 일을 만들기 위해 국토부는 철도공사가 독점으로 인해 적자를 양산하는 부실기업이라고 정의했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경쟁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억지 논리를 끼워 맞췄어요. 사실 그 적자는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착한 적자’인데도 불구하고요.

이웃 나라인 일본에 오사카와 같은 대도시만 가도 우리나라의 철도공사와 같은 JR 외에 여러 사유 철도 회사가 있어 서로 경쟁하고 있죠. 사실 이 경쟁 체제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근대 시기부터 너도 나도 철도로 돈을 벌려고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경쟁 체인 거예요. 하지만 우리나라 관료들은 민영화를 주장하며 일본과 같은 선진국들이 이렇게 하면서 발전하고 있고 이를 따라가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이렇게 우리나라 실정에도 맞지 않는 사례를 억지로 갖다 붙이고 사실 관계가 옳지 않은 가짜 뉴스를 가져와 주장하는데다가 사람들은 그걸 그대로 믿고 철도노조를 비난하니 참으로 안타까움을 느꼈던 기억이 있습니다.

Q. 한국철도는 맹목적으로 지하화와 직선화에 목을 매는 것 같습니다.

A. 단적으로 한국과 일본의 철도는 완전히 상반된 문화를 갖고 있어요. 일본은 열차에서 손이 닿을 정도로 건물과 가깝고 고가 철도 밑에는 대부분 상가가 조성됐어요. 그만큼 일본인에게 철도는 자연스러운 문화이자 생활의 일부인 것이죠. 하지만 우리나라는 철도를 혐오 시설로 규정해 개발하려 하고 또 지역 주민들의 표를 얻고자 하다 보니 계속 지하화 요구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사실 기관사로써 지하화가 좋은 건지는 의문이 들어요. 저도 운전하면서 경치 보면서 달리고 싶지 터널은 별로 다니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실제로 지하 구간 이 안전 면에서 지상보다 더 위험하기도 하고요.

최근에 새로 지어진 울산역이나 진주역 같은 역들을 보면 대부분 첩첩산중에 지어놨어요. 그런데 철도가 아무리 좋아져도 도로 교통을 따라잡지 못하는 건 접근성 때문이에요. 철도 교통시스템이 잘 마련된 유럽 국가들의 중앙역을 보면 접근성이 가장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아 주변 지역으로 퍼져나가는 형태로 돼있어요. 이처럼 가장 중요한 곳에 역이 있어야 사람들이 이용하는데 우리나라는 직선화 때문이라지만 역을 공항처럼 외곽에 지어놨어요. 철도교통의 수송 분담률을 증가를 국가적 과제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역을 잇기 위해 도로를 더 까는 모습을 보면 과연 그러한 마인드를 제대로 갖고 있는지 의심이 듭니다.

Q. 한국의 철도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A. 한국철도의 정책을 총괄하는 곳은 국토부고 그렇기 때문에 국토부에서 특히 철도 정책을 맡은 곳은 좀 더 공적인 마인드를 가져야 합니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전문성도 가져야 하는데 국토부 내에서 직무가 계속 바뀌다보니 전문성을 갖기엔 한계가 많이 따르는 현실이죠. 이를 보완하기 위해 국토부 산하에는 여러 위원회가 있지만 대부분 업계 이익을 대변하거나 관료들의 입장을 뒷받침하는 정도에 불과해요. 그렇기 때문에 국가 철도 정책에 관해 미래지향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위원회가 구성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전문가들이 자유롭게 참여해 의견을 제시해 타당한 의견이 있다면 정책에 반영할 수 있게 돼야 한다고 봐요.

Q. 연구원님이 꿈꾸시는 한국철도의 미래는 어떤 모습이신가요?

A. 현재 한국철도의 서비스 점수는 60점을 주기도 아까워요. 자리가 없기 때문이에요. 진정한 철도 서비스는 승무원의 배꼽인사가 아니라 좌석이 많은 것부터 시작해요. 언제든지 역에 가면 열차표를 끊고 앉아갈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서비스인 거죠. 열차 좌석을 충분히 제공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로 용량이나 철도 환경이 지금보다 더 좋게 마련돼 사람들이 지금보다 싸게 열차를 탈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런 바탕을 가지고 미래 통일 철도 시대에서 자유롭게 아시아 대륙을 여행하는 것이 제가 그리는 미래의 한국철도입니다.

Q.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A. 먼저 한국철도를 더 많이 이용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철도노조가 여러 활동이 굉장히 많은 지탄을 받지만 여러분의 작은 응원의 말 하나가 힘이 돼요. 단순히 우리 철도노조 뿐만 아니라 철도를 이용하는 시민들을 위해 하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

손형근 기자  sonh34@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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