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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지켜줘야 할 차례다
  • 남도연 수습기자
  • 승인 2017.10.11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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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7일 강릉시 강문동에서 안타까운 죽음이 발생했다. 경포 119안전센터 소속이었던 고 이영욱(59) 소방위와 고 이호현(27) 소방교가 재발화한 석란정의 잔불 정리를 하다가 붕괴되는 건물에 매몰돼 숨진 것이다. 이번 사고로 비지정 문화재 관리 미흡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됐지만 소방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문제의 근원은 소방관들의 열악한 현실에 있다고.

작년 한국직업정보 재직자조사를 분석한 결과 소방관은 직업 만족도 최하위를 기록했다. 당연한 결과다. 목숨을 담보로 하는 직종임에도 그에 대한 대우는 참담하기 때문이다. 현재 5년 차 6호봉 소방교의 월급 실수령액은 약 1백5십7만 원 정도이다. 우리나라 성인 평균 월 소득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근무 위험도가 큰 상황에서 처우마저 열악하다 보니 스트레스는 가중된다.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현재 소방직 종사자의 40%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으며 5년 간 자살한 소방관 수만 47명에 달한다고 한다.

결국 소방관의 고통스러운 현실은 소방직 기피 현상을 낳았고 이는 인력난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소방 근무원 수는 3만2천4백6십 명으로 소방기본법에 따른 최소 현장 인력보다 약 2만 명가량 모자랐다. 지방은 더하다. 특히 이번 사고가 발생한 강원도의 경우 소방 인력이 법적 필요 인력의 58%에 불과하다. 인력 부족은 곧 소방관들의 희생을 야기한다. 적은 인원으로 화재를 진압할 때 소방관의 노고가 배가 되는 것은 물론 진압 방법에 대한 현장 판단 또한 어려워진다. 이번 사건에서 인력이 보충됐더라면 소방관들은 잔불을 쉽게 처리했을 것이며 붕괴될 건물에 들어갈 일도 없었을 것이다.

소방관들의 무고한 죽음은 낙후된 근무 환경 탓도 크다. 사건 당시 동료들은 매몰된 두 소방관을 손과 삽으로 구출해야 했다. 마땅한 구조 장비가 부재했기 때문이다. 국민안전처의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소방관의 개인 보호 장비 노후 수량이 무려 2만9천여 대에 달했다. 정상적인 방화복도 60%에 불과했다. 지금까지도 많은 소방관들이 장비를 해외에서 직접 구매해 충당하고 있으며 화재 진압 시 부실한 방화복 내의 온도가 50도 이상 올라가 탈진은 물론 사망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사건 당시 구조 장비가 확충됐더라면 어땠을까. 두 사람을 구출하는 시간은 단축됐을 것이며 그들의 생명까지 지킬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2008년 이후 지금까지 현장에서 순직한 소방관은 51명에 달한다. 더 이상 소방관들의 희생이 번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소방관들의 인력 및 처우 문제가 개선돼야 한다. 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당한 대가를 통해 소방직 권위를 제고시켜야 한다. 미국의 경우 소방관은 추앙받는 직업이다. 소방직의 위험성을 인정해 평균 8천만 원의 연봉을 지급하며 화재 진압 후 이틀 이상의 휴식을 부여한다. 이처럼 임금을 인상하고 근무 제도를 개선할 시 소방직에 대한 수요는 증대될 것이며 인력 문제 또한 점진적으로 해결될 것이다.

또한 소방 재원을 확대해 소방관의 근무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최신화된 장비를 전국적으로 배급해 구조 상황의 효율성을 높이고 소방 병원을 건설하거나 진료비를 감면해 소방관들의 피해를 최소화 해야 한다. 이는 소방직 근무원의 98%인 지방직 근무원이 국가직으로 변경될지에 따라서 결정된다. 지자체의 재정 상황이 어려워질 경우 소방관들에게 돌아갈 복지 비용은 자동으로 감면되는 것이다.

소방관의 비참한 현실이 수면 위로 오른 것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문제는 누군가의 희생이 발생할 시 잠깐 떠오를 뿐 조금만 지나면 다시 가라앉는다는 것이다. 이번 사고가 일시적 관심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노력뿐만 아니라 국민적 관심 또한 지속돼야 한다. 국가직 전환 및 진료비 감면 등의 내용이 담긴 ‘소방관 눈물 닦아주기 법’이 1년 넘게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소방관들의 현실이 외면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 목소리마저 수그러든다면 그들의 눈물은 계속될 것이다. 우리를 보호해준 소방관들을 이제는 우리 모두가 지켜줘야 할 차례다.

남도연 수습기자  z58zzc@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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