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5일.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집회가 열렸다. 15만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청계광장과 광화문으로 모였다. 그날 청계천 하류부터 청계광장까지 두시간 가량을 걸었다. 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큰 시위 전에 감도는 긴장감 같은 것은 없었다. 웃음이 있었고, 여유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문득 청계천과 사람이 참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계천은 우리와 닮아간다 청계천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었다. 때로는 아낙네들의 빨래터로, 아이들의 놀이터로 그리고 빈민들의 집터로 자리해온 청계천은 조선 세종 때 생활하천으로 규정된 이래
앵무새 죽이기, 로버트 멀리건, 1962.강간을 하지 않고서 강간범의 누명을 썼다면, 그리고 사회의 프레임으로 인해 당신에게 변명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면 당신은 어떻게 행동할 수 있을까? 책을 원작으로 1962년 개봉된 영화 ‘앵무새 죽이기’를 오늘날 다시 보게 된다면 이런 답답한 상황을 생각해볼 수밖에 없게 만든다.영화 내의 마을에서는 흑인과 백인이 함께 생활하고는 있지만 흑인들은 같은 인간으로서 존중받기보다 보이지 않는 차별과 억압 속에 생활하고 있는 듯하다. 특히나 영화의 주된 내용인 톰 로빈슨에 대한 재판과정에서 이런
▲정세경(산공·4) ▲유승희(산공·4) ▲정지원(산공·3) 학우와 함께 대천행 오전 기차에 몸을 실었다. 셋은 나이도, 학번도 다르다. 수업도 겹쳐지는게 없어 3년 가량의 시간동안 서로 얼굴만 아는 사이였다. 그런 이들이 갑자기 친해질 수 있었던 계기는 바로 ‘하늘을 나는 것’에 대한 관심이었다. 누군가에겐 우습게 들릴 수 있을지 몰라도 이들은 각자 드론이나 헬기 프로젝트를 경험하며 학과 UAV(무인비행기) 연구실에서 만났다. 아직 꿈이 확실히 정해지지 않은 그녀들이지만 비행에 대해선 사뭇 진지하다. 아니,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폴은 두 이모와 함께 산다. 30대의 나이까지 어긋남 없이 언제나 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그에게 있어서 두 이모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다. 아침에 일어나면 정해진 순서대로 샤워를 하고 댄스 교습소를 운영하는 두 이모의 노래를 들으며 피아노 앞에 앉는다. 커튼 사이로 비치는 햇빛을 잠시 감상하고 있으면 올라가는 피아노 뚜껑받침이 그의 얼굴을 그림자로 덮는다.두 이모는 폴이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되기를 원했다. 아침 연습이 끝나면 ‘슈케트’ 빵집에 들러 아침을 간단히 해결하고 이모가 일하는 댄스 교습소에서 미뉴에트, 왈츠, 자바에 맞춰 조
선유도를 바라보며 1 우리의 배는 파도를 뚫지 못했다.나와 선유도 사이에서파도는 키를 높이 세우고두 팔을 벌려 가로막았다.仙遊島,신선이 노니는 섬에슬그머니 끼어들어 보려 했던부끄러움이 부슬비처럼 내렸다.- 문효치 새벽 다섯시. 군산으로 향하는 버스편에 몸을 실었다. 선유도를 찾기 위함이었다. 시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지만 우연한 기회에 ‘선유도를 바라보며’라는 시를 접할 수 있었다. 무엇이 그 섬에 ‘신선이 노닐다 간 곳’이라는 이름을 가져다 줄 수 있었을까. 직접 찾아가 볼 기회가 당췌 생기지 않아 매번 미뤄만 오던 터에 이번 여행
“꼭 요란한 사건만이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결정적 순간이 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운명이 결정되는 드라마틱한 순간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사소할 수 있다”긴 시간 동안 학교에서 고전문헌학을 강의하며 새로움을 잃은 일상을 살아온 그레고리우스의 유일한 취미는 조용한 방에서 혼자 두는 체스뿐이었다. 그런 면에서 언제나 어김없이 출근길에 오르는 그의 평범한 삶에서 투신을 시도하는 붉은 코트를 입은 여자를 만난 사건은 잔잔한 수면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처럼 큰 파장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그녀는 입고 있던 코트와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책 한권
2월 1일 10시 50분 강남 고속터미널에 도착했다. 수강신청 당일이었다.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한 성하늘(심리·4) 학우와 장다혜(행정·3) 학우는 수강신청에 성공했다고 한다. 버스시간에 딱 맞게 도착했기 때문에 근처 패스트푸드점에 들려 점심을 해결하고 급하게 버스에 올랐다. 여유가 필요한 힐링 여행이라는 테마에 맞지 않는 출발이었다. 여행을 좋아하다 못해 사랑하기까지 한다는 성 학우(이하 성)와 장 학우(이하 장)는 오랜만의 여행에 잔뜩 들뜬 모양이다. 그들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장 : 근래 학교
신학생회관 2층 보건실엔 항상 베토벤과 모차르트의 클래식 음악이 흐른다. 보건 선생님이 음악에 취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질문했지만 대답은 전혀 다른 것이다. “보건실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음악을 듣고 편안해 졌으면 하고... 취미는 등산이나 자전거를 좋아해요”유은형 보건선생님을 만났다. 가녀린 체구에 여린 목소리를 가졌지만 그 힘들다는 대학 병원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근무를 시작으로 아주대병원이 신설될 때 옮겨와 17년을 근무했다. 외유내강의 전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보건실에 오전 9
지난 8일부터 1박 2일간 동아리 박람회가 열렸다. 이번 동아리 박람회(이하 동박)에는 총 56개 정동아리와 준동아리를 비롯한 7개 단체가 참여했다. 동아리 연합회장 김백겸(교통시스템·2) 학우는 “이번 동박은 봄과 같은 상큼함이 컨셉이었다”며 “2학기 동박은 색다른 축제 분위기로 준비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28일 조선일보에 간장 두 종지라는 칼럼이 실렸다. 밥을 먹으러 중국집에 갔다가 탕수육에 달랑 간장 두 종지가 나왔단다. 사람은 넷인데 간장이 두 종지가 나오는 것이 아니꼬워서 그날 조선일보의 주말뉴스부장은 다시는 그 중국집을 가지 않겠다는 칼럼을 작성했다. “배급사회와 아우슈비츠에 있는 것도 아닌데 간장이 두 종지냐”며 “쿠팡이나 위메프에서 간장을 한박스 주문하고 싶다”고 말장난하고 살짝 얹어 주는 말이 가관이다. ‘어떤 경우에는 을이 갑을 만든다’그는 식당에서 설렁탕을 가져다주는 종업원에게 ‘감사하다’고 말하는 것을 ‘이
델마는 90년대 미국의 한 가정주부다. 그의 남편 데릴은 외박을 밥 먹듯이 하면서도 델마는 집에서 나가지 못하게 한다. 가벼운 외출을 하는 것도 남편의 허락을 받아야 하며 집을 떠나 여행을 가본 적이 없다. 델마의 단짝 친구인 루이스는 옛날 텍사스에서 성폭력을 당한 트라우마가 남아있지만 씩씩하게 살아가는 자유분방한 여성이다.어느날 루이스는 델마에게 둘만의 여행을 제안하고 남편 몰래 별장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녀는 처음 겪어보는 남편에 대한 해방감과 집을 떠나는 것에 대한 들뜸으로 행복해한다. 루이스가 운전하는 56년형 포드와 그 위
신분당선 광교중앙(아주대)역 개통이 가까워지면서 우리 학교 후문 건설 진행상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후문 신설에 관련된 뚜렷한 계획이 제시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학교 측은 현재 정문과 같이 차가 통행하는 후문을 건설하는 것이 어렵다고 전했다. 첫째로 도로 건설을 위해선 광교 아파트를 통과하는 도로를 만들어야 하지만 광교 아파트 주민과 협의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로 학교와 아파트 사이에 있는 시유지 공원이 토지 용도상 녹지로 분류되어 도로 건설이 불가능하다. 이로 인해 광교중앙(아주대)역에서 우리 학교까지 통행을 원
학우들의 청춘에 대한 고민을 덜어주기 위한 ‘청춘 인생학개론’ 행사가 지난 달 24일 우리 학교 종합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이지애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가운데 행동하는 열혈 청년모험가 이동진 강사와 첫 여성 치안정감 이금형 강사의 강연으로 진행됐다.첫 강연을 맡은 이동진 강사는 “독수리가 되고 싶다면 독수리와 함께 날아라”라는 말과 함께 도전하고 행동하는 삶이 청춘들에게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금형 강사는 순경에서 치안정감까지 승진할 수 있었던 과정을 설명하며 “청춘들이 강인한 의지, 불타는 열정, 나약함과 안일함을 물리치
지난달 23일부터 사흘간 8개 단과대의 투표가 이뤄졌다. 동아리연합회(이하 동연) 선거는 개별적으로 16일부터 이틀간 진행됐다. 경영대를 제외한 모든 선본들은 단선으로 출마했으며 ▲간호대 ▲경영대 ▲공대 ▲동연 ▲사회대 ▲약대 ▲의대 ▲자연대 ▲정통대 후보들이 당선됐다.개표 결과 각 단대의 투표율은 ▲간호대 80.9% ▲공대 61% ▲경영대 68.37% ▲동연 60.63% ▲사회대 89% ▲약대 96% ▲의대 95% ▲자연대 70.7% ▲정통대 51.86%로 집계됐다.간호대 ‘널리’ 선본은 60.5%의 지지율로 정후보 김소형(간호·
제 35대 총학생회 선거 현황 지난달 26일 새벽 5시 경 원천관 대강당에서 제 35대 총학생회 재선거가 최종 결정됐다. 25일 진행된 선거에서 총학생회가 배부한 투표용지보다 더 많은 수의 학우들이 투표에 참여해 발생한 일이다.선거 마지막 날 경영대에 배부된 투표용지는 48개였으나 투표인 명부와 대조해 본 결과 투표자 74명과 파기표 4개로 30표가 더 많았다. 공대의 경우 배부된 투표용지는 1백29개였으나 투표인 명부와 대조했을 때 투표자 1백64명과 파기표 15개로 50표가 차이가 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선거 개표 과정에서
조용한 가운데 꽹과리가 울려 퍼진다. 높이 울리는 꽹과리 소리가 싫기도 하련만 듣기 썩 나쁘진 않다. 연이어 북과 장구 그리고 징이 소리의 틈을 비집고 들어온다. 딱히 어울릴만한 구석이 전혀 없는 악기들이 모여 두서없이 소리만 내고 있는 것 같은데도 점차 어깨가 들썩이고 빠져든다. 꼭 악기가 내는 엄청난 음량이나 가락이 만들어내는 흥이 아니더라도 연주하는 사람들의 움직임과 표정은 함께 ‘얼쑤’를 외칠 수밖에 없게 만든다. 다시 꽹과리가 울리고 흥이 오른다. 잇따라 장구가 그 흥 위에서 경쾌하게 뛰놀며 분위기를 달구고 북이 그 흥을