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페토를 아는가.
2010년부터 다음(현 카카오) 사회면 기사 댓글 란에 시를 짓는 누리꾼이다.
어떤 사람인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우리는 그에 대해 전혀 모른다.
누군가 시인은 자신의 가장 솔직한 마음을 시인하는 사람이라고 했던가.
그의 솔직함은 세상을 가엾이 여겼고 사회의 상처를 어루만졌다.
이에, 우리도 그의 몇 마디로 동요되어 시인(是認) 하겠네.

모여 있을 때에
비로소 우리는 주목 받는다
한 데 모여 흔들리자
모여서
굳이 풍향과 풍속을 설명하지 않아도
보는 것만으로 오한이 날 만큼
정직하게 흔들리자
아무것도 하지 말자
부러질 듯 허리가 휘어도
나는 너의 뒤에서
너는 나의 뒤에서
밀리지 않는 배경이다
태양은 서둘러 뒤편에 내려 앉아라
네가 은빛 머리칼을 금빛으로 물들일 때
바람이 굵은 결로 불어온다 했다
준비를 마친 청년이
긴 머리 애인을 향해 셋을 세고 나면
우리의 씨앗을 떠나보낼 것이다
약속해다오
완벽한 구도 속을 날아가,머얼리 번지되
아주 흩어지진 않기로
- 댓글시인 제페토

5년 전 어느 가을, 억새밭 기사 사진 아래 그가 남긴 시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여성은 억새다. 외면 받을까 숨겨왔던 혹은 외면 받아왔던 현실에 억새들은 한 데 모여 정직하게 흔들린다. 서로가 서로에게 그리고 내가 너에게. 밀리지 않는 배경이 된 것이다. 이러한 여성들이 억센가. 아니 억새인 것이다. 모여 있을 때야 비로소 주목 받았고 이제야 세상은 같은 방향으로 한데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22살의 황모씨는 교제 구애를 거절한 보복으로 성폭행 후 살해됐지만 위증과 조작된 메모로 인해 ‘살해당한 내연녀’로 수사는 종결된다. 황모씨의 어머니 유씨의 노력으로 내연관계라는 오명을 벗었지만 이미 9년의 세월이 흐른 뒤였고, 성폭행을 당했다는 진실은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수사기관이나 정부기관 어느 쪽도 유씨를 돕지 않았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의 일이다. 현재에도 크게 낯설지 않은 4년 전의 이야기다.

성폭행 후 살해당한 22살 젊은 여성의 기사에 제페토는 말했다. ‘멸치의 가시도 살을 뚫는다’고. 억새에게도 전해지리라.

멸치의 가시도 살을 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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