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22.8.15 월 14:08
상단여백
HOME 여론 한량수첩
융합, 우연이 아닌 필연적 흐름기술적 상상력, 주체에서 기획으로 - 진중권 교수의 강의를 듣고
  • 정찬영 기자
  • 승인 2014.03.28 05:16
  • 댓글 0

지난 15일 원천관 강당에 동양대학교 진중권(교양학) 교수가 찾아왔다. 원천관 강당이 강의를 들으려는 학우들로 가득 찼다. 진 교수는 이날 ‘융합’의 시대에 도래하기까지의 흐름과 함께 우리가 앞으로 어떤 사고를 통해 세상을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강의를 펼쳤다.
강단에 선 진 교수는 먼저 인간에 대해 이야기 했다. 존재를 뜻하는 영어 단어는 existent 와 being이 있다. 전자는 사물의 속성답게 살아가는 존재이며 후자는 말 그대로 일차원적인 존재라는 의미를 담는 단어이다. 이에 철학에서는 existent를 실존이라 번역하고 인간의 잠재성을 충분히 실현시키는 존재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existent의 어원을 분석해 보면 ex는 밖을 뜻하며 어미부분은 서있다는 의미로, 인간은 자연 밖에 서있는 존재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간이 자연(세계)과 매개할 수 있는 도구는 조각이나 그림과 같은 이미지였다. 자신의 바람을 이미지로 표현해 주술적인 효과를 기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슴과 엉덩이가 큰 조각상을 만들고 다산을 기원하는 행위 등으로 이를 엿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주술적 상상력이라 불리는 행위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인간은 이러한 주술적 상상력이 자연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인간은 다시 세계로부터 멀어졌다. 진 교수는 “이 때 인간이 발명한 것이 문자였다. 문자 문화는 역사시대를 열었고 사람들이 세계를 객관화해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도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지식이 누적되고, 문명의 토대가 만들어 진 것이다.
인간은 점차 자연을 이용하려 했고 이를 위해 자연과학을 문자화하는 도구가 필요했다. 문자는 알파벳과 숫자의 영역으로 나뉜다. 자연의 개발을 위해서는 수치화가 필요해 점점 숫자의 영역은 넓어져만 갔다. 하지만 자연은 연속적인 흐름이며 숫자는 불연속적이므로 자연을 빠짐없이 수치화하기 위해서는 미적분과 같이 더욱 복잡한 수학이 개발돼야만 했다.
이에 곧 인간은 컴퓨터를 개발했다. 인간이 할 수 없는 계산을 대신해 줄 수 있는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과거 인간은 책을 통해 세계와 매개했지만 현재는 책은 저자의 생각일 뿐 실제 세계는 아니라는 생각이 퍼졌고 인간과 세계를 매개해주는 것은 이미지가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됐다. 과거에 조각이나 그림으로 표현된 이미지와는 다르게 실제 세계를 카메라를 통해 포착한 이미지를 말하는 것이다.
조각은 3차원, 그림은 2차원, 문자는 1차원, 그리고 이미지는 0차원이다. 점점 차원이 낮아져 추상적으로 변하는 것 같은데 이것이 어떻게 세계를 더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에 진 교수는 “가상 세계의 입자가 점점 더 작아져 기술의 조작 단위가 실제 사물의 생성 단위와 일치할 때(나노 기술 등) 실제 세계와 가상 세계는 구분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를 것이다”며 “복제 기술이 이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예이다”고 말하며 이제 현재 세계는 없는 것도 있는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시대라고 덧붙였다.
가상이 곧 현실이 되는 세계에서 우리는 어떻게 세상을 바라봐야 할 것인가에 대해 진 교수는 ‘상상하라’고 전한다. 기술적인 영역은 이미 포화상태이며 이는 모두가 갖고 있는 욕망을 싼 값에 만족시켜주는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소니에서 걸어 다니면서 음악을 들을 수 있게 워크맨을 개발한 것 과 같이 우리는 상상하여 ‘욕망’ 자체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것이 기획으로써의 인간이다.
진 교수는 이러한 기획과 상상의 능력은 융합에서 온다고 말한다. 과거의 그림 같은 이미지는 예술 분야에서, 언어와 컨탠츠는 인문학에서, 자연과학의 개발 영역은 공학 분야에서 발현된다. 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알 수는 없지만 최소한 접합시킬 수 있는 만큼의 지식은 갖춰야 한다. 이것이 통섭이고 흔히 말하는 T자형 인재다. 자신의 분야를 주도적으로 갖추되 그 외의 영역도 두루 지식을 갖고 있는 것을 말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은유에 대해 ‘전혀 다른 사물사이에서 유사성을 찾아내는 능력’이라 말하며 이것이 창조성의 핵심이라 말했다. 이 두 사물은 가능한 멀리 떨어져 있어야 더 큰 시너지효과를 발휘하는 것이다. 융합이란 거창한 능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강의를 마치며 진 교수는 “일상생활에서 평소에 생각하지 않았던 속성을 생각하며 학생들이 자신만의 사유 영역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찬영 기자  cksdud0204@ajou.ac.kr

<저작권자 © 아주대학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주요뉴스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