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호(교통·03) 동문을 '모아트' 사무실에서 만났다.
장준호(교통·03) 동문을 '모아트' 사무실에서 만났다.


장준호(교통·03) 동문은 독특한 이력을 가진 사람이다. 그는 인천공항에서 항공운항관리사로 일하다 화장품 브랜드인 ‘모아트’를 창업했다. 그만의 독특한 취업 그리고 창업 이야기를 듣기 위해 김포공항 근처의 모아트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교통시스템공학과를 졸업한 장준호입니다. 현재 뷰티 브랜드 ‘모아트’를 운영하고 있는 주식회사 ‘플레이스‘의 이사직을 맡고 있습니다.

  

Q. 대학 시절은 어떻게 보내셨나요?

A. 막연히 공부만 하기 보단 교류를 많이 했어요. 예를 들자면 교통시스템공학과 학술 소학회인 ATS를 같이 활동하는 친구들과 같이 교통 관련 시설을 견학하고 서로 이에 대해 브리핑하기도 했어요. 이러한 활동이 나중에 창업할 때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여행도 자주 다녔어요. 국내든 해외든 많이 다녔는데 그 중 미국을 갔던 게 기억에 남아요. 한 번은 미국 고속도로의 분기점에 설치된 신호등을 봤던 적이 있었는데 나중에 전공 서적에서 관련된 내용을 공부할 때 큰 도움이 됐던 적이 있었어요.

  

Q. 항공운항관리사에 대해 간략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항공운항관리사는 비행기가 이륙하고서 착륙할 때까지의 고도와 항로를 결정하고 비행 중 이상이 없는지 감시하는 직업이에요. 이때 비행에 필요한 정보들은 NOTAM을 기반으로 ▲공항 제한 사항 ▲국가별 공역 제한 사항 ▲기종별 제한 사항 ▲조종사 자격을 참고해 결정합니다. 인천공항에서 일할 당시에는 스카이팀 소속의 외국 항공사의 운항 관리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Tip 1. NOTAM
Notice to Airmen의 약자로 항공기의 안전 운항을 위하여 관계 기관이 승무원에게 제공하는 여러 가지 정보로, 항공·운항 업무 및 군사 연습과 같은 정보가 제공된다.

 

Tip 2. 스카이팀
국제 여객 항공 동맹체 중 하나로 ▲대한항공 ▲델타항공 ▲에어프랑스 ▲중국동방항공 등이 소속돼있다.

  

Q. 항공운항관리사가 되기까지 어떤 준비를 해오셨나요?

어릴 적 꿈은 항공기 조종사였어요. 그러나 중학교 때부터 시력이 좋지 않아 조종사 대신 항공운항관리사라는 꿈을 대신 갖게 됐어요.

항공운항관리사가 되려면 국내 운항관리사 자격시험을 응시해야 해요. 응시 자격 중 하나는 국외 운항관리사 자격증의 보유입니다. 그래서 저는 군 복무를 마친 2학년 때 6개월 동안 운항관리사 교육을 받고서 미국 FAA 운항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했어요. 그리고 3학년이 되고 자격시험에 합격해 국내 운항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어요.

더불어 공학 인턴십 수업을 통해 한국교통연구원의 항공 관련 부서에서 2개월 동안 인턴십을 했습니다.

Tip 3. FAA
Federal Aviation Administration. 미국 연방 항공국

  

Q. 공항 내에서 편의시설을 운영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현재도 계속해서 운영을 하고 있어요. 인천공항 국제업무단지와 김포공항역에서 이디야 커피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체인점을 운영하면서 배웠던 점은 사업을 시작할 때 ▲그 지역 사람들이 얼마를 버는지 ▲그 지역에 무엇이 부족한지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는 필수적으로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정보들을 모르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것도 깨달았어요.

인천공항 업무단지와 김포공항역의 체인점 모두 대부분 공항 직원들이 주 고객이에요. 그런데 직원들 대부분은 하청 업체 소속이기 때문에 급여가 많지 않아요. 그래서 만약에 가격대가 좀 있는 브랜드를 넣으면 당연히 그분들이 쉽게 음료를 사지 못하겠죠. 그 때문에 많은 브랜드 중에서 이디야 커피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김포공항역점은 승무원이나 공항 직원들이 사원증을 보여주면 할인을 해주고 있어요. 처음에 직원들에게 몰래 홍보했는데 점점 입소문이 나서 1년 사이에 매출이 두 배 이상 올랐어요.

   

Q. 항공운항관리사로 7년 동안 일하시다 창업을 하셨습니다. 창업을 결정하시게 된 계기와 화장품 브랜드의 창업을 결정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A. 일을 하던 중 어느 순간 매너리즘이 왔어요. 그러면서 돈도 더 벌고 싶어 처음 창업을 고민해보게 됐어요. 하지만 그땐 막상 시작하려고 하니 돈도 없고 두려움도 컸을뿐더러 회사 내규 상 겸업이 금지돼있었죠. 그 대신 한 번은 대출을 받아 투자를 했는데 결국 실패해서 빚을 갚아야 하기도 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공항에서 중국인 여행객들이 선물 보따리를 들고 있는 것을 봤어요. 대부분 면세점에서 몇 백 또는 몇 천만 원 단위로 화장품을 구매해 가는 것이었는데 이를 보면서 화장품 브랜드의 창업을 생각해보게 됐죠. 그래서 화장품에 대해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마침 한 지인이 화장품 제조 기술을 갖고 있는 걸 알게 됐어요. 그분께 도움을 요청했고 창업 계획을 세워 퇴사 후에 바로 사업에 집중할 수 있게 준비를 시작했어요.

  

Q. 항공운항관리사로 일했던 것이 창업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요?

A. 항공운항관리사로서 공항에서 일했던 게 많은 도움이 됐어요. 공항에서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승무원들을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이었죠.

승무원들의 화장법은 국가마다 다 다르지만 대부분 그 나라 고유의 스타일을 크게 벗어나지 않아요. 예를 들면 우리나라 승무원들은 주로 색조 화장을 하고 네덜란드 승무원들은 오렌지색 계통의 화장을 해요. 이렇게 나라마다의 화장법을 관찰하면서 점점 화장품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고 저만의 정보를 축적할 수 있었습니다. 화장품 회사들이 해외의 화장 스타일을 알기 위해 직접 해외로 나가는 반면 저는 공항에서 손쉽게 화장법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죠.

창업을 하고나서는 제 동창이 항공사에서 승무원장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승무원들에게 쉽게 샘플을 제공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샘플이 나오면 승무원들이 샘플을 사용해보고 주는 피드백을 수월하게 받을 수 있었고 이를 정식 출시 전에 빠르게 반영할 수 있었죠.

  

Q. 사업에서 앞으로의 계획이나 준비하고 있는 것은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희 브랜드는 현재 해외에서 더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요. 저희 샘플을 받아본 해외 유통회사들이 가맹을 제안하면서 일본과 멕시코 등의 백화점에 매장을 입점했어요. 다음 달에는 베트남에 지사가 만들어질 예정이고 내년에는 북미 쪽에서 사업을 더 확장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3년 안에는 우리 회사만의 사옥을 짓고 싶어요. 직원들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제 사업의 가장 큰 모토이자 목표인 ‘훌륭한 복지가 있는 회사’를 실천하기 위해서예요. 그래서 수입이 어느 정도 생기면 새 사옥을 지어 이사하려고 해요.

  

Q. 마지막으로 먼저 취업 또는 창업을 준비할 아주대 동문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그 어느 때보다 취업난이 심각하다고 해요. 저희도 최근 1명을 채용하는데 무려 70명이나 넘게 지원했어요. 구직자 입장에서 볼 땐 엄청난 수치지만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저희와 딱 맞는 사람은 단 3명 정도밖에 안됐습니다. 그만큼 아직 직업에 대한 ▲경험 ▲자격증 ▲직종에 대한 이해와 준비가 덜 된 구직자가 많았다는 뜻이에요. 단적으로 이번에 채용했던 분은 자격증과 경력이 모두 준비돼있던 분이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생각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르바이트나 봉사활동을 해보거나 여행을 다녀보면서 많은 경험을 해봐야 해요. 그리고 관심이 가는 직업과 기업이 있으면 그와 관련된 정보는 꼭 찾아봐요. 특히 공채가 뜰 때마다 취업 정보랑 면접 내용 등을 모아요. 이건 1년 중 일주일만 투자하면 돼요.

눈을 낮추는 것도 방법 중 하나에요. 마흔 살 이후를 꼭 생각해야 된다고 봐요. 무작정 대기업에 도전해서 합격하는 것도 좋지만 합격을 하면 이제 자신이 잘 모르는 일에 고된 노동과 치열한 경쟁이 뒤따라요. 그러다 50살이 넘어 퇴직을 하면 이젠 또 남은 삶에서 뭘 할 것인지 고민을 해야 돼요. 그렇기 때문에 대기업만 바라보기보단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그 일을 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창업이든 사업이든 자신이 무조건 성공할 생각을 하지 마세요. 그리고 준비를 철저히 하고 주변 사람들이 해주는 조언들을 꼭 들어요. 나중에 후회하면 그땐 이미 늦은 거나 다름 없어요.

사장이 될 거면 꼭 직원이 되보는 것도 중요해요. 예를 들어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하고 싶다면 관련 회사에 직원으로 들어가서 경험해보고 자신이 직접 응용도 해봐야 해요. 또 한편으로는 직원으로서 일을 해봐야 사장이 돼서도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직원들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할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자금 문제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의 지원 정책을 꼭 찾아봐요. 이와 함께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지 말고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선을 지키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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