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집주인에게서 월세 계약만기에 집을 비워 달라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중략) “고민하다 번뜩 평생 이사를 가지 않고 살 수 있는 묘안이 떠올랐어요. 제 로망이 미국 시인 도로시 파커처럼 호텔에서 살다 죽는 것. 서울이나 제주의 호텔에서 제게 방을 제공한다면 홍보 끝내주게 할 텐데.” - 최영미 시인

시 ‘서른, 잔치는 끝났다’와 ‘선운사에서’의 작가로 알려진 최영미 시인이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이 논란이 됐다. 최 시인은 월세 계약이 끝나 이사를 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며 이사를 하지 않을 방법으로 호텔에서 머무는 것을 생각해냈다고 밝혔다. 논란이 됐던 점은 최 시인이 서울의 A호텔에 ‘자신에게 호텔방을 제공하면 평생 홍보대사가 되겠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면서 이메일의 전문을 공개한 것이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최 시인이 A호텔에 대해서 ‘갑질’을 하고 있다며 그녀를 비판했다. 그러나 최 시인의 글에서 우리나라 문인들의 처한 상황을 들여다봐야 한다.

지난 해 5월 최 시인은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자신이 연간 소득이 1천 3백만원 미만인 무주택자라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됐다는 사실을 밝혔다. 하지만 누리꾼들과 언론들은 최 시인이 ‘서른, 잔치는 끝났다’를 52쇄에 걸쳐 발행한 베스트셀러 작가임을 언급하며 해당 사실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책 판매를 통해 작가가 받는 인세는 고정적인 수입으로 보기 힘들다. 정기적으로 발간되는 동인지나 잡지와 달리 작가 개인적으로 내는 책은 발행 간격이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베스트셀러가 되더라도 장기간에 걸친 수입을 기대하기 어렵다. 베스트셀러는 단기간에 책을 많이 파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결국 스테디셀러가 되지 않는 이상 작가가 집필을 통해 지속적인 수익을 얻기는 힘들다. 강원석 시인은 “베스트셀러는 생계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며 “시인이 시집으로 밥을 먹고 산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것입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른 문인의 연평균 수입은 2백14만원으로 전체 예술인 가운데 가장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더해서 문인 중 예술 활동과 관련된 수입이 없는 비율은 49.2%에 달하며 연간 5백만원 미만의 수익을 얻는 사람이 34.6%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의 문인들이 최 시인처럼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문인들의 어려운 삶을 알기 어려운 일반인들의 시선으로는 최 시인의 표현이 거만한 허세라는 것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하지만 최 시인의 글은 어쩌면 일정한 수입도 집도 없는 그녀의 현 상황과 더 나아가 현재 우리나라 문인들이 처한 삶에 대한 자조일지도 모른다.

최 시인에게 호텔방을 주고 월세를 늘려 주는 것은 결국 미봉책에 불과하다. 이렇게 일시적인 조치만 반복되면 결국 우리나라에서는 ‘서른, 잔치는 끝났다’나 ‘토지’와 같은 작품을 쓰는 작가를 보기 힘들어질 것이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부터라도 조금 더 문인들의 삶을 관심 있게 들여다보며 문인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원을 해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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