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중순 내년도 법정 최저임금이 시급 7,350원으로 결정되었다. 전년 대비 인상폭이 역대 최대라는 점도 화제거리였지만, 한 달 반에 걸친 최저임금위원회의 심의 과정에서부터 사회적인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었다는 사실도 특이할 만하다. 노동자측이 제시한 최초안은 시급1만원, 사용자측은 시급 6,625원이었음을 고려하면, 두 주체가 생각하는 적정 최저임금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간략히 말하자면, 노동자측은 빈곤을 퇴치하고, 소득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가능한 한 많이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사용자측은 급격한 인상은 중소 및 영세 기업에게 큰 부담을 주고, 경제 전체의 효율성을 떨어뜨려 성장을 저해하므로, 최소한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심의 과정 내내 두 주장은 평행선을 그렸고, 결국 공익위원들의 안으로 결정되었다. 이는 지난 수년간 반복되어 온 그림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우선 최저 임금을 높이면, 빈곤율이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뚜렷하게 실현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빈곤 계층의 일부만이 임금 근로자로 노동시장에 참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의 상당수는 청년 아르바이트생으로 빈곤 가구에 속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빈곤 퇴치를 위해서는 기초생활보장과 같은 전체 사회 구성원에 대한 안전망을 강화하는 것이 보다 적절한 방안이다.

한편, 최저임금 인상으로 기업 활동에 부담이 된다는 논리는 최근 논란이 된 살충제 계란에 대한 검사 기준을 강화하면, 생산 및 유통업체의 활동에 부담이 더 커진다는 논리에 다름없다. 물론 최저임금이 도입되면, 그보다 낮은 임금으로 근로계약을 맺고자 하는 노동자와 사용자의 경제적 기회는 사라진다. 최근 국내 연구를 종합하면, 최저임금이 10% 상승하면, 고용이 단기적으로 약 1% 전후 감소하는 것으로 관찰되었다.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 대비 16.4% 상승하니, 고용이 약 1.6% 줄어들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그러니까 최저임금을 다시 낮추어야 하는 일까? 이제 우리는 도대체 왜 최저임금을 도입한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최저임금법은 뉴질랜드와 호주에서 각각 1894년과 1896년에 도입된 이래 전 세계의 대부분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다. 초기에 도입된 배경은 2차 산업혁명 말기에 여성과 아동 노동자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결국 최저임금의 근거는 노동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간에 대한 존중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기준은 사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OECD 국가별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의 비율을 살펴보면, 2015년 기준으로 약 50% 수준을 기록한 뉴질랜드(52%)와 프랑스(50%)부터 30% 미만인 멕시코(29%)와 미국(25%)에 이르기까지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 당시 우리나라의 비율은 38%였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노동을 통해 최소한 일정 수준 이상의 임금을 보장받도록 하자는 사회적 합의에 어떻게 도달할 것인가? 이는 빈곤 해소를 위한 논의와는 다른 차원이어야 한다. 또한 기업의 경제활동을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는 입장도 논의 대상으로 부적절하다. 이 문제는 다른 사회제도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어 다양한 관점에서의 논의를 필요로 한다. 다만, 우리 노동시장에서 지켜져야 하는 최소한의 ‘안전 기준’이 얼마나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현실적인 기준을 근로자 평균임금 대비 비율로 합의한다면, 해마다 반복되는 소모적인 논쟁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지난해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을 받는 근로자의 비율이 13.6%인 현실을 직시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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