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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할 수 있는 용기
  • 최혜민(문콘∙12)
  • 승인 2017.12.04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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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콘텐츠학과 12학번입니다. 대학생 시절 추억을 기고해달라는 말에 선뜻 알겠다고는 대답했지만 막상 학부 시절을 떠올려보니 딱히 추억이 없더군요. 여러분은 저처럼 되지 마시고 미친 듯이 즐기세요.

저는 졸업과 동시에 바로 동대학원으로 진학을 해서 그런지 아직 학부 시절이 ‘추억’이라고 불릴 정도로 아련한 느낌은 아닙니다. 영원히 이랬으면 좋겠군요, 마음만은 항상 새내기처럼. 아무튼, 그래서 ‘대학시절의 아름답고 즐거운 추억’ 이런 것 보다는 제가 너무나 만족했던 한 가지 경험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대학교 3학년 때였습니다. 문화콘텐츠학과 3학년쯤 되면 엄청난 진로 고민이 시작됩니다. 분야가 너무 광범위하다는 것을 알게 되거든요. 수업에서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조금씩 맛보게 되니까요. 영화, 시나리오, 만화, 출판, 전시, 공연, 광고,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수업을 듣다보면 ‘그래서 도대체 내가 어떤 분야를 선택해야 하는 거지?’라는 생각으로 조급해지기 시작합니다. 그 생각 끝에 저는 뭔가 재미있을 것 같고, 있어 보이면서도 만만하게 도전해 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에 ‘광고’를 선택하였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학생의 객기였던 거죠. 한창 카피라이터나 AE가 되어 멋있게 살아갈 제 모습을 상상하며 행복하게 살던 중 수강하던 수업에서 광고대행사 사장님이 특강을 해주시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평소 뒷자리를 선호하는 저지만 그날만큼은 앞자리에 앉아 특강을 경청하였습니다. 확실히 현장 경험을 토대로 하는 강의였기 때문에 쉽게 이해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물론 그때까진 ‘그냥 적당히 힘든 직업’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프로젝트가 들어오면 회사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옹기종기 모여 3개월 동안 밤을 샌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우와, 열정이 넘치는 아름다운 직업’이라는 생각만 들었을 뿐이었죠. 특강 중간에 사장님께서 원하는 학생은 광고 촬영 현장을 경험시켜 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 때부터 저는 수업이 끝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끝나자마자 1등으로 앞으로 나가서 촬영 현장 경험에 대해 여쭤봐야겠다는 생각으로요. 그래서 친구와 함께 끝나자마자 달려갔습니다. 네, 제가 1등이었죠. 저밖에 없었거든요. 그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좋은 기회인데 왜 아무도 부탁하지 않는 걸까 하고요. 옆에 서 계신 교수님께서 굉장히 좋아하셨습니다. 한명이라도 나와 줬으니 말이죠. 거기에 힘입어 아직 점심 안 드셨으면 같이 식사 하면서 광고 진로에 대해 상담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 성격에 절대 나올 수 없는 말인데 그 땐 그런 용기가 어디서 났었는지. 결국 교수님과 사장님, 저와 친구 이렇게 넷이서 밥도 먹고 커피도 마셨습니다. 엄청난 대화를 나눈 것도 아니었지만 그 일이 계속 생각나는 이유는 아마도 제 행동에 스스로가 놀랐기 때문인 것 같아요. 나한테도 적극적인 면이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던 거죠. 아무튼 그렇게 광고 촬영 현장 체험 기회를 얻게 되었고 드디어 기다리던 당일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하필 칼바람 부는 한겨울에 야외촬영이었어요. 심지어 새벽 6시까지 마로니에 공원으로 모이는 거였습니다. 이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광고에 대한 꿈을 접기 시작한 게. 정말 미칠 듯 한 추위였습니다. 얼마나 추웠냐면 핫 팩을 배에 붙이고 있다가 화장실 가서 보니 화상을 입어서 물집이 5cm정도 잡혔더라고요. 너무 추우니까 화상을 아예 못 느낀 거예요. 지금도 그 흉터가 남아있어서 볼 때마다 생각납니다. 그렇게 단 한 번도 실내에 들어가지 못하고 다음날 새벽 3시까지 촬영이 계속 되었습니다. 사실 아침까지 진행했는데 더 있다간 동사할 것 같아서 제가 새벽 3시에 포기한 겁니다. 잘 곳도 없어서 근처 찜질방으로 갔습니다. 탕에 발을 집어넣는데 뭐랄까 몸이 산산조각 나는 따가움이 느껴지더라고요. 그 때 결심했습니다. 광고는 절대 내 길이 아니라고. 물론 거기서 광고대행사 직원들이 콘티를 수정하고, 모니터링하며 스토리를 수정하는 모습이나 프로덕션에서 연출하는 모습들은 강의실에서는 배울 수 없는 아주 소중한 공부였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제가 깔끔하게 꿈을 포기하는 데 도움을 준 고마운 경험이었습니다.

저는 이 경험을 절대 후회하지 않았고 아주 만족하면서 마무리했습니다. 만약 그런 현장 경험 없이 겉멋만 들어서 광고 일을 하려고 했다면 그 때야 말로 늦은 후회를 했을 테니까요. 그래서 후배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본인이 여러 진로 중에서 고민하고 있다면 그 직종을 직접 경험해 보는 게 꼭 필요해요. 선택지를 깔끔하게 거를 수 있는 경험들도 필요하니까요. 한 번 진하게 경험 하고나서 화끈하게 포기하니까 마음이 이렇게 편할 수가 없습니다. 해 보고 포기하는 게 낫잖아요? 남은 대학생활 동안 열심히 경험하기 바랍니다.

최혜민(문콘∙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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