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가 시작되고부터 과외 봉사를 했다. 차상위 계층의 중·고등학생들이나 형편 상 교육을 받지 못한 어르신들을 상대로 두 시간씩 영어와 수학을 가르치는 일이었다. 야학에 오는 학생들은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더 어려운 분들이었다. 문제집을 살 돈이 없어서 내신 대비를 못한다거나 문제집 한 권을 사도 몇날 며칠을 고민하고 사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 흔한 사교육 한 번 받아본 적 없는 오로지 학교 수업에만 의지해야 하는 아이들이었던 것이다.

미취학 사교육은 평균적으로 4.7세부터 시작된다. 바꿔 말하면 보통 4세에서 5세 사이에는 본격적인 교육을 시킨다는 말이다. 학부모가 미취학 아동들에게 쓰는 평균적인 사교육비는 월 26만원 정도다. 그 중에서 사교육비가 부담스럽냐는 설문에 그렇다고 답한 학부모는 82%로 학부모의 절대다수가 사교육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아이에게나 부모에게나 서로 부담인 사교육이 익숙해진 원인은 무엇일까?

공교육은 사교육을 배척한 지 오래다. 사교육 붐이 일어났을 때부터 공교육과 사교육의 대립적 구도가 만들어졌고, 많은 정치인들이 공교육의 정상화를 외쳤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을 만든 건 무책임한 공교육의 태도다. 초등학교에서는 한글을 가르치지 않는다. 모두 다 한글을 배우고 왔다는 전제하에 수업을 진행하고 받아쓰기 시험을 본다. 또한 최근의 초등학교 교과서 수준을 살펴보면 제 학년의 수준보다 높은 수준 때문에 선행 학습의 필요가 절실하다. 만약 반에서 한글을 깨우치지 못한 아이가 있거나 초등 수학에 대해 선행 학습을 하지 못한 아이가 있다면 어떻게 될까? 이 아이들은 교육적으로 소외 되고 말 것이다.

이렇게 야학의 아이들은 대부분 교육적 소외를 당한 이들이었다. 또래 아이들보다 뒤쳐져 있었고 심화 학습은 물론 본인 학년의 수준도 제대로 따라가지 못했다. 수업을 하면서 딜레마에 빠진 적도 있었다. 아이들이 모르는 부분을 가르쳐야 하면 앞부터 차근차근 가르쳐야 했는데 그렇게 하면 학교 진도에 맞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었다.

지금의 공교육은 그저 문제를 던지고 있다. 그렇다고 문제가 쉬운 것도 아니다. 단지 간략한 교습만을 제시하며 아이들 개개인의 특성이나 수준 또한 간략하게 고려될 뿐이다. 기초가 필요한 아이들과 심화가 필요한 아이들이 수업을 같이 듣는 것은 공평한 것이 아니다. 각기 재능과 특성이 다른 아이들이 같은 내용을 배우는 것도 공정한 것이 아니다. 가르치지 않은 내용을 적절한 교습 없이 교과서에 싣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나는 이 모든 것을 공교육의 무책임이라 생각한다.

또한 아이들이 사교육의 효과를 보려면 월 26만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5살 때부터 수능을 치르기 직전까지 약 14년 정도 사교육을 받는다. 월 100만원은 200만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시스템에서 사교육을 하지 않는 건 엄청난 부담이라는 사실이 발목을 잡는다. 결론적으로, 공교육이 상식적인 수준에 도달해야만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사교육의 부담을 줄일 수가 있는 것이다.

현 한국의 교육 실태는 있는 자와 없는 자 사이의 차별화 구축이 이루어져 있어서 교육의 양극화가 심화된 상태이다. 그리고 지금 정부에 이르러 교육 변화의 필요성이 더욱 더 대두되고 있다. 갖가지 형태가 거론되어지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한 교육이 어디에 중점을 둬야하는가가 아닌가 싶다. 학부모들의 부담은 언제쯤 덜어질 수 있을까. 현명한 교육계를 기다리는데 점점 지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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