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나는 세 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시간이 다가올수록 점점 더 행복해지겠지.”어린 왕자에서 여우가 왕자에게 하는 말에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설렘이 무엇인지 잘 드러난다. 광교중앙아주대역에서 율곡관까지, 매일 다른 풍경의 거리를 걸어가는 그 시간이 내겐 그렇다. 작은 것이지만 이런 외적 요소가 심리적 효과를 가져와 강의에도 보탬이 된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5일 화요일, 강의에 임하는 자세를 크게 되돌아보게 만드는 일이 있었다.강의가 있는 날에는 항상 기숙사 식당이나 그 윗층에서 점심식사를 한다.-
선거에서 성별 차이(gender gap)는 선거에서 승리한 후보에 대한 지지율의 성별 차이로 정의되고 세대 차이(generation gap)는 세대별 차이로 정의된다. 미국 2020 대선에서는 바이든 (Joseph R. Biden Jr.) 대선 후보에 대한 성별 차이와 세대 차이가 드러났다. 미국 여성과 정치 센터 (Center for American Women and Politics) 자료에 의하면 2020년 대선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12%p만큼 바이든 후보를 더 지지하였다. 18세에서 29세 사이의 Z세대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지난 4일 오후 8시 50분경 20대 여성 승객이 달리는 택시에서 뛰어내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을 두고 한 언론은 택시 기사와 여성 승객 사이의 소통 부족이 화를 부른 것으로 추정했고, 다른 언론은 근래 일어나고 있는, 여성을 상대로 한 택시 기사의 성희롱 발언 및 범죄를 소개하며 여성들이 택시에서 느끼는 공포감에 주목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니만큼 인과관계에 대해 속단해서는 안 된다. 다만 경찰은 차량 블랙박스를 토대로 택시 기사와 여성 승객 사이에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음을 확인했다. 한 생명을 잃은 안타까운 사건
테스 형이 유명해 진 김에 그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소크라테스는 왜 글을 쓰지 않았을까. 플라톤의 저술 『파이드로스』에서 그는 문자가 사람들을 기억하는 데 무관심하게 만들고 스스로 기억을 떠올리는 노력도 하지 않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 지적으로 그가 글을 쓰지 않았던 이유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실제로 책이 널리 보급되면서 암기력은 상당히 떨어졌다고 한다. 조선시대의 선비들은 수백 편의 시를 외웠다고 하는데 지금 현대인들은 자주 노래방을 가지만 수백 편의 노래가사를 외우지는 못한다. 그러나 문자의 시대는 사람들에게 오래된 지
나는 함초롬바탕체를 싫어한다. 어린 시절, 함초롬이라는 친구(?)가 나에게 했던 거짓말과 질투 어린 행동들이 떠올라서다. 이유가 아주 유치하게 느껴지겠지만, 그로 인한 영향은 더 유치하다. 예를 들면, 학생들에게 과제를 낼 때, 그 어떤 폰트도 좋으니(심지어 궁서체도 괜찮으니) 함초롬바탕체로 작성하는 것만은 안된다는 기준을 제시한다.물론 동명의 한 인간에 대한 배신감이 고작 글씨체에 대한 화풀이로 발현된 이 시트콤 같은 결과에는 수많은 변수가 동반된다. 늘 텍스트를 읽고 써야 하는 직업의 영향이 가장 클 것이고, 어쩌면 함초롬바탕체
다시 “표현의 자유”가 화두다. 북미 사회에서 나타나는 인종주의적 의도가 없이 ‘순수하게’ 재미로서의 패러디를 위해 행한 블랙페이스(blackface)는 그 자유가 보호받아야 할 표현인가? 혹은 오직 작품 속 세계(universe)에 존재하는 한 인물을 표현하기 위한 장치일 뿐이라면, 그것이 보여주는 특정 집단에 대한 부정적 묘사도 예술적 표현으로서 그 자유를 보장 받아야 하는가? 아마도 최근 한 달 사이에 세간을 달군 두 가지 논쟁을 질문으로 만들면 이와 같을 것이다. 두 사건은 시차를 두고 일어났고 논란의 중심군이 되는 사회 집
20여년전 강원도 제4땅굴 부근 휴전선 인근 부대에서 파견 근무를 할 때였다. 근처에는 ‘펀치볼(Punch Bowl)’이라고 알려진 한국전쟁 격전지도 있었다. 북한지역이 눈앞에서 보이는 민간인 통제구역이었지만 야생동물들은 자유롭게 이곳저곳을 활보하고 다녔다. 밤낮으로 가끔씩 멧돼지가 출몰했고, 특히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면서 언덕의 풀숲에서 스멀스멀 피어올랐던 반딧불이 만들어냈던 환상적인 풍경은 잊을 수가 없다. 그 때 근무지 휴게실에서 우연히 발견했던 책이 한권 있었는데, 월간 말의 오연호 기자가
‘불신의 자발적 유보’라는 용어가 있다. 문학이나 영화 등 허구를 대할 때 독자나 관객이 취하는 태도를 일컫는다. 현실처럼 받아들여 그것에 몰입하고 즐기기 위해, 그 허구가 진실이 아니라고 불신하는 것을 잠시 미루어두는 것을 뜻한다. 만일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를 대할 때, ‘뭐야, 저게 말이 돼?’라고 코웃음을 치면서 고개를 젓고 있으면 그 영화를 온전히 즐기기 어렵다. 반대로, 영화를 감상하는 동안 그 세계관과 캐릭터들을 받아들이면, 캐릭터의 갈등과 위기 극복의 이야기에서 여러 감정과 쾌락을 즐길 수 있게 된다.COVID-19의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의 개최로 그 어느 때보다 북한이나 통일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일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젊은이들이 많다”라는 말은 ‘명제’가 된지 오래다. 한반도 통일에 관심을 갖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젊은이들의 경우에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민족공동체의 회복, 역사적 과업 등과 같은 당위적인 이유보다는 통일한국, 특히 남한이 누릴 경제적인 이익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왜 그럴까? 통일교육, 무엇이 문제일까?“통일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의 개최로 그 어느 때보다 북한이나 통일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일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젊은이들이 많다”라는 말은 ‘명제’가 된지 오래다. 한반도 통일에 관심을 갖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젊은이들의 경우에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민족공동체의 회복, 역사적 과업 등과 같은 당위적인 이유보다는 통일한국, 특히 남한이 누릴 경제적인 이익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왜 그럴까? 통일교육, 무엇이 문제일까? “통일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헌법은 권력을 분립․제한․통제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원칙과 제도를 정한 법이다. 박근혜 정권이 국가정보원, 행정부처, 검찰, 경찰 등을 동원하여 헌법을 위반하고 국정을 농단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은 물론 국회와 법원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견제 권력은 작동하지 않았다. 대통령과 정파적 이해를 같이 하는 국회의원들은 정권의 방패막이 구실만 했다. 외려 대법원은 ‘헌법과 법률 그리고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헌법 제103조)하는 판사들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헌법이 총
3월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안을 전자결재로 발의하였다. 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비서관이 먼저 설명하고 나중에 국무회의를 거친 것에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오랫동안 학계와 정계에서 논의되어온 개헌의 내용이 얼마나 잘 반영되었는가이다. 전체적으로 보아 개헌안은 잘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지만, 구체적으로 보면 적지 않은 문제들이 발견된다.먼저, 전문에서 부마 민주항쟁, 5·18민주화운동, 6·10항쟁, 지역간 균형발전, 자연과의 공존 등을 추가하고, 총강에서 지방분권국가 지향, 수도를 법률로 정하게
우리의 일상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화석연료에 의존한 에너지사용이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힌다. 집을 짓고 사는 데는 많은 에너지가 들어간다. 집을 지을 때도 에너지가 많이 소요되지만, 한번 지어진 집은 폐기될 때까지 계속해서 에너지를 사용하게 된다. 집은 우리의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인데, 우리가 집을 짓고 사는 한 지구는 점점 더 온난화되어 기후는 변하고, 결국 지구는 지속불가능하게 되고 말 것이다.건축물이 스스로 에너지를 자립할 수 있다면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고, 이는 기후변화에 대
부산에서 나고 자란 터라 대학을 다니게 되면서 낯선 “서울” 생활에 적응해야 했던 그 때, 볼 일이 있어 어디론가 이동을 해야 했을 때, 서울 지하철 노선도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손가락으로 지하철역의 수를 세며 가장 빨리 가는 방법을 고민하던 기억이 있다. 노선도와 친절한 안내 방송 덕분에 지하철을 타면 길을 잃을 염려도 없거니와 현재 위치 파악도 쉬워, 지하철은 서울이 낯설었던 나에겐 참으로 편리한 이동 수단이었다. 요즘은 지하철 노선도를 쳐다보고 손가락으로 역의 수를 세어 가며 빨리 가는 방법을 고민하는 사람을 아마 찾기 쉽지 않
11월 2일 문재인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에 관한 국회 시정연설에서 개헌 의지를 재천명했다. 대한민국 헌법 10장 제 130조에 의하면, 헌법개정안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 후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통과된다. 대한민국 헌법의 총 10장 중 3장부터 6장에서 각각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 헌법재판소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을 정도로, 중앙정부 형태는 헌법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따라서 국민투표에 임하는 유권자들이 헌법개정안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정부형태의 차
최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허탈해 했다. 아마도 대학에서 행정학 교수만큼 허탈해 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운영이 연구의 대상인데, 국가의 합리적 의사결정 시스템이 붕괴되었고, 최소한의 인사원칙마저 실종되었으며, 강압과 특혜로 민간 재정이 동원되었고, 정부부처나 기관은 그야말로 사상누각에 불과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제왕적) 대통령과 주위 사람들의 비윤리적 행태가 거론되겠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거짓과 기만으로 점철된 이들의 삶에서 비롯되었다. 자신의 사익 추구를 공
요즘 참 많은 음악 프로그램들이 TV에서 방영된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가수뿐 아니라 일반인들이 출연해서 노래 실력을 자랑하는 프로그램들이다. 좀 전에는 가수 또는 가수 지망생들이 나와서 경연을 벌이는 형식이 인기를 끌었는데 요즘에는 그냥 일반인들이 나와서 때로는 전문적인 가수들과도 어우러지며 자신들의 기량을 뽐내고 무대를 즐긴다. 노래를 통해 소통하고 화합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노래를 이루는 것의 절반은 말이다. 그런데 나머지 절반인 음악도 말과 어우러져야만 좋은 노래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노래는 곧 말이요. 말은
희노애락(喜怒哀樂), 왜 “희(喜)”가 가장 먼저 나와 있을까요? 가장 흔하고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감정이며 또한 어우러져 살 수밖에 없는 인간사에 기본이 되는 감정이기 때문에 아닐까요. 삼국시대의 불상은 은은한 미소를 띠면서 중생의 고난을 자비로 이끄는 아픈 웃음을 짓고 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무덤에서 출토된 토우의 얼굴에도 웃음이 가득합니다. 근.현대로 넘어오면서 유교문화의 영향으로 웃음을 억제하면서 지내게 되고, 일제 강점기, 6.25 등의 시대를 겪으며 웃음보다는 고통과 절망에 익숙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빠른
한국이 당면한, 더 가까이는 우리 학교 학생들이 직면한 미래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온다. 아마도 다음 세대는 현 세대보다 더 궁핍하고 살기 열악한 세상에 직면해야만 할 것 같다. 지난 수천 년의 역사 속에서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이 지금처럼 경제적인 풍요와 위상을 즐겨본 적이 없었다. 한국은 문화 컨텐츠나 의제 설정능력이 세계적인 수준이다. 세계 10위권 내외의 ▲군사력 ▲경제 ▲기술 ▲무역대국 ▲IT산업을 자랑하고 있다. 해외를 여행하고 돌아오면 인프라 측면에서 한국이 얼마나 많은 것을 이룩하였는지를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