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것을 직업으로 삼길 원하는 사람은 언제나 있었다. ‘인생은 한 번뿐’ 이라는 의미를 가진 ‘YOLO’가 열풍을 일으키면서 하고자 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하지만 먹고 살기 바쁜 요즘 YOLO는 점점 허상이 되었고 하고자 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것은 허상을 실제로 바꾸는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 되었다. 이번 만남에서는 큰 용기를 가지고 하고자 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허상을 실제로 바꾼 분을 만나보았다. 이종원 여행작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종원 작가는 여행 다니는 것을 매우 좋아했고 여행작가가 되기 전에도 직장을 다니면서 여행을 많이 다녔다고 한다. 문득 이 작가는 여행 다니는 것이 직업이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36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직장을 그만두자는 결심을 하고 여행작가의 길을 가게 되었다고 한다. 여행작가는 어떤 직업이길래 이 작가는 여행작가가 되려 했는지 그리고 왜 용기를 내어 하고자 하는 일을 하려 했는지 인터뷰를 통해 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꽤 늦은 나이에 새로운 길에 도전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A. 어렸을 적부터 꿈이 작가는 아니었습니다. 사실 그때는 글 쓰는 것이 싫었어요. 작가로서 첫 책을 내고 고등학교 은사님을 찾아갔을 때 은사님이 “글쓰기를 그렇게 싫어하던 네가 책을 냈다는 것이 참 신기하다”고 말씀하실 정도였으니까요.

학창시절에는 주변 사람들이 공부를 해서 대학에 가려고 하니 나도 공부해서 대학에 가려고 했고 점수에 맞춰 대학에 갔습니다. 그 때문인지 대학을 다니는 것에 흥미도 없었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모른 채 살았습니다. 그리고 취직을 하게 되었고 아직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몰라 단순히 돈을 많이 주는 곳에 취직했죠. 상당히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직장을 그만두고 늦은 나이에 여행작가의 길에 들게 되었죠.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이 좋았고 그것이 원동력이 되어 지금까지도 여행작가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늦은 나이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게 되어 참 아쉬워요. 좀 더 빨리 찾았다면 대학도 점수에 맞춰 가기보단 어느 정도 전공을 고려해서 대학을 정하고 과를 정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아 있어요.

 

Q. 여행작가의 길을 들어서기 위해 결심을 하기 위해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습니다.

A. 대학교를 졸업하고 10여 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여행을 많이 다녔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여행을 다니는 것이 직업이면 얼마나 좋을까? 정말 즐겁게 일할 수 있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막 달았던 과장이라는 직함을 버리고 36살이라는 나이에 여행작가의 길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가정이 있고 가장으로서 책무도 있어 직장을 그만두는 것을 많이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직장을 그만둘 수 없을 것 같아 아내에게 말하지 않고 그만두었죠. 아내에게 직장을 그만둔다고 말하면 말릴 것 같아서 그랬어요.

처음 몇 년간은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생계를 이어나가기조차 힘들었죠.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이 원동력이 되어 여행작가를 계속하게 되었고 지금은 그때 겪은 역경이 바탕이 되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여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죠.

이 작가는 여행작가가 되기 위해 36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었다. 작가 자신도 그건 큰 용기가 필요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여행작가는 어떤 직업이길래 안정적인 삶을 포기하고 왜 어려운 길을 가려 했을까? 여행작가는 어떤 일을 할까?

 

Q. 여행작가는 어떤 직업인가요?

A. 여행작가는 말 그대로 여행을 하면서 글을 쓰는 직업이 여행 작가죠. 작가에는 많은 부류가 있지만 여행작가는 글의 소재를 직접 현장을 다니면서 구해야 한다는 것이 여행작가만의 특색입니다.

책을 쓰는 것 이외에 잡지에 글을 기고하기도 하고 사보에 기고하기도 합니다. 작가로서 글을 쓰는 것이 주된 일이지만 글쓰기 이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합니다. 방송을 통해 여행지를 소개하거나 다큐멘터리에 참여하여 영상매체에서 활동도 합니다. 그 외에도 정부기관의 프로그램 자문 역할을 할 때도 있습니다. 이를 통해 돈을 받고 이를 통해 다른 여행을 계획하고 떠나는 것이 반복되는 직업이 여행작가입니다.

 

Q. 여행을 다니면서 글을 쓴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A. 직업으로 여행을 다니면서 글을 쓰기란 쉽지 않은 일이에요. 그래서 직업으로 여행을 다닌다고 생각하고 여행을 다니지 않습니다.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여행을 하면 여행도 즐길 수 없어요. 그리고 글도 쓰기 어렵습니다. 내가 하고 싶어서 여행작가를 하고 있는데 오히려 여행이 부담으로 느껴지면 보람이 없잖아요. 그래서 여행을 재미있게 다니려고 노력합니다. 글을 쓸 때도 크게 부담 갖지 않고 일기 쓰듯이 써요. 어떤 일화가 있어야 일기를 재미있게 쓸 수 있지 않겠어요? 그래서 여행지에서 감상을 주로 쓰기보단 많은 사람을 만나 대화를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글을 씁니다.

가족과의 여행을 다니는 이유도 그 중 하나입니다. 여행을 통해 자녀가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고 함께 다니다 보면 많은 일화들이 생기거든요. 그 일화들을 녹아내어 글을 쓰니 독자들의 반응도 좋았습니다.

 

Q. 글을 재미있게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행작가인 만큼 여행지에 대한 소개도 중요할 것 같은데요.

A. 여행지에 대한 소개 역시 중요하죠. 하지만 여행지 소개를 장황하게 글로만 쓰면 재미도 없고 독자들이 쉽게 여행지에 대한 느낌을 느낄 수 없어요. 그래서 여행작가는 사진이 매우 중요해요. 아무리 글로 설명하려고 해도 설명이 쉽지 않은 것이 많은데 사진 한 장으로 해결될 때가 많아요. 사진을 통해 독자들이 여행지에 대해 더 쉽게 알 수 있고 내가 썼던 여행지에 대한 감상을 이해하기 더 쉬워지죠. 그래서 사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여행작가를 시작해서 각종 사진 전문가들을 붙잡고 매달려 사진에 대해 배웠어요. 그만큼 여행작가에게는 글만큼 사진도 중요하거든요. 하지만 아무리 좋은 사진이라고 해도 글과 큰 관련이 없는 사진은 오히려 사진의 효과를 떨어뜨려요. 내가 쓴 글에 녹아있는 사진을 써야 사진의 효과가 살아나고 글도 더 돋보이게 할 수 있어요. 글에 녹아있지 않은 사진은 여행작가의 사진이라고 볼 수 없어요.

 

Q. 발길 닿지 않는 곳을 주로 여행한다고 들었습니다.

A. 아무래도 작가 다 보니 독특하게 글을 써야 해요. 그래야 독자들이 흥미롭게 글을 읽고 내 글에 더 관심을 둘 수 있으니까요. 이미 많은 사람에게 알려진 여행지는 그에 관한 글도 이미 많이 있는데 그 여행지를 가서 관련 글을 쓰면 많은 관심을 받기 힘들어요.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은 여행지에 대해 글을 쓰면 이미 그 여행지에 관련해서 쓴 글도 많이 없을뿐더러 새로운 여행지에 대한 글이다 보니 독자들의 흥미를 끌기 쉽죠. 여행지에서의 단순한 감상을 쓰기보단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들과의 대화를 글에 쓰는 이유도 발길 닿지 않는 곳을 가는 이유와 같습니다.

내가 가보고 싶은 여행지를 가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대화하며 글을 쓰는 여행작가는 상당히 매력적인 직업이었다. 한편으로는 직업으로서 여행을 간다고 들었을 때 직업으로 여행을 다니면 과연 즐겁게 다닐 수 있을까에 대해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이종원 작가는 나름대로 방식으로 여행의 재미를 찾았고 그를 바탕으로 여행지를 소개하면서 재미있는 글을 썼다.

여행작가라는 직업에 대해 인터뷰를 계속 진행하면서 이종원 작가에 대해서 더 알아보고 싶었다.

 

Q. 작가로서 첫 작품은 큰 의미를 가질 것 같습니다.

A. 첫 책 ‘한국의 숨어있는 아름다운 풍경’ 을 냈을 때의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었죠. 작가로서 첫 책을 낸다는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어요. 그래서 첫 책에 애착이 많이 가죠.

하지만 작가는 책을 내는 것보다 좋은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첫 책은 실패한 책이 아닌가 생각해요. 이를 반면교사 삼아 두 번째 책 ‘우리나라 어디까지 가봤니? 56’을 냈고 그 책은 성공했어요. 그 책으로 ‘한국 관광의 별’이라는 상을 받았고 그 이후로 굉장히 바빴어요. 여태 냈던 책들이 모두 나에게 의미가 있지만 두 번째 책은 지금 나를 이 자리에 있게 해준 가장 큰 의미가 있는 책이에요.

Q. 다녔던 여행지 중 기억에 남은 곳이 있나요?

A. 워낙 많은 곳을 다녀왔고 기억에 남는 여행지는 상당히 많죠. 지금 기억나는 여행지로는 남프랑스에서 갔던 ‘레보드 프로방스 빛의 채석장’이 기억에 남아요. 지금은 채석장에서 돌을 채취하지는 않지만 대신 세계의 명화를 주기적으로 주제를 바꿔 명화들을 빛으로 재구성하여 채석장의 돌을 스크린 삼아 프로젝터로 보여줘요. 어디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이 아니었습니다.

남프랑스 레브도 프로방스 '빛의 채석장'
남프랑스 레브도 프로방스 '빛의 채석장'

인터뷰가 끝날 즈음 이번 인터뷰에서 가장 핵심적인 질문을 했다. “작가님에겐 여행이란 무엇인가요?”라고 물었고 이종원 작가는 꿈을 찾기 위해 떠나는 것이 여행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이 작가는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해 줄 말이 있다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나 자신도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 모른 채 점수에 맞춰 대학에 왔고 다들 살아가는 방식으로 살아왔어요. 하지만 36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새로운 길에 들어설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하고 싶은 것을 하자”라는 마음가짐이에요. 지금 대학생들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취업에만 열중하고 있고 공무원 시험 같은 많은 사람이 몰리는 ‘레드 오션’에만 눈을 돌리고 있어 안타까워요. 이 작가는 “여행은 길 위의 학교이자 지붕 없는 학교에요. 여유가 없더라도 무작정 여행을 떠나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해보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이에요”라며 “아주대 학생들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그 일을 소신 있게 밀고 나가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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