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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과 권력구조
  • 문우진(정외) 교수
  • 승인 2017.11.16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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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일 문재인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에 관한 국회 시정연설에서 개헌 의지를 재천명했다. 대한민국 헌법 10장 제 130조에 의하면, 헌법개정안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 후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통과된다. 대한민국 헌법의 총 10장 중 3장부터 6장에서 각각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 헌법재판소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을 정도로, 중앙정부 형태는 헌법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따라서 국민투표에 임하는 유권자들이 헌법개정안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정부형태의 차이들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학생들과 일반인들이 가장 흔하고 심각하게 정치제도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내용은 정부형태에 관한 것이다. 수업시간에 학생들과 일반인들에게 대통령제와 내각책임제 중 어떤 정부형태가 더 권력집중적인 제도냐고 물으면 80%이상이 대통령제라고 답한다. 이에 대한 이유를 물으면, 일부 학생들은 심지어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대통령제는 권력집중형이고 내각책임제는 권력분산형 제도라고 배웠다고 말한다. 따라서 아래에서 헌법개정안에 대한 학생들의 올바른 판단을 위해서 “올바른 개헌논의를 위한 정치학자의 제언”이라는 제목으로『월간중앙』2016년 10월호에 게재된 글의 일부를 발췌한 내용을 아래에 옮긴다.

대통령제의 핵심은 권력 분립이고 내각책임제라 불리는 의회제의 핵심은 효율성이다. 대통령제는 입법·사법·행정부가 서로 견제하는 체제다. 이들이 서로 동의하지 않으면 입법적 교착이 발생한다. 반면, 의회제에서는 행정부가 다수당 또는 다수 연합의 지도부로 구성되기 때문에, 행정부가 만든 법을 이들이 거부하기 어렵다. 특히 견제장치가 없는 양당 의회제에서 수상의 권력은 대통령보다 막강하다.

권력구조의 명칭만 보면 대통령제에서는 대통령이, 의회제에서는 의회가 더 큰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실제는 정반대다. 양방이 서로 거래를 할 때 일방의 제안에 대해 상대방이 수정을 할 수 없고 제안을 받을 것인가 말 것인가만 결정할 수 있다고 하자. 이때 먼저 제안한 사람을 의제설정자라고 부른다. 의제설정자는 의사결정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끌어올 수 있다. 왜냐하면 상대가 자신의 제안에 수정을 가할 수 없기 때문에 의제설정자는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입장들 중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입장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회제에서는 입법 발의를 하는 행정부가 의제설정자이고, 대통령제에서는 의회가 의제설정자이다. 따라서 의회제에서는 행정부가, 대통령제에서는 의회가 자신에게 유리한 입법결과를 확보한다. 이러한 작동원리를 모르는 시각에서는 대통령제에서는 대통령에 권력이 집중되었기 때문에 의회제로 바꾸면 대통령 권한이 약화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통령제와 같은 견제장치가 없는 의회제로 바꾸면 더 큰 권력이 수상에게 집중된다.

의회제를 권력분산형 체제로 오해하는 것은 의회제 국가들이 대부분 비례대표 선거제도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회제와 비례대표제를 조합하는 이유는 양당제와 의회제가 조합될 경우 다수당을 견제할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제에서는 입법·사법·행정부가 서로 견제하는 반면, 의회제에선 비례대표제를 통해 다당제를 산출해 정당끼리 상호 견제하게 하는 것이다. 의회제가 권력분산형처럼 보이는 이유는 의회제가 권력분산형 제도라서가 아니라 양당 의회제에서의 권력집중을 막기 위해 채택한 비례대표 선거제도 때문이다.

문우진(정외)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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