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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프는 모든 곳에 있다
  • 박보람(수학) 교수
  • 승인 2017.11.29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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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나고 자란 터라 대학을 다니게 되면서 낯선 “서울” 생활에 적응해야 했던 그 때, 볼 일이 있어 어디론가 이동을 해야 했을 때, 서울 지하철 노선도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손가락으로 지하철역의 수를 세며 가장 빨리 가는 방법을 고민하던 기억이 있다. 노선도와 친절한 안내 방송 덕분에 지하철을 타면 길을 잃을 염려도 없거니와 현재 위치 파악도 쉬워, 지하철은 서울이 낯설었던 나에겐 참으로 편리한 이동 수단이었다. 요즘은 지하철 노선도를 쳐다보고 손가락으로 역의 수를 세어 가며 빨리 가는 방법을 고민하는 사람을 아마 찾기 쉽지 않을 것이다. 대신 손에 휴대폰을 들고 지하철 앱을 실행시킨다. 목적지까지의 최단 경로, 환승을 위해 가장 편리한 열차에서의 위치, 그리고 실시간 열차 정보까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버스와의 환승 정보를 주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낯선 동네에서 택시를 타더라도 택시 운전기사가 우회하여 요금이 더 나오지는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도 이제는 할 필요가 없다. 예전에는 지하철 노선도만으로도 너무 충분한 정보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지만, 요즘은 나도 지하철 노선도를 뚫어져라 쳐다본 기억도 없거니와, 낯선 장소에서 약속이 생겨도 -휴대폰 배터리를 체크할 뿐- 약속 장소까지 가는 방법을 미리 고민하지 않는다.

지하철 노선도와 같은 그림을 수학에서는 그래프라고 부른다. 그래프는 주어진 이산적인 대상들 사이의 관계를 말하는 매우 기본적인 수학 개념으로, 각 대상들을 꼭짓점으로 하고 대상들 간에 관계가 있을 때 그 대상들을 변으로 이어 만든 그림으로 표현된다. 그래프 이론은 대상들 사이의 관계가 이루는 구조를 공부하는 학문을 일컫는다. 앞서 말한 지하철 앱이나 네비게이션의 설계 등에서의 최단 경로를 찾는 문제도 그래프이론의 문제이며, 전기 배선이나 가스배관의 설계, 교통신호 시스템, 도로망 정보 분석, 데이터 집단화, 물류 수송 시스템의 구축, 유전자 정보의 분석 등에 이르기까지 그래프는 우리 생활의 모든 곳에서 찾을 수 있다. 지하철 노선도의 예처럼, 그래프 이론의 문제에 기술의 발전이 더해지면서, 우리는 그저 상상으로만 생각하던 편리함이 현실화되는 시대에 살게 된 것이다.

이산적인 대상을 연구하는 그래프 이론의 연구는 이산적인 정보의 입력과 출력을 기본으로 하는 컴퓨터 기술의 발전과 맞닿아 있다. 컴퓨터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짧은 시간에 컴퓨터가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되면서 그래프 이론도 덩달아 주목을 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듯 보인다. 컴퓨터 과학, 산업 공학 뿐 아니라, 사회심리학, 지리학, 경제학 등 사회과학의 여러 분야에서도 그래프는 이미 너무나 익숙한 대상이라, 그래프 이론을 매우 잘 아는 수학이 아닌 타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그래프 이론의 문제를 논하는 일도 전혀 놀랍지 않다.

그래프 이론이라는 수학의 분야는 다른 수학의 분야들에 비하면 견줄 수도 없을 만큼 -수학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이기도 하다-짧다. 그 시작부터 그래프는 “관계”를 표현하는 도구였고 이는 각자가 가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함이었기에, 그래프 이론이 “응용”을 전제로 하는 것은 너무 당연할지도 모른다. 현대 사회의 관계들이 점점 복잡해지고 그 패턴도 다양해지면서 이 관계를 표현하는 그래프를 분석하여 현상을 설명하는 일도 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앞으로도 그래프는 현상을 설명하는 필수적인 도구로, 그것을 분석하는 일은 핵심적인 기술로 인정받을 것이다.

박보람(수학) 교수  borampark@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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