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형순(건축·88) 동문을 만나 그의 꿈이 담긴 이야기를 나눴다.
장형순(건축·88) 동문을 만나 그의 꿈이 담긴 이야기를 나눴다.

‘종이모형 디자이너’이다. 그는 건축가와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일하다가 어릴 적 꿈꾸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만화와 같은 ‘꿈과 희망의 스토리가 담긴 모형’을 만들고 있다. 그의 꿈이 담긴 종이모형을 보며 인덕원역 근처 작은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Tip. 미야자키 하야오: 일본의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의 수장으로 많은 작품을 제작하여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감독이다. 대표작으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웃집 토토로> 등이 있다.

 

Q.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안녕하세요. 저는 건축학과(88)를 졸업한 장형순입니다. 현재 종이모형 전문회사 ‘지콘 디자인’ 대표로 2005년부터 ‘장형순 종이모형전’ 전시회를 열고 있습니다. 또한 ▲경북 캐릭터 ▲국립중앙박물관 ▲에코디자인 등 다양한 공모전에서 입상하기도 했습니다. 처음부터 종이모형을 만들었던 것은 아닙니다. 대학 졸업 후 대학원에 진학하여 건축계획을 전공하고 여느 사람들처럼 설계사무소를 다니다가 그만두었습니다. 과거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를 눈앞에서 목격한 이후 ‘아무리 건축가가 잘해도 과정에서 백 명 중 한명만 잘못하면 저런 비극이 생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설계사무소를 다니던 시절 세상에서 가장 높은 마천루를 설계하고자 했던 마음은 삼풍백화점 사고로 붕괴됐습니다. 이후 사람들에게 아픔보다는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것을 디자인 하고 싶다는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Q.애니메이션 회사를 다니다가 종이모형 회사 대표가 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A.저는 어릴 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을 보며 자라는 일본 아이들이 부러웠습니다. 우리나라 아이들도 우리나라 정서에 맞는 ‘꿈’이 담긴 만화를 보고 자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본 정서가 아닌 우리나라의 스토리가 담긴 디자인을 만들고자 애니메이션 회사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회사를 다니며 꿈꾸던 애니메이션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많은 과정을 거쳐야했고 그 과정에서 괴리감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다니던 애니메이션 회사를 그만두고 정말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을 종이모형으로 만들기로 결심했고 우리나라 디자이너가 만든 ’우리나라 것’이라는 컨셉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Q.종이모형은 생소한 예술 분야인데 어떤 것인지 자세히 소개해주세요.

A.아직까지 종이모형은 우리나라에 크게 알려진 분야가 아닙니다. 종이모형은 ‘전개도’를 이용하여 만듭니다. 전개도는 건축물이나 동물 등 만들고자 하는 대상을 먼저 면의 조합으로 디자인 하여 3D모형으로 제작이 가능하게 만듭니다. 이후 제작된 모형을 컴퓨터로 옮겨 데이터로 변환하여 전개도를 완성합니다. 2000년대 초반 인터넷을 통해 야마하나 앱손 등 일본 프린트 회사에서 많은 전개도가 들어왔습니다. 그 당시 전개도는 야마하 오토바이나 일본 만화 캐릭터 등이 그려진 것으로 우리나라 프라모델 마니아들이 찾는 정도였으며 한국은 단 두 개의 회사와 전개도를 이용한 소수의 모형 제작 동호회가 있는 정도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전개도의 기준을 만들기 시작했고 3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종이모형은 다른 예술 분야와 달리 제 작품을 다른 사람도 전개도를 보고 똑같이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 매뉴얼을 제공하고자 노력중입니다.

 

Q.많은 재료 중 ‘종이’를 사용하여 모형을 만드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A.저는 어릴 때부터 TV에 나오는 만화주인공을 따라 그리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러다가 그리는 것에 멈추지 않고 만화 주인공을 ‘살아있게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어 당장 눈앞에 보이는 재료인 ‘종이와 풀’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취미생활이 종이모형의 시작이었고 이후 애니메이션 회사에 다니면서도 모형 제작 재료로 종이를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종이를 이용해 만든 전개도는 사람들이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로인해 제가 만든 작품을 함께 공유할 수 있고 누구나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여 종이모형을 제작하게 됐습니다.
 

Q.수많은 작품 중 ‘이드의 선택’을 본인의 대표작으로 선정하신 이유는 무엇 인가요?

A.작가가 한창 에너지 넘쳤을 때 만든 작품이 주는 감동이 있습니다. 저는 30대 초반 혈기왕성한 나이에 일이 없어서 쉰 적이 있습니다. ‘이드의 선택’은 저의 에너지 넘쳤던 방황 시절에 나온 작품입니다. 그 당시 소파에 누워 동물의 왕국을 주로 보며 사람이 동물의 활동을 관찰하여 만들어낸 스토리인 내레이션에 집중하게 됐습니다. 저 또한 작품의 주인공들에게 스토리를 부여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소설을 집필하기도 했습니다. 그 중 ‘이드의 선택’은 주인공 이드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드는 날개를 원했지만 그것이 손을 포기해야하는 일인지 몰랐습니다. 그것을 알았을 때 날개를 얻게 되는데 원하는 것을 얻었다는 희열 뒤에 손을 잃은 고통이 뒤따릅니다. 또한 이드는 얻은 날개로 과연 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스토리를 구상하면서 나 역시도 이드와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무것도 없이 무엇인가를 원해서 그 길을 걸었고 그 과정에서 고통 또한 많았습니다.아직도 종이모형을 통해 제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얼마나 수많은 날개짓을 하느냐에 따라 제 남은 삶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이드의 선택은 방황하던 저의 젊은 시절의 이야기이며 날개짓을 시작하는 현재이기도 합니다.

‘이드의 선택’은 종이모형 디자이너 장형순의 대표작으로 4년에 걸쳐 제작되었다.
‘이드의 선택’은 종이모형 디자이너 장형순의 대표작으로 4년에 걸쳐 제작되었다.

Q.전공이나 해오던 일이 아닌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하려는 학우들에게 조언해주신다면?

A.저는 아직 큰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종이모형을 제작하면서 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내가 정말 이 일을 하려는 이유를 정의해보니 매번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내 모형과 스토리를 통해서 꿈과 희망을 느꼈으면 좋겠다’라고 결론 지어졌습니다. 또한 그것이 제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습니다. 만약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이에 대해 한마디로 정의해보고 그것에 대해 얼마의 시간이 걸리든지 깊이 고민 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럼에도 변함이 없다면 당연히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하고 그 일에 관해 도전정신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여러분은 젊기 때문에 잠재된 가능성이 있습니다.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일에 도전해보세요!

 

Q.앞으로의 꿈은 무엇입니까?

A.앞으로도 꾸준히 종이모형 전시회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현재는 용인에서 상설 전시회를 진행 중이며 전시회에 오신 분들과 종이모형을 통해 제가 꿈꾸는 세상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나중에라도 제 모형에 담긴 이야기가 책이나 영화로 나와 세상의 아이들과 소통하길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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