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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속에 피는 꽃 - 복수초(Adonis amurensis)
  • 최홍근(생명) 교수
  • 승인 2018.04.28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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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의 잔치는 끝났다. 지난 18일 동안 우리나라의 강원도 평창에서 벌어진 동계올림픽은 눈 축제였다. 이 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하여 땀을 흘려온 92개국 젊은이들의 겨울 축제가 드디어 끝이 난 것이다. 그리고 식물들의 축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러나 봄이라고 하기는 아직 이르다. 정말로 봄이 되어야 새싹이 돋고 잎이 나고 꽃이 피면서 진정한 식물의 축제가 시작될 터이다.

그렇지만 자세히 보면 봄은 이미 와 있다. 계절 변화는 동물보다 식물이 먼저 알고 있는 지도 모른다. 알고 있다기보다 미리 대비하고 있다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식물들은 지난 가을에 낙엽이 지면서 바로 다음 해의 봄을 준비하기 시작하였다. 찬바람을 맞으면서 잎눈을 먼저 만들었고 추운 겨울의 눈 속에서 꽃눈도 만들어 놓았다. 산 능선은 아직도 눈에 파묻혀 있지만 이제 봄이 제 때에 와서 날씨만 맞으면 꽃 축제는 시작될 것이다. 남회귀선까지 내려갔던 태양도 이미 적도를 통과해서 많이 올라와 있을 것이다. 이제 북회귀선까지 오는 데는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었다. 이 정도의 추위와 눈은 식물도 스스로 극복할 수 있다. 지난 과거의 여러 차례에 걸친 혹독한 빙하기도 견디고 살아남은 식물들이 아닌가.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이른 봄에 가장 먼저 꽃이 피는 식물은 무엇인가? 벚꽃과 산수유, 그리고 생강나무 등이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는 도시 지역이나 등산로 입구에서 하는 이야기이다. 눈이 채 녹지 않은 높은 능선에는 이들 보다 먼저 꽃망울을 터뜨리는 식물이 있다. 바로 미나리아재비과의 복수초이다. 복수초는 눈 속에서 꽃이 피기 시작한다. 그래서인지 ‘눈색이꽃’이라고도 부른다.

식물들은 운동기관이나 신경기관이 없기 때문에 필요한 모든 것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쌓인 눈을 녹이고 동물을 유인하는데 필요한 에너지와 열도 스스로 만들어 내야 한다. 외온 동물인 파충류는 근육을 움직이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아침에 바위에 올라가 햇빛을 쬐어야 한다. 눈 속에 파묻힌 복수초는 체내에서 생성된 에너지를 이용하여 열을 발산시켜야 한다. 식물들의 진화는 꽃가루를 서로 교환하기 위한 생식 ‘전략’이 엄청나게 다양하여 진 것을 보여 준다. 많은 꽃들이 동물 벡터(vector; 수분매개자)로 곤충과 새를 이용하고 있고 이들에게는 에너지로 보상을 해 주어야 한다. 동물에 대한 에너지 보상은 꿀, 꽃가루, 당분, 그리고 산란장소 제공으로 주어질 것이다.

일부 꽃들 중에는 곤충에게 직접적으로 열을 전달함으로서 이익을 제공하는 종류가 있다. 이러한 식물로는 지중해 지역의 ‘앉은부채’와 아마존 지역의 ‘빅토리아연’들이 있다. ‘정온동물’과 같이 체내의 에너지를 이용하여 열을 발생한다. 이들은 바깥 온도에 상관없이 꽃 내부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시키는 기능이 있다. ‘빅토리아연’은 꽃 내부의 온도 섭씨 30도를 기준으로 기온이 10도(1000mW)일 때 20도(550mW)에서 보다 약 2배의 속도로 열을 생성 한다. 또한 식물들이 발산하는 열에 의하여 인돌(indol)과 스카톨(skatole) 같은 방향성 화합물들이 퍼져나가게 된다. 이는 곤충들에게는 매우 자극적인 냄새로서 거역할 수 없는 유혹이 된다.

산등성이에서 아직도 남아 있는 눈을 헤치고 올라오는 복수초도 스스로 열을 발생시킬 수 있는 에너지 기구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른 봄 산에서 같이 볼 수 있는 아네모네도 복수초의 친척들이다. 복수초는 쌓인 눈 사이로 꽃망울을 내밀면서 과거에 겪었던 긴 빙하기를 기억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눈이 녹기 전부터 찾아오는 곤충들을 위하여 길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 것이다. 꽃들의 봄맞이 잔치에는 어쨌든 손님들이 많아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홍근(생명) 교수  hkchoi@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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