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희(오른쪽) 동문의 동티모르 유엔평화유지군 시절이다.
김광희(오른쪽) 동문의 동티모르 유엔평화유지군 시절이다.

 바쁜 여의도의 풍경을 뒤로한 채 한 식당가에서 한국장애인개발원 대외협력부에서 일하고 있는 김광희(영문·98)동문을 만났다. 그가 앉은 자리는 땀과 노력으로 채워진 그의 20대의 모습이 함께 녹아있다. “그때 포기했더라면 이 자리에 있지 못했을거에요”(웃음)

 

Q 학부생때 UN평화유지군 파병을 갔다고 들었다. UN평화유지군 파병을 가게 된 계기가 있다면?A. 2000년 군대에 입대하여 육군훈련 소에서 유일하게 읽을 수 있었던 ‘국방일 보’를 통해 우리 군이 동티모르에 유엔평 화유지군을 파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 니다. 매일 관련 기사를 스크랩하며 관심 을 가지고 있었어요. 어느 날 부대 중대장 님이 제가 신문 스크랩 하는 걸 유심히 보 시고는 파병에 한번 도전해 보라고 하셨 죠. 그래서 지원을 했고 마침내 최종 선발( 전국에서 헌병 5명) 됐습니다. 사실 처음 에는 그저 외국에 가고 싶었고 평화유지 군으로 가면 돈을 많이 받는다는 것 때문 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파견 전 동 티모르의 상황에 대해서 공부하고 현지에 서 6개월을 근무하면서 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어요. 전쟁이나 내전에 대해 관 심을 가지게 됐고 무엇보다 그 안에서 살 고 있는 많은 사람들과 그러한 사람들을 위해서 일하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대해서 보다 큰 관심이 생겼던 것 같아요.

 

Q 국제사회에서 일하고자 했던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면?

A. UN평화유지군에 파병 갔을 때 내전 분쟁으로 생긴 여러 가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유엔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멋있어보였어요. 그들과 이야기하고 같이 생활하면서 그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 게 됐고 나도 이런 쪽에서 일을 하고 싶다 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대 후에 학교에서 그와 관련된 수업인 정치외교학 과 국제학에 관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더불어 NGO 인턴쉽 기회가 생기고 일을 직접 경험하면서 ‘아 내가 이 일을 꼭 해야 하는구나’ 확신이 생겼습니다.

 

Q NGO에서는 어떤 일을 했는가? 

A. 당시 NGO에서는 인턴을 받지 않았 습니다. 그 쪽에서는 열악한 상황이기 때 문에 인턴을 뽑기는 불가능 하다고 했죠. 그래서 저는 무급으로라도 무조건 일하고 싶다고 말씀드렸고 다행히 기회가 생겨 들어가게 됐습니다. 그때 제가 일했던 NGO는 국제 파트에서 분쟁 인권을 다루 는 곳이었어요. 제 업무 중 하나는 분쟁 및 인권에 관한 외신기사들을 모니터링하고 정리하여 온라인 홈페이지에 올리는 것이 었어요. 한마디로 뉴스레터 같은 것을 만 든거죠. 계속 그러한 것들을 하다보니까 해외에 있는 중요한 인권 관련된 보고서 들도 계속 보게 됐습니다. 그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다양한 것들을 얻게 됐어요. 특 히 내가 어떤 곳에 관심이 있고 잘할 수 있으며 무엇이 부족한지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대학원을 가서 부족한 부분에 대 해서 더 배워봐야겠다 생각했죠. 자신에 대해 잘 알 수 있었던 것이 인턴쉽의 가장 큰 수확이라고 생각해요.

 

Q 외신기사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가 있는가? 

A. 휴먼 라이츠 워치나 Amnesty International에서는 정말 소외된 사람들 의 인권에 대해서 다뤄요. 이러한 것을 읽 는 과정은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는 좋은 계기였어 요. 이 중 Amnesty International에서 ‘왜 한국은 북한 탈출자들을 난민으로 인정해 주지 않는가?’와 관련한 보고서가 나온 적 있어요. 그 사람들은 북한에서 정치적·사 회적 박해와 경제적 빈궁 때문에 북한을 탈출하여 남한으로 옵니다. 하지만 헌법적 으로 북한과 우리나라는 같은 나라이기 때문에 그 사람들은 난민으로 인정해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난민으로서 대우를 못해주기 때문에 지원도 못해줄 뿐 아니 라 우리나라에서는 그들을 보호해줄 지위 가 없어져요. 그렇기 때문에 북한에서 그 들을 송환하여도 우리는 보호해줄 근거가 없어지는 거에요. 

 

Q 스위스 제네바 국제노동기구에서 인턴쉽을 했다고 들었다.

A. 대학원에서 공부하면서도 유엔과 국 제기구의 활동에 항상 관심을 갖고 있었 어요. 그러던 중 유엔 인턴쉽을 지원해야 겠다고 결심하고 준비를 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단순히 ‘유엔이나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만 하는 것 보다는 인 턴쉽이라는 제도를 통해서 꼭 한번 쯤 직 접 경험하고 싶었거든요. 인턴쉽에서 제가 소속된 팀은 기술부서 에 있는 장애인팀 이었습니다. 가장 기억 에 남는 것은 국제노동기구와 유엔계발계 획 그리고 유니세프 등 주요 국제기구 6개 가 중심이 되어 함께 진행했던 프로젝트 입니다. 내전과 같은 분쟁이 종료된 상황 에서 사람들을 어떻게 재통합하여 사회를 재건해야하는가에 대한 다양한 고민을 토 대로 유엔전문기구가 가진 전문성을 기반 으로 매뉴얼을 만드는 작업이었어요. 처음 으로 유엔에서 편찬한 문서에 제 이름이 들어가 있어서 더욱 기억이 남기도 한 것 같아요.(웃음)

 

Q 대학원 졸업 후 UN평화대학교를 진학한 걸로 알고 있다. UN평화대학교에 대한 설명 부탁한다. 

A. 유엔총회의 결정에 의해서 유엔에서 만든 대학원이라고 생각하면 쉬울 것 같 아요. 유엔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주제들에 대한 전공들로 구성돼 있고 교수진들과 직원들 상당수가 유엔과 국제기구 그리고 국제비정부기구 등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다보니 실질적인 이야기들을 많 이 들을 수 있습니다. 또한 55개국에서 2백명 정도의 학생이 함께 공부하고 있어 그들과의 토론과 생활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 것들도 참 많은 것 같아요. UN평화대학교 재학 중 코스타리카에 폭우가 와서 한 마을이 거의 잠길 정도의 피해를 입었던 적이 있어요. 우리 과에 학 생들이 그 마을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함께 고민하다가 관련 상황을 다 큐멘터리로 제작하여 온·오프라인 모금을 시작했답니다. 모금액을 피해마을에 전달 을 했는데 그 나라 대통령이 우리의 활동 을 알게 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는 영광도 가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Q UN평화대학교를 들어가게 된 계기가 있는가? 

A. 유학을 한번 쯤 가보고 싶었는데 가 정 형편상 쉽게 결정하긴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유엔평화대학교에는 2년 동안 아 시아 리더를 양성한다는 목적의 장학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지원 을 하게 됐어요. 학비와 생활비 그리고 항 공비 등 모든 비용을 지원받으면서 하고 싶 은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곳에서 저는 미디어 평화분쟁 연구 석사학위를 마쳤어요. 미디어는 분쟁에서 중요한 수단입니다. 우리 전공에서는 많은 사례연구를 통해서 갈등과 분쟁의 야기시 키는 미디어와 분쟁완화 및 평화구축을 위한 미디어의 역할 등에 대해서 집중해 서 배우게 됩니다.

 

Q 남들이 쉽게 접해보지 못한 활동들을 많이 했다. 가장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었는가? 

A. 시간이 많이 지나서 그런지 힘들었 던 건 생각이 많이 안나네요. 그렇지만 꿈 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 어느 하나 쉬웠던 것 같진 않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 보 다 더 많은 시간을 고민하고 더 많은 시도를 하고 더 많이 실패를 했던 것 같아요. 실패를 할 때 마다 가끔은 제가 못나 보이 기도 하고 자존심도 상하고 제가 가지지 못하는 것들에 환경을 탓하기도 했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정말로 하고 싶은 꿈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작은 성취에도 감사 하고 또 한번 더 노력했던 것이 현재의 저 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성공한 CEO가 했던 말이 기억에 남아요. CEO에게 “당신 의 성공의 비결이 무엇입니까?” 라고 묻습 니다. 그는 옳은 판단이라고 대답합니다. 그러면서 어떻게 옳은 판단을 할 수 있냐 는 그녀의 질문에 경험이 필요하다고 말 하죠. 그리고 경험을 하기 위해선 잘못된 판단을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항상 옳은 판단을 할 수 있는 것 이 아니에요. 그러한 중요한 판단들은 많 은 경험과 실패를 통해서 나오게 됩니다.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 들어야 합니다. 그건 부지런하지 않으면 할 수 없어요. 내가 가만히 있으면 선택 자 체를 하지 않는 거니까요. 지금의 후배분들과 같이 내가 입학할 때 만해도 여러 가지의 고민들이 많았어요. 자기 자신을 과소평가하지 말았으면 합니 다. 능력이 많고 잠재력이 많은 친구들임 에도 불구하고 종종 자기 자신을 단지 그 정도 사람이라고 한정 지어 버리곤 해요. 저는 그게 제일 안타까워요. 생각과 경험 그리고 도전 … 너무 명백하고 흔한 얘기들 이지만 많이 고민하고 행동하고 실패해봤 으면 해요.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 기회를 잡고 강해지세요. 성공하는 것보다는 실패 를 많이 경험하고 이를 잘 이겨내는 후배들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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