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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시대를 돌아보며 학우들에게 당부합니다
  • 남방연(물리·87)
  • 승인 2017.10.11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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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대학교 자연과학대학 물리학과 87학번 남방연입니다. 이렇게 글로써 동문들과 만나게 되어 반갑고 설레입니다.

올해 동문이 된 아들이 학보사 기자가 되었습니다. 2학기에 학보 지면을 재배치하면서 새로 신설한 선배 동문들의 학교생활 이야기의 첫 원고를 저에게 부탁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벌써 30년이 되었습니다. 1987년 대한민국 역사에 큰 전환점인 6.29, 개헌, 직선제 대통령 선거 아쉬움이 많았지만 의미 있는 장면들이었습니다. 그 중심에 내가 없었다는 것이 못내 아쉽고 부끄럽습니다. 그리고 시대적 부채감으로 마음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입학 후 처음 한 달 동안 대학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주로 음주가무)과 수업에 전념했습니다. 당시 나는 통학을 했고 가끔 버스 안에서 고등학교 동문 선배와 이야기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선배는 시국에 대한 이야기와 시위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했고 나는 듣는 척 성의 없는 대답만 했습니다. 내 관심사는 재미있는 대학생활과 좋은 성적을 받는데 있었습니다. 중간고사가 끝난 후부터 시위가 많아지고 최루탄과 보도블럭 조각, 화염병이 날아다녔습니다. 수업 중에 뛰어든 학생은 ‘지금 수업을 할 때가 아닙니다. 다 같이 시위에 참여 합시다’ 호소를 했습니다. 5·18이 다가오자 도서관 로비에는 참혹한 광주 현장의 사진과 영상이 전시되었습니다. 믿고 싶지 않았고 외면했습니다. 시위는 더욱 격해져 가고 휴강하는 경우도 늘어났습니다. 최루탄의 매운 냄새에 눈물도 나고 학교생활도 재미가 없었습니다. 당시 학교의 분위기는 기말고사 거부가 대세였고 들리는 소리들은 대부분 기말고사 거부였습니다. 6.29 이후 대학생활의 첫 번째 방학을 그럭저럭 보내고 2학기를 맞았습니다. 격정적이었던 1학기와는 달리 평온한 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갓 고등학생 티를 벗은 1학기 때와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금요일이면 상당수의 동기들과 수원역 나이트클럽을 전전하며 음주 가무를 즐겼습니다. 차비가 없어 학교까지 걸어와 도서관이나 동아리 방에서 쪽잠을 자기도 했습니다. 공강 시간에는 주로 당구장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나는 당구를 배우지 않아 즐기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의 남학생들은 당구를 쳤고 친구를 찾으려면 당구장을 가야 했습니다. 당구치는 걸 구경하거나 만화책을 보기도 하고 장기나 바둑을 두기도 하였습니다. 첫눈이 오는 날 마지막 기말고사를 끝으로 1987년은 저물어 갔습니다.

내가 경험했던 1987년은 이랬습니다. 정치에 관심도 없었고, 시위에는 더욱 무관심 했고, 내가 관여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행동했습니다. 때로는 시위하는 학생들이 싫기도 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30년이 지난 지금 다시 생각해 봅니다.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 받았던 교육, 언론으로부터 받은 정보, 주변 사람들로부터 듣던 말들, 이 모두가 나에게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정보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있었고 진실이 무엇인지 탐구하려는 의지도 부족했습니다. 또한 현재의 안락함을 잃고 싶지 않았겠죠. 30년 전 그때 아주대학교 학생들이, 대한민국의 학생들이, 수많은 시민들이 나와 같았다면 지금 우리는 어떤 세상을 살고 있을까요? 지금의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는 너무도 다를 것입니다. 최근 9년간 겪었던 세상보다 더 참혹한 세상에 살고 있겠죠.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그 시대의 수많은 학생들이, 시민들이 나와 같지 않았기 때문에 정의와 진실을 갈망했기 때문에 지금 우리는 민주시민의 권리를 누리고 있습니다. 내 마음 한구석에 자리한 시대적 부채감을 조금이라도 갚아 나가기 위해 나는 지금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2016년 타오른 촛불은 1987년 부끄러운 대학교 1학년 시절의 나를 돌아보게 했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역동적인 시대의 중심입니다. 대한민국이 더욱 성숙한 민주 사회가 되도록 동문 여러분들 하나하나가 중심이 되어주세요. 나 하나쯤이 아닌 나 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키워가세요. 취업을 위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적극적인 사회 참여를 당부하고 싶습니다. 이로운 것 보다는 필요한 것에 동참해 주세요. 1987년의 그 노고가 지금을 만들었듯 지금의 노고는 미래에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 것 입니다. 부족함이 많지만 감히 동문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나와 같은 시대적 부채감을 갖지 않고 살아가 주기를…….

남방연(물리·8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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