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에게선 강물의 냄새가 난다.

성인을 위한 동화로 알려진 연어에서 안도현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후각적 이미지가 이토록 선명하게 뇌리에 남아 있는 것을 보면, 그가 다름 아닌 시인이었기에 가능한 표현인가 싶다. 오래 살아야 6년, 그리고 그중 4-5년을 바다에서 보내야 하는 연어에게서 바다의 냄새가 아니라 강물의 냄새를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단순히 ‘강을 거슬러 오르는’ 상징 때문일까?

사람은 누구나 꿈을 꾼다. 사람, 사랑, 행복부터 돈, 명예, 성취까지 어떤 것이든 살아있다면 누구든 상상하게 마련이다. 그것은 충분히 달콤하지만, 실현을 위해 한걸음 내딛는 순간 우린 거센 저항과 마주한다. 바람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시간. 꿈만큼의 가치를 갖고 있는 ‘나’를 위한 인고의 시간은 분명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 치열하고 버겁기에, 결코 폄하할 수 없는 담금질의 시간이기도 하다. 시인은 바다와 강의 흐름을 거스르는 연어의 모습에서 자신을, 그리고 인간을 발견한 것이다.

연어는 왜 강물의 냄새를 가지는가. 다시 생각해 보면 그것은 뛰어난 시인의 추상이라기보다 삶에 대한 날카로운 관찰력에 가깝다. 강물의 냄새는 현실을 담는다. 꿈을 향한 과정에 있는 어려움의 냄새, 그리고 그 속의 성장의 향기다. 살아오며 경험한 것에 따라 ‘나’라는 사람을 만들어 가듯이. 우리가 안도현 시인의 ‘연어’를 보며 공감하는 것은 같은 생명으로써 갖는 필멸성이나, 희망을 향한 치열한 행위들에서 느껴지는 동질감뿐만 아니라 자신의 향기를 만들어가는 삶이란 과정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우리는 때때로 길을 잃는다. 지금 내가 걷고자 하는 방향이 옳은 방향인지,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 이 때 점점 쪼그라드는 자신감은 꿈과의 간격을 더 넓게 벌려 놓는 것만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것은, 지금의 불안과 역경이 ‘나’를 위한 거름이란 사실이다. 거센 물살을 헤쳐 올라 마침내 강물의 냄새를 가진 연어들처럼, 불안함의 과정 속에서도 나만의 냄새를 형성해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에게선 삶의 냄새가 난다. 많은 고난과 시간을 거슬러 각자의 꿈을 향해 걷고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성장해간다.

야속하게도 후각은 주변에 금방 익숙해진다. 일정 시간을 넘어서면 더 이상 새로운 자극이 아닌 것에 반응하지 못한다. 현재 나에게 불안을 느끼는 것은 그것 때문이겠다. 매일의 노력이 바로 눈에 보이는 지표로 나타나지 않으니까. 아마도 연어 역시 자신에게서 나는 강물의 냄새를 알지못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린 이미 연어가 가진 강물의 냄새를, 강물을 거스르는 행위의 가치를 이해하고 있지 않은가? 그 누구도 그 아름다운 행위를 깎아내릴 생각을 갖지 않는다.

연어는 그저 거슬러 오르며 인생을, 삶의 가치를 잉태한다. 사람도 그렇다. ‘연어’는 사람의 삶을 성공과 실패로 구분 짓는 작금의 현실에 진정한 가치를 역설한다. 꿈을 꾸고, 행동한다면 더 이상 무의미한 것은 없다고. 이미 시작했다면 무의미한 것은 없다. 그 과정에서 얻게 되는 강물의 냄새, 삶의 향기만으로 충분하다. 다만, 그 과정에서 우리가 어떤 냄새를 품어야 하는지는 끊임없이 질문할 수 있어야겠다. 삶의 의미를 곱씹었던 은빛연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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