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아ㅇ님의 경우 이론상 내년 2월이 가장 위험하다’

지난 달 배우 유아인의 트위터에서는 설전이 오갔다. 한 네티즌은 ‘유아인은 멀리서 보면 좋은 사람이지만 친해지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막 냉장고 열다가도 채소칸에 애호박 하나 덜렁 들어 있으면 가만히 들여보다가 나에게 혼자라는 것은 뭘까’하고 물어볼 것 같다는 글을 올렸다. 이에 유아인이 ‘애호박으로 맞아 봤음?’이라는 답글을 달면서 이번 사건이 시작됐다.

이후 쏟아지는 사람들의 비난과 답글에 유아인은 일일이 답글을 작성하며 맞대응했다. 이번 설전을 통한 여러 가지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쏟아지는 말 와중에서 대중들의 뇌리에 각인된 말은 정신과 의사인 김현철의 발언이었을 것이다. 김현철은 SNS상에 유아인의 정신상태가 위험하고 ‘경조증’으로 보인다는 공개진단을 했다. 해당 게시물이 게재된 이후 ‘유아인 경조증’과 ‘경조증’ 같은 연관 단어가 각종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리며 호기심 많은 대중들을 자극했다.

이로 인해 일부 대중들에게 유아인은 애호박남, 현피남, 여혐남에 이어 ‘정신병력자’로까지 낙인찍히게 됐다. 한 의사의 가벼운 말 한마디로 한 배우의 가치관과 인권은 철저하게 짖밟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된 게시물을 올린 이후 해당 의사는 자신의 진단이 ‘정신과 의사로서의 의무’라며 자신의 치기어린 말을 감췄다.

이러한 말을 대중들이 믿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대부분의 대중들은 ‘정신과 의사’라는 직위를 가진 사람들이 내린 진찰과 결과를 신뢰하며 이를 사실 그대로 믿는다. 특정 영역에서권위자의 말 한마디는 다른 어떤 사람들의 말보다 무게감있다.

의사와 약사 등과 같이 사회적인 신뢰도가 높은 사람의 말은 다른 어떤 사람의 말보다 조심스러워야 한다. 그들의 결정과 말 몇마디가 사람들의 믿음과 직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지 트위터 몇 자로 특정 인물을 진찰하고 또 이를 공개적으로 내비치는 행위는 ‘의사로서의 조심스러운 걱정’ 보다는 ‘유명인을 이용한 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이러한 글의 대상이 된 당사자가 더 큰 정신적 피해를 받았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오늘도 공신력있는 누군가의 말 몇 마디로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이 바뀌고 결정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들의 ‘무거운’ 말에 대한 책임은 ‘가볍다’. 이번 사건은 단지 해프닝으로 마무리돼서는 안된다. 의사협회 윤리 강령 제 4장 제 32조 1항에 따르면 ‘의사는 방송 등 대중매체 참여 과정에서 그 목적, 내용 등을 신중하게 고려하여 전문가의 품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SNS 상에서 신중하지 못한 발언으로 일탈을 한 의사에 대해 의사협회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윤리지침을 어긴 이에 대한 명확한 처벌과 해당 사건의 피해자에 대한 사후처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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